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3) 남강⑥-지리산 노고단 ~ 남원시 산내면

하늘 아래 첫 동네서 물줄기 흘러 흘러…
노고단서 발원한 심원계곡, 달궁마을에 이르면 계곡 형태 갖춰

  • 기사입력 : 2008-04-29 00:00:00
  •   


  • 지리산 심원계곡



    남강의 또 다른 발원지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는 길에는 연분홍 진달래, 개나리, 벚꽃, 현호색, 제비꽃, 민들레, 목련까지 활짝 피어 만산홍엽이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은 자연과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넘쳐 흐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나는 행복은 마음의 짐을 벗어두고 길을 떠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지리산 노고단·심원마을]

    해발 1507m.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의 하나이다. 백두대간에 속하며 지리산 종주를 할 때 구례 화엄사에서 가파른 코재를 올라서면 지나가는 길목이다. 산 정상에 가까운 1100∼1200m 높이에는 원추리 꽃으로 덮인 광활한 고원이 펼쳐지고 성삼재를 관통하는 지리산 도로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관광지로 변해 버렸다.

    노고단의 경관은 정상에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는 풍광과 석양에 지는 태양을 감상하는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또한 산을 감고 흘러가는 운해를 만나는 것도 지리산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노고단에서 내려서면 남강의 발원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원시 계곡을 간직하고 있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이다. 해발 750m의 지리산 산중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조선 고종 때. 약초를 뜯고 벌을 치기 위해 한두 호씩 모인 것이 지금에 이르며, 주변 수㎞ 이내에 근접한 마을이 없어 ‘심원’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산골마을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쯤. 성삼재(1090m) 관통도로의 개통과 더불어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이름표를 달고부터이다. 필자가 심원마을에 처음 찾아간 것도 이때쯤이다. 당시에는 몇 집 안 되는 사람들이 약초와 산나물을 채취하며 살고 있었고 민박을 하는 집도 없었다.

    20년 만에 찾아간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 준 김동현(60)씨는 토담집 방에 불을 때주며 방 한 칸을 빌려 주었다. 다음 날 토종닭을 삶아주던 추억이 새로웠다.


    백장암 삼층석탑

    [정령치·달궁마을]

    심원마을에서 나오면 남원과 달궁으로 갈리는 길이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가면 백두대간의 길목 정령치(해발 1172m)이다. 서산대사의 ‘황령암기’에 의하면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을 이곳에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는데 정장군의 성을 따서 정령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들이 모여 수련을 하였다고도 한다.

    정령치를 시작점으로 하여 바래봉 정상까지의 거리는 13km로 약 5~6시간 정도 걸리는데 융단 같은 철쭉꽃이 피어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가보는 산행로이다. 오던 길을 돌아서 내려오는데 길가에서 위장병에 좋다는 고로쇠 물을 파는 사람이 있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웠다. 인근 마을에서 왔다고 하면서 어렵게 사는 삶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사양했다.

    노고단에서 발원한 심원계곡의 맑은 물이 제법 계곡 형태를 갖추는 곳에 식당이 즐비한 달궁마을이 있다. 삼한시대 마한의 별궁이 있었다는 마을이다. 삼한시대에 온조왕의 백제 세력과 변한·진한에 쫓긴 마한의 효왕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쌓은 피란도성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달궁 마을의 주차장 바로 아래에 잡초가 무성한 궁터가 남아 있다. 주차장에는 무르익어가는 봄기운을 받으며 가족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달궁터

    [지리산 전적비·백무동 계곡]

    달궁 마을에서 규모가 커진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지리산 천혜의 아름다운 뱀사골 계곡을 만난다. 뱀사골 계곡과 심원계곡에서 흘러내린 아우라지 인근에 지리산에서는 유일한 전적기념비와 전적기념관이 전설 속의 송림사 터에 자리 잡고 있다.

