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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별미] 양산 산채비빔밥

할매가 캐온 산나물에 고추장 "옛맛 나네"

  • 기사입력 : 2008-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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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록의 계절 5월, 푸른 맛을 찾아 양산으로 향했다. 어느 시인이 5월을 ‘청자 빛 하늘이/육모정 탑위에 그린 듯이 곱고/연못 창포 잎에/여인네 맵시 위에/감미로운 첫 여름’이라 했던가. 달리는 차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물큰한 푸른내를 띤다. 고속도로를 타고 도착한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이곳에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와 통도 환타지아, 그리고 산채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10여개 음식점이 있다. 이 식당들은 ‘절밥을 닮은 정직함’에 ‘10년 이상의 내공’이 더해진 독특한 조리법으로 단골 손님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산채음식 26년 경력을 자랑한다는 경기식당을 찾았다. 식당의 본터에는 한창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이었고, ‘옆집으로 오세요’라는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안내문구를 따라가니 구석진 터, 허름한 가게를 임시로 빌려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가게 안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 소박하다. 산채비빔밥 5000원, 산채정식 6000원. 두 명이서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을 하나씩 주문한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잠시 가게 주위를 둘러본다. 가게 앞 공터 장독대엔 10여 독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재래식 된장과 고추장, 간장이 가득 가득 들어있는 독 안을 보니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

    이때, 그릇이 빼곡히 올려진 큰 쇠쟁반을 들고 주인 아주머니가 방으로 들어간다. 음식이 나왔나 보다.

    비빔밥 상은 간단하다. 쇠그릇에 소복이 담긴 산채 나물과 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쌀밥 한 공기 그리고 우거짓국, 김치, 깍두기, 멸치볶음이 전부다. 산채정식 상은 푸짐하다. 무려 12개에 달하는 반찬 그릇마다 무채색의 산나물과 밑반찬이 정갈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된장찌개가 구수한 내음을 풍기며 올라온다. 2명 이상이 오면 무료 서비스되는 찹쌀 파전까지. 이렇게 1만1000원에 식탁이 빼곡하게 찼다.

    산채비빔밥에 나오는 기본 나물은 다섯 가지다. 언양 미나리, 도라지, 고사리, 취나물, 표고버섯. 여기다 원하는 손님이 많아서 최근에는 콩나물도 준비한다. 본래 산채비빔밥에는 콩나물을 넣지 않지만, 손님의 기호에 따라 넣어주기도 한다고.

    밥과 고추장을 넣어 젓가락으로 쓱쓱 비빈다. 재래식으로 직접 담근 고추장은 맵지 않고 달고, 비빔밥에 맞게 꼬들꼬들하게 만든 밥이 감칠 맛을 더한다. 나물들도 제각각 양념이 잘 배어 싱겁지 않고 간이 알맞다. 비빔밥과 함께 나온 우거짓국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한 그릇 비우니 자연을 한 움큼 집어 먹은 것 같다.

    나물은 식당이 생기면서부터 거래해 온, 산에서 나물을 채취하는 할머니들과 직거래해서 받는다. 주로 밀양 산내 골짜기나 울주군 언양 소이산 등에서 캐온 것들이다.

    정식과 함께 나온 죽순, 취나물, 꽈리고추조림, 멸치조림, 콩자반, 곤달비장아찌, 도라지나물무침, 깻잎장아찌무침 등도 진미다.

    주인 홍철수(67)씨는 “모든 음식 재료는 농부들과 직접 거래해서 가져 온다“며 “사람들이 우리집 음식을 먹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선이나 육류를 취급하지 않는 것도, 산뜻한 산채 음식을 만드는 기본 철칙이라고. 82년 통도사 안 승선교 앞에서 시작해 역사가 20년이 넘은 이 식당 손님의 90%는 단골이다. 20년이 넘게 인기를 얻어오는 이유는 이렇듯 변치 않는 손맛과 음식 재료에 있지 않을까.

    인근 부산식당, 통도식당 등도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맛있는 산채음식으로 배를 채웠다면, 통도사에 들러 마음과 몸을 청정한 자연에 정화시켜 보자. 절 주위 영축산 기슭에 자리한 20개 암자와 기암괴석의 절벽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의 산자락도 경치가 좋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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