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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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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없는 경남 시각장애인

배울 수도 없는데 뭘 먹고 살아야 합니까

  • 기사입력 :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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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내 시각장애인 1만4000여명 교육시설과 지원 없어 취업 포기 “맹학교 신설 등 대책 세워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4년, 원인도 알 수 없이 시력을 모두 잃은 A(35)씨. 그는 실명한 지 4년이 됐지만 기초재활훈련이나 직업교육을 받지 못하고 바깥 출입을 기피한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맹학교나 안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시설에 다녀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은 그는 “맹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기피하고 있다.

    A씨와 같이 질병이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중도 실명자의 경우 재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실명으로 친구와 동료와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대인기피 증세를 겪게 되고, 결국 직업재활교육을 받을 기회마저 포기하게 된다.

    더욱이 1만4000여명(2007년 9월 기준)의 시각장애인이 등록돼 있는 경남도에는 이들을 위한 기초교육시설이나 직업교육시설마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어서,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맹학교에서 기초교육과 함께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맹학교는 점자나 컴퓨터 교육, 보행 훈련 등 기초재활교육에 이어 고등부 과정에서는 안마사 과정 등을 두어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부산이나 대구까지 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대구 등 일부 지역 맹학교는 지역장애인들을 우선 취학시키고 있어 도내 장애인들의 불만은 높아가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직업교육시설의 경우, (사)대한안마사협회 경남도지부가 올해부터 마산시 산호2동 도지부 건물에서 운영하고 있는 안마사 양성기관인 파견수련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현재 7명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교육을 하고 있는 파견수련원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

    안마사협회 도지부 이재화(47) 사무국장은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시는 보건복지부, 경북이나 강원 등은 도 예산을 지원받아 교육생들에게 교통비와 수당까지 지급하고 있다”며, 경남도가 시각장애인들의 직업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송재현(37) 사무국장은 “도내에는 청각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는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는 한 곳도 없다”며 “학생이 많든 적든 시각장애인들이 먼 지역을 오가는 불편함이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맹학교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또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 복지시설을 통한 취업교육과 함께 안마사협회와 같은 직능단체가 운영하는 취업교육시설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영훈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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