    1948년 10월 19일 여순 반란사건 당시의 반란군과 6·25전쟁 당시에 퇴로가 막힌 북한군이 합세하여 빨치산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지리산 일대를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만들었다. 1955년 5월 군경토벌대에 의해 완전 진압되기까지 7년여 동안 지리산 지역 일대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포화로 처참하게 그을렸다. 전적기념관을 건립, 당시 공비들로부터 노획한 295점의 물품을 지리산 국립공원 자연 탐방관 2층에 전시하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뱀사골 하면 한국의 명수로 통한다. 지리산의 깊고 깊은 산록에서 맑고 깨끗한 물줄기가 빚어져 즐비한 징담을 거쳐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뱀사골의 청정계류는 가히 손색없는 우리나라의 으뜸 물줄기라 부를 만하다.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절경을 일구어 놓아 뱀사골의 계곡미 또한 장관이다. 우리나라 계곡의 대명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잘 알려져 찾는 이도 많지만 그 품이 너무도 넓고 깊어 쉽게 오염되지 않는다.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의 화개재에서 발원하여 뱀사골 입구까지 12km, 장장 39리의 물줄기이다. 뱀사골 산장에서 걸어 내려오면 초보자는 하루를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길이다.

    [백장암·퇴수정·산내수력발전소]

    꽃과 바람과 물이 어우러지는 길을 따라 내려서면 인월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에 홍척이 창건한 실상사의 소박한 암자 백장암이 있다. 암자 아래 잘 정돈된 터에 국보 제10호 삼층석탑이 있다. 터를 닦지 않은 곳에 있었던 삼층석탑이 화장을 하지 않은 신라 여인의 아름다움이 곱게 묻어났는데 아쉽다.

    이 탑은 특이한 양식과 수법을 보이고 있다. 즉, 일반적인 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와 높이가 줄어드는 데 비해 이 탑은 너비가 거의 일정하다. 기단과 탑신 괴임에는 난간 모양을 새겨 멋을 내었고, 탑신의 1층에는 보살상과 신장상을, 2층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천인상이, 3층에는 천인좌상을 새겼다. 지붕돌 밑면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는데 3층만은 삼존상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특징이 국보급 문화재로 지정되게 했다고 여겨진다.

    석탑 옆에 있는 보물 제40호 백장암 석등은 일반적으로 불을 밝히는 화사석(火舍石)을 중심으로 밑에 3단의 받침을 두고, 위로는 지붕돌과 머리장식을 얹고 있다. 이 석등은 받침의 밑부분이 땅속에 묻혀있는 상태이다. 받침은 가운데에 8각의 기둥을 두고, 아래와 윗받침돌에는 한 겹으로 된 8장의 연꽃잎을 대칭적으로 새겼다. 화사석 역시 8각형으로 네 면에 창을 뚫어 불빛이 퍼져 나오도록 하였다. 모두 통일신라 후기의 양식을 보이고 있다.

    백장암에는 세미 교정한 은입사 수법과 명문이 특징인 보물 제420호 청동은입사향로가 있다고 하는데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아름다운 문화재를 만나러 가는 백장암 가는 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길을 차를 두고 걸어가야 더욱 즐거운 답사길이 된다.

    백장암에서 내려서면 일성콘도 입구 바위 아래에 조선 후기에 벼슬을 지낸 박치기가 1870년에 세운 퇴수정이 있다. 박치기는 벼슬에서 물러나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이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정자 앞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뒤에는 암석이 높게 솟아 있어 풍수지리를 보는 혜안이 돋보인다.

    인근에 목아공방(☏ 063-636-5470·우중식)이 있는데 나무뿌리를 가공하여 전시해두고 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은 항상 웃는 모습이다. 안주인이 타주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남원이나 함양에서 인월을 거쳐 지리산 뱀사골로 들어가다 보면 국내에서 가장 작은 수력 발전소로 알려진 820kw/h규모의 장난감 같은 산내 수력 발전소가 있다.


    퇴수정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여행 tip-맛집

    ● 심원산장: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하늘 아래 첫 동네. 김동현 ☏ 061-782-9110. 민박, 토종돼지, 토종닭, 송어회, 산채식사, 거자수, 토종꿀 등 지리산의 백화점이다. 심원계곡이 발 아래로 흐르고 있고 지리산의 맛을 볼 수 있다

    ● 달궁산장: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달궁마을. 문효진 ☏ 063-626-3473. 토종돼지 바비큐 1인분8000원, 산채정식 1만원, 산채비빔밥 6000원. 고로쇠 수액. 지리산 토박이인 주인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낸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