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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소쿠리] 정겨운 우리말 ‘단디’ 가르쳤으면…

  • 기사입력 : 2008-05-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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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디’라는 말을 아십니까?

    나이가 드신 분은 그걸 모르냐고 하겠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일 겁니다.

    “단디 해라”는 어릴 적 부모님이 제게 자주 하시는 말이었고, 지금도 듣는 말입니다. 최근 신문을 보니 지역 은행에서 ‘단디카드’라는 것을 만들었더군요.

    ‘단디’는 사전에 ‘단단히’의 경상도 방언으로 나와 있습니다. ‘확실히, 빈틈없이’라는 뜻도 있지요.

    간혹 표준어로는 뜻이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냄새’의 경상도 사투리 ‘내음’이 그런 경우입니다.

    냄새와 내음. 두 말의 뜻과 느낌이 다른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러나 내음은 표준어인 냄새에 밀려 거의 시어로만 쓰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날개’의 강원·함경도 방언인 ‘나래’도 있습니다.

    표준어는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기에 사투리도 표준어가 될 수 있고, 복수 표준어도 있습니다. 사투리가 표준어가 된 대표적 사례는 ‘멍게’입니다. 예전에는 표준어가 ‘우렁쉥이’였습니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 개정으로 경상도 사투리인 멍게가 우렁쉥이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됐습니다.

    지역민들의 삶과 정서가 녹아 있는 사투리는 지역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생활에서는 물론, 영화나 문학작품 등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이 고향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친구’나 하동 평사리를 무대로 한 통영 출신 고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처럼요.

    말은 쓰지 않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이러다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투리를 모르는 아이들이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러므로 지역 학교에서 사투리를 가르치는 교과과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풀 내음’ 가득한 오월, 자연학습을 가는 초등생 손자가 “단디 해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이지요. 허철호기자 kob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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