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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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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별미] 남해 멸치회·멸치쌈

  • 기사입력 : 2008-04-10 00:00:00
  •   

  • 멸치회

    자! 한 쌈 먹어봐

    상처 하나 없이 갓 잡아올린 은빛 반지르르한 죽방렴 멸치

    무쳐 먹어도 조려 먹어도 기름진 고소함이 자르르…

    봄이 무르익은 남해도에는 바다 내음도 향긋하다.

    쪽빛 해안을 끼고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 달린다. 목적지는 ‘봄멸’로 회를 뜬다는 창선면 지족해협.

    도착한 창선교,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빛 푸른 바다 한가운데 나무작대기가 V자로 콕콕콕 박혀있다. 죽방렴(竹防簾)이다. 멸치잡이의 가장 원시적인 방법인 ‘나무 그물’이다.

    긴 참나무, 대나무를 수심이 얕은 갯벌에 촘촘히 V자로 박은 뒤, 그물을 물살 반대쪽에 벌려놓으면 빠른 물살을 타고 들어온 멸치들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잡힌 멸치는 상처도 없고 일반 멸치보다 몇 곱절 비싼 몸값으로 팔린다.

    이 인근에는 죽방렴으로 갓 잡아올린 멸치를 파는 전문식당들이 즐비하다. 주 메뉴는 멸치회와 쌈, 갈치회다.

    이 즈음에 멸치회가 가장 인기다. 멸치야 사계절 모두 잡히지만, 봄철 멸치의 산뜻한 맛은 아무 때나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봄에 나는 멸치인 ‘봄멸’, 그것도 죽방렴으로 잡은 ‘고급’ 멸치회를 맛보기 위해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식당’에 들어섰다. 멸치회는 큰 것이 3만원, 작은 것이 2만원이다.

    남해에서 나서 33년째 멸치요리를 했다는 이순신(63) 할머니, 멸치회를 내놓으며 “남해 죽방렴 멸치는 빠른 물살에서 몸을 많이 놀려서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하다”며 자랑이다.

    빨간 초고추장에 버무려 나온 멸치회, 회라기보다는 멸치 무침에 가깝다. 대가리, 내장, 뼈를 잘 발라낸 멸치에 미나리, 풋고추, 양파, 그리고 직접 집에서 담근 초고추장을 섞은 것이다.

    멸치가 제법 커서 한 마리만 먹어도 입안이 묵직하다. 혀끝에 와닿는 말캉말캉한 질감이 다른 생선과는 다른 오묘한 느낌이다. 첫 맛에서는 멸치의 비릿함이 살짝 스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달큰하고 싱그러운 맛을 낸다.

    갓 잡은 멸치의 탱탱한 살의 쫄깃쫄깃한 질감이 마치 젤리같다. 눈을 감고 먹으면, 흔히 먹던 ‘멸치’를 떠올리긴 힘들 것 같다. 손수 만들었다는 초고추장의 매콤한 끝맛 또한 일품이다.

    멸치회를 먹을 때 포인트는 ‘스피드’다.

    초고추장의 국물이 생기기 전에 모두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퍼석해지고 비린내도 강해진다. 물이 생겼을 경우에는 밥에 비벼서 ‘멸치회 덮밥’으로 먹어도 좋다.

    만드는 과정이 정성이다. 멸치의 배를 갈라 손으로 멸치 대가리와 꼬리를 일일이 떼고 뼈, 내장을 발라내고 길게 반으로 갈라 다듬는다. 그 다음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다.

    멸치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직접 만든 식초로 씻어내는 것이 횟감을 다듬는 마지막 과정인데, 이렇게 하면 비린내도 가시고 식중독도 예방된다고 귀띔한다.

    이밖에 멸치쌈밥도 별미다. 손가락 굵기만한 멸치를 대가리와 내장만 떼내고 통째로 조려내 쌈싸 먹는 것으로, 초마늘, 쌈과의 궁합이 절묘하다. 쌈 위에 초마늘과 콩된장, 멸치를 넣고 먹으면 맛의 조화가 완벽하다. 가격은 7000원이다.

    찬거리로 나오는 남해안의 멸치구이, 멸치젓, 멸치볶음 또한 반찬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맛깔나다.

    부른 배를 안고 진교쪽으로 돌아 나오는 길, 절정을 맞고 있는 유채꽃의 아찔한 향과 떨어진 벚꽃잎의 화려한 군무가 절경이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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