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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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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왔다 파르르 손맛 사르르 입맛

진해만 도다리 낚시
낚싯배 타고 지리도 앞바다·저도 앞바다 등 포인트 찾아 이동

  • 기사입력 :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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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 지리도 앞바다에서 한 낚시꾼이 도다리 낚시를 하고 있다. /이준희기자/

    도심 곳곳에는 봄을 알리는 화사한 봄꽃들이 만개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아름답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벌써 봄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한다.

    바닷가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출항을 앞둔 어민들의 손놀림이 바빠지고 물 빠진 바닷가에는 미역이랑, 파래, 조개를 채취하는 아낙네들로 붐빈다.

    남쪽 끝 바다로부터 시작된 봄. 요즘 남해안에는 따스한 봄기운에 봄도다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태공들이 몰리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봄도다리 낚시가 한창인 진해만으로 향했다.

    진해 명동선착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봄도다리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몰리면서 주차장이 북적인다.

    1시간여 만에 전마선(낚싯배) 50여척이 동이나버릴 정도다.

    매화꽃이 피고 지는 초봄부터 철쭉꽃이 만발하는 만춘까지 손맛을 보기에 봄도다리 만한 것도 없기에 낚시꾼들이 몰리고 있다.

    현지인들은 “도다리 낚시는 초봄에 입질을 시작해 3~4월에 피크를 이루고 이 때가 마릿수 조과와 굵직한 씨알을 노릴 수 있으며 5월에 접어들면 조과가 주춤해진다”고 귀띔한다.

    일찌감치 도착한 일행들은 미리 예약한 낚싯배에 낚시장비와 먹을거리 등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오늘 봄도다리 사냥에 나선 일행은 모두 8명. 저마다 자신이 맨 처음, 최고 큰 도다리를 잡을 것을 호언장담하며 출조길에 올랐다.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출발한 낚싯배는 성큼성큼 뒤로 물러서는가 싶더니 어느새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거친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히면서 물보라가 뱃전을 덮친다.

    새벽녘이라 제법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진다.

    출항한 지 10여분 만에 낚싯배는 첫 도다리 포인트인 지리도 앞바다에 닻을 내렸다.

    지리도 앞바다는 이른 새벽부터 봄도다리를 잡으려는 30여척의 낚싯배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봄도다리 낚시는 초보자들도 별다른 낚시장비 없이 쉽게 손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외줄 낚시에 편대를 매달아 바늘을 달면 그만이다. 여기에 갯지렁이를 끼워 바다에 드리워 ‘깔짝’거리기만 하면 된다.

    도다리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가 먹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덮치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도다리를 잡을 때는 후각보다는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끼를 살금살금 끌어주거나 적당한 고패질로 바닥에 먼지를 일으키면 덤벼든다.

    특히 도다리는 미끼를 한꺼번에 덮쳐 삼키기보다는 야금야금 씹어 삼키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입질이 왔다고 해서 바로 챔질하기보다는 3~5초 기다렸다가 도다리가 완전히 미끼를 삼킨 다음 챔질하는 것이 확실한 조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좀처럼 도다리의 입질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참을 지켜보던 선장님이 “다른 포인트로 옮기자”며 신호를 보낸다.

    두 번째 포인트는 거제 ‘저도’ 앞바다. 이 곳 역시 낚시꾼들이 탄 배들로 북적인다.

    이 포인트는 물살이 거세 최소한 50~60호 정도의 묵직한 봉돌을 사용해야 한다고 선장님은 전한다.

    잠시 후 선미에서 “어이! 왔다. 도다리다”는 함성이 들려온다. 제법 큰 씨알의 도다리가 낚여 올라왔다.

    첫 도다리 조과소식에 다른 일행들도 열심히 고패질을 한다.

    또 다시 입질, 이번엔 배의 측면에서 낚시를 하던 한 일행이 팔뚝만한 쥐노래미를 낚았다. 하지만 이후 다시 잠잠해진 조황.

    쌀쌀한 봄바람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무렵 일행 중 한 사람이 선실에서 끓인 커피 한 잔을 건넨다. 바닷바람에 잔뜩 움츠렸던 몸이 커피 한 잔에 사르르 녹는 듯하다. 바다 한가운데서 마시는 커피는 또 다른 별미다.

    다시 세 번째 포인트로 이동, 낚시를 시작한 지 3시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10여마리의 조과에 그치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일단 주린 배를 라면과 김밥으로 채운 후 다시 낚시를 하기로 결정하고 모두들 낚싯배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잠시 후 큰 냄비에 7개의 라면이 끓여져 나오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젓가락이 휘날린다.

    ‘바로 이 맛에 선상낚시를 즐기는구나’. 배 위에 앉아 여럿이 먹는 라면 맛이 끝내준다. 한마디로 국물맛이 예술이다.

    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이번엔 제대로 손맛 좀 봐야할텐데…, 도다리가 다 어디 갔노…” 모두들 속이 타는 표정들이다.

    바늘에 갯지렁이를 가득 끼운 후 바다에 드리우던 한 일행은 “제발 큰 놈 한마리 물어라”며 애교섞인 애원(?)을 한다.

    이 애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옆에서 낚시를 하던 동료의 입에서 “물었다”라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웬일이야.” 외줄 낚시 양바늘에 두 마리의 ‘도다리와 쥐노래미’가 한꺼번에 걸려 올라온다.

    선장님은 “이제 물때가 온 것 같다”며 “빨리 낚시를 시작하라”고 재촉한다.

    이제야 제대로 포인트를 찾은 걸까. 여기저기서 “씨알 굵다, 나도 물었다, 아싸!” 등 봄도다리를 낚아 올리는 일행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이날 일행들이 잡은 도다리는 30cm급 10여마리와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의 도다리 20여마리, 쥐노래미 4마리 등 총 40여마리를 낚았다.

    이젠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다리 회를 맛볼 시간. 선장님의 노련한 회 뜨는 솜씨가 실력을 발휘한다. 일행들은 준비해간 초장과 고추, 묵은 김치 등을 꺼내 놓는다. 당연히 소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목’으로 낚싯배의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우리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싱싱한 봄도다리 회가 나왔다. 한껏 집은 도다리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봄의 향기’가 느껴져 오는 것 같다.

    쫄깃쫄깃한 봄도다리의 육질이 혀끝에 그대로 전해져 온다. 맛이 일품이다. 이래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생겼구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동안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온종일 봄 도다리의 손맛과 입맛을 느낀 일행들은 얼굴 가득 행복을 담고 귀항을 서두른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tip= 도다리 배낚시는 남해안 일대 대부분의 낚시점에서 알선해 주고 있다.

    진해 명동, 마산 원전, 거제 어구, 통영 유촌 등 남해안 일대의 어촌에 30~50여 척의 전마선들이 항시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며 대선료는 하루 2~3만원 정도.

    10여명이 승선할 수 있는 5t급 낚시전용선은 하루 대선료가 30만~60만원 선으로 봄도다리 시즌에는 대선료가 비싼 편이다.

    예약은 필수로, 자칫 잘못하면 낚싯배를 구하지 못해 허탕을 치는 수가 있다.

    도다리는 연근해 개펄이나 진흙, 모래가 적당히 섞인 곳에 주로 서식하며 주변에 굴, 바지락 등의 양식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진해만 일대(지리도, 저도, 삼도 등), 마산 진동만 일대(원전 등), 고성 당동만, 거제 거제만(둔덕면 등) 등이 손꼽히는 봄도다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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