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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꽃들에게 희망을 …

이정희(진해영광교회 목사)

  • 기사입력 : 2008-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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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 년 전 필자가 20대 때의 인생관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한 권의 책이 있다. 그것은 트리나 포올러스의 저서인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아이들이 읽는 만화 같고, 그림책 같은 작은 책이다. 그러나 당시의 다소 방황하던 나에게 있어서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 여운은 지금도 남아 있다. 내용인즉, 어떤 나비 애벌레가 다른 모든 동료들이 가는 높은 기둥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전투구하며 정상을 정복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허무감만 들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내려와 애인인 노랑나비의 인도를 따라 자신도 나비가 되어 높은 기둥뿐 아니라 수많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화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20대 때의 마음으로 다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은 높은 기둥의 정상을 향한 길인가? 아니면,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을 날고 있는가? 분명 나는 나비의 꿈으로 매일 날기를 원하고 또 그런 직책과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씩은 높은 기둥의 정상에 대한 미련도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전도서 1장 14절에서 솔로몬은 높은 기둥의 소망으로 사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자신이 모든 부귀영화의 정상에 오르고 또 올라 보니 아무 것도 없는 허무의 헛된 바람만 그 정상에서 불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전도서 12장 13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고 했다.오늘 이 말씀을 세상을 보는 눈으로 삼아 동서남북을 살펴본다.

    미얀마의 비극의 현장이 보인다. 1만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그 참극의 현장은 정말 안타깝다. 더 비극적인 것은 일부 세력들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구조 활동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 참사의 현장이 보인다. 6만~7만까지의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니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런 가운데서도 티베트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압은 계속되고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올림픽의 성화는 타오를 것이다.

    도대체 모든 이가 추구하는 정상은 무엇인가? 솔로몬이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는 허무더라”고 외치고 외치지만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허무의 기둥으로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도 나의 달려갈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높은 기둥 위의 바람 부는 정상이 아닌,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아우성치는 수많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치고 싶다. “기둥의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허무감뿐입니다. 부디 다시 내려가 나비가 되십시오. 그리고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화신이 되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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