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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요놈 속맛은 참하네

제철 별미/ 고성 쑤기미탕

  • 기사입력 :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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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쑤기미가 궁금했습니다.

    ‘바다의 악마‘, ‘귀신고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바다에서 가장 못생겼다고 천대(?)받는 고기.

    하지만 제철인 여름이면 일본에서는 복어에 버금가는 맛을 내는 고급어종으로 인기를 끌고, 남해안 바닷가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해 미식가들을 안달나게 하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여름철 특미, 쑤기미탕을 맛보기 위해 고성으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12년째 쑤기미 전문점을 해 오고 있는 ‘석귀선 쑤기미탕’ 가게.

    가게 입구, 수족관 안에 웬 돌덩어리들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저 녀석이 바로 쑤기미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눈도, 입도, 불퉁한 볼도 있습니다. 움푹 파이고 요철이 심한 머리통 하며, 얼굴과 입가에는 지저분하게 솟아난 피지 돌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괴상하게 생겼습니다. 얼핏 보면 탱수(상식이) 같기도 한데 등지느러미 끝에 뾰족하게 나있는 가시가 다르네요. 쑤기미의 독가시인데, 찔리면 성인남성도 마비가 올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울퉁불퉁 험상궂게 생긴 녀석을 직접 보니, 심하다 싶던 별칭이 이해가 갑니다. 또 그만큼 녀석이 내는 별미(?)에 대한 호기심도 커집니다.

    얼른 자리를 잡고 쑤기미탕을 주문합니다. 정갈한 밑반찬 10여가지와 버너가 테이블 위에 놓이고, 5분 쯤 후 주인 아주머니가 납작한 스텐냄비를 들고 들어 옵니다.

    주방에서 끓여나온 쑤기미탕입니다. 뚜껑을 열자 얼큰한 냄새가 김과 함께 올라오며 솔솔 코를 자극합니다.

    딱딱한 돌덩어리처럼 보였던 쑤기미는 그새 뽀얗고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같은 생선이 맞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산란기인지 탱탱한 생선알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무, 미나리, 쑥갓, 청양초, 양파,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쑤기미탕은 보기엔 일반 생선 매운탕과 흡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깔끔한 맛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비린내보다는 푸른 바닷내음이, 자극적인 매운맛보다는 진한 얼큰함이 느껴집니다. 생선 살은 살캉살캉 씹히는 듯하다 부드럽게 녹습니다.

    회로 먹으면 쫄깃쫄깃하고 탕으로 삶으면 부드러워지는 게 쑤기미의 특징이라고 하네요. 보글보글 끓는 육수와 함께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온 몸이 개운해진 것 같습니다.

    주인장인 김진욱(48·고성군 하일면)씨는 “해장국으로는 쑤기미탕만큼 좋은 게 없다”며 “쑤기미가 독성이 있어서 시원한 맛이 더 많이 나는 것”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래도 요리 비법은 있을 터, 설명을 부탁하니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말합니다. 4대째 어업을 이어온 김씨네 집에서는 가끔씩 아버지가 잡아오던 쑤기미를 탕으로 끓여먹곤 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맛을 잊지 못해 그 방식 그대로 끓인다는 것입니다.

    질 좋은 쑤기미의 독가시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기술은 필수라고 덧붙입니다. 질문 하나 더, 쑤기미는 자망그물로 잡고, 양식도 되지 않아 웬만한 횟집과 식당들이 그 수량을 확보하지 못해서 제철에도 주 메뉴로 못 내놓는데 어떻게 사시사철 판매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김씨의 답은 간단합니다. “쑤기미가 있는 곳은 전국팔도 언제 어디든 달려가는 거죠.”

    쑤기미가 많이 나는 남해, 삼천포, 고성, 여수, 고흥 쑤기미가 났다는 연락만 오면 찾아간다고 합니다.

    특히 7~9월과 12~3월은 쑤기미를 활어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많은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네요. 어쨌든 장사하기에도 쉬운 녀석은 아닌 듯 싶습니다.

    쑤기미는 간기능 회복과 숙취, 빈혈,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입맛 없고 속이 텁텁한 여름철, 건강별미로 쑤기미탕 한 그릇이면 힘찬 여름을 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글=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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