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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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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2) 음악 마니아 진효근씨

“삶이 음악이고, 음악이 삶입니다”
40여평 원룸 벽면에 LP·LD·CD 빼곡히

  • 기사입력 :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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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효근씨가 자신이 아끼는 앨범을 설명하고 있다.


    “나에게 음악은 숙명이자 희망이에요.”

    삶이 음악이고, 음악이 삶인 한 남자가 있다.

    음악 마니아로 불리는 진효근(55·창원시 동읍)씨.

    ‘음악’이라니, 마니아로 부르기엔 너무 광범위한게 아닌가 싶지만, 그의 집에 들어서면 그를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하얀 이층집, 40여평의 원룸에는 수천장의 LP판과 LD판, CD가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다른 벽면에는 여러 종류의 오디오가 한가득 자리하고 있다. 또 피아노, 클라리넷, 비파, 기타, 색소폰, 드럼 등 각종 악기들이 방안 곳곳에 널려 있다. 음악카페도, 음악교실도 아닌 이곳은 순전히 진씨가 음악을 즐기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연주를 하면 아무래도 소리가 크니깐 가족들도 싫어하고, 이웃들이 찾아와서 항의할 때도 많았죠. 마음껏 음악을 듣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다 집을 짓게 됐어요. 마산의 사무실에 가끔 나갈 때 외에는 거의 이곳에서 지내요.”

    그의 직업은 피아노 조율사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마니아가 된 게 아닌가 싶지만, 그의 직업 또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고등학교(마산상고)를 졸업하고, 30년간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지 못했던 그. 좋은 조건의 회사도, 돈이 되던 사업도 모두 그만두고 이곳저곳을 헤맨 것은 ‘음악’ 때문이었다. 젊어서는 가수가 하고 싶어 몸살을 앓았다. 각종 노래대회에서 상을 휩쓸었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피아노 대리점 사업을 하게 됐고, 자연히 피아노 조율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직원으로 일하던 피아노 조율사가 조율해 놓은 피아노 음과 새 피아노의 음을 비교하며 몇 달 밤을 독학한 끝에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는 명실상부 전문적인 피아노 조율가다.

    그렇게 타고난 음감으로 피아노를 섭렵한 그는 좋은 음을 내는 악기를 탐하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색소폰, 클라리넷, 트럼펫, 기타, 톱악기부터 그저 내는 음이 좋아 사들인 비파, 바이올린, 대금, 만돌린, 콘트라베이스, 옥피리까지. 최근에 구입한 옥피리는 잘 때도 안고 잘 정도로 마음이 가는 악기다.


    클라리넷을 불고 있는 진효근씨.

    그는 “연주하고 싶어서 구입하는 것도 있지만, 연주 방법도 모르는 악기도 많다”며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이 가면, 가지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 사랑은 평생 수집한 음반과 오디오에서도 알 수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모으기 시작한 4000여장의 LP·LD판, 그리고 3000여장의 CD는 그의 보물이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앨범이에요. 한 장 한 장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 바라만 봐도 흐뭇해져요. 음악을 들을 때 각 선율이 주는 감동은 말로 못하죠.”

    그는 음악감상을 ‘음의 맛을 본다’고 표현했다.

    음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오디오는 필수다. 음악마다 맞는 오디오가 있기 때문에, 집에는 수십 종의 스피커, 레코드 플레이어 등이 설치돼 있다. 진씨가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스피커다. 혼스피커, 점전형 스피커 등 그 종류만 20여종에 달한다. 한 개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 장비들을 갖추기 위해서 그는 많은 부분을 포기하며 살았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아끼면서 모아온 것들이에요. 돈 안 되는 데 집착한다고 아내와 싸움도 많이 했죠.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음악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이 모든 게 제 업보인 것 같아요.”

    진씨의 꿈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 때문에 그는 몇 년 전부터 ‘경남재즈오케스트라’에 가입해 음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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