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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맛을 찾아] ② 창녕 이방장 수구레국수

얼마나 맛있으면 쪼그려앉아 먹을까

  • 기사입력 : 2008-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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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킁킁, 장터 초입부터 구수한 고기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창녕군 이방장(4·9일장)의 첫 인상이다.

    냄새의 발원지는 100여평 남짓한 조그만 장터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구레(소가죽에서 벗겨 낸 고기) 국수집들.

    이방장에서 수구레 국수를 하는 집은 모두 3곳. 천막을 치고 그 아래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 사장님들의 육수와 국수를 끓여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선지와 수구레를 숭덩숭덩 잘라 가마솥에 넣고, 야채와 양념장은 눈짐작으로 팍팍 흩뿌린다. 할머니의 국자 놀림에 고춧가루가 선지와 수구레, 풋고추와 파, 간장이 뒤섞이고, 칼칼한 내음이 진동한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참으로 푸근한 조리법이다.

    낮 12시가 가까워오자 좁고 길다란 앉은뱅이 의자가 금세 손님들로 채워진다.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나무 의자에 줄줄이 앉아서 국수 그릇에 머리를 대고 맛보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먹는 속도는 빨라야 한다. 장터 사람들은 물론, 이웃 마을에서 넘어온 사람들, 멀리서 소문 듣고 찾아온 외지인까지 모두 5일만에 열리는 이 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뚝배기를 꺼내더니 육수와 선지, 수구레를 퍼 넣고, 하얀 국수면을 얹어 준다.

    먼저 국수면을 한 젓가락 말아올려 입에 넣는다. 면발에 육수가 밴 듯 구수한 맛이 난다.

    난생 처음 맛보는 수구레도 집어든다. 보기엔 비곗덩어리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꼬들꼬들함과 부드러움이 물렁한 비계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쫄깃한 수구레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장날 전 날, 대구의 도살장에서 직접 들여왔다는 선지의 텁텁함이 국수의 산뜻함과 어우러진데다 수구레의 쫄깃한 맛까지 더해진, 이 음식은 수구레 국수 외에 다른 이름으로 설명할 수가 없겠다.

    짭쪼롬한 촌김치 한 입에 화왕산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면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된 듯 든든해진다.

    30년 넘게 장터에서 수구레 국수를 팔아왔다는 ‘수구레 국수의 원조’ 연귀순(68) 할머니는 “비싼 소고기를 싸게 맛 볼 수 있어 많이 찾는 거 아니겠냐”며 “30년 된 단골도 많고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도 이 맛이 궁금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1956년 개설된 이방장의 현재는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그 세가 기울었지만, 이곳의 수구레 국수는 별미로 주목받으면서 그 인기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배고픈 시절, 고깃살 대신 배에 기름칠해 주던 수구레, 그 고마운 맛 때문이 아닐까.

    장날에 펼쳐지는 수구레 국수집 3곳 중 2곳은 장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맛볼 수 있다. 수구레 국수의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장날을 꼽아 길에 내놓은 난전 의자에 쪼그려 앉아 먹기를 권한다. 수구레 국수는 2500원, 수구레 국밥은 3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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