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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4) 남강⑦-지리산 달궁계곡~실상사

지리산 휘감는 물길 따라 신비한 소 이어져…
남원 산내면 지리산 자락에 신라사찰 ‘실상사’

  • 기사입력 : 2008-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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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달궁계곡

     

    지리산이 품고 있는 계곡 중에서 남강으로 흐르는 달궁계곡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반야봉(해발 1732m)에서 발원하여 대소골을 거쳐 용왕소, 안심소를 따라 원시의 심원계곡에서 하얀 물보라를 힘차게 뿜어내며 용소, 쟁반소, 쟁기소 등 명소를 곳곳에 만들어낸다.

    또 다른 물길은 화개재에서 발원하여 간장소, 제승대, 병풍소, 병소, 뱀소, 탁용소를 만들며 장장 30리 뱀사골 계곡을 흘러내려 달궁계곡과 만나 남강의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아름다운 지리산에서 시작하는 물줄기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여행길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없는 행복한 여행이다.


    실상사 기와탑

    △목아공방·실상사 석장승= 실상사 산내암자 백장암을 내려서면 산내천이 고요히 흐르는 도로변에 목장승들이 반겨 주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길을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전시된 공예품도 아름답지만 안주인이 끓여내는 원두커피 맛이 일품인 목아공방(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514-1. 우중식 ☏ 063-636-5470)이 있다.

    지난번 답사 길에 산내천을 따라가면서 노란 민들레가 소담스럽게 피어 화단을 이루고 있는 작업장에서 주인이 나무뿌리를 다듬고 있었다. 작은 공예품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물었더니 웃으면서 1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구입하지 못했다. 완성이 되면 사겠다고 약속을 하고 강을 따라 길을 재촉하였다. 그 후, 보름쯤 지나 다시 들렀더니, 전날 경북 어느 사찰에서 온 스님이 부처님 받침대를 하겠다고 수차례 부탁을 하여 주었다고 했다.

    그 공예품이 나한테 왔으면 하찮은 막사발의 받침대 역할을 하였겠지만, 어느 절집으로 가서 부처님 받침대를 하면 아침, 저녁으로 공양을 받는 호사를 누릴 것이니, 나에게 오는 것보다는 팔자가 훨씬 나아진 셈이다. 주인은 대신 다른 것을 내놓았다. 절집으로 간 공예품이나, 새롭게 건네주는 것이나, 문외한인 나의 눈으로 보아도 1만원은 더 되어 보였다. 더 가격을 높여 주겠다고 하였지만 순박해 보이는 주인은 약속은 약속이라고 하면서 1만원만 받고 곱게 포장을 해주었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속살을 드러내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지리산 자락 남원시 산내면에 이르면 지리산에서 유일한 평지사찰의 가람배치를 한 실상사가 있다.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암자인 백장암과 약수암을 포함하여 국보 1점에 보물 11점 등 넓은 경내가 좁을 만큼 단일 사찰로서는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절집으로 가는 해탈교를 건너기 직전에 눈이 왕방울만한 돌장승이 의연하게 서 있다. 원래 마주보고 서 있던 돌장승은 1963년 홍수 때 떠내려갔다고 한다. 해탈교를 건너면 돌장승 2기가 서 있는데 대장군과 상원주장군이다. 대장군은 눈썹을 치켜 올려 한껏 사납게 보이며, 비뚤어진 입은 비죽거리며 조소하는 듯하다. 상원주장군은 눈알이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고 역시 미간 사이에 백호로 보이는 동그란 점이 조각되어 있다. 모두 사찰 장승임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민간 신앙인 장승이 사찰로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공존의 사연이 있을 듯하다.

    △실상사 삼층석탑·약사전= 길가에 늘어선 갖가지 약초와 산나물을 파는 노점거리를 지나면 웅장하지도 않으며 단아한 천왕문이 서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2기의 삼층석탑과 보광전이 정면에 있고 보광전 옆에는 앙증맞은 칠성각이 있다. 옛 불타버린 절터를 발굴하면서 나온 기와조각으로 탑을 쌓아 놓았는데 가람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보광전 앞에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삼층석탑은 2층 기단에 3층의 탑신부가 있으며 높이가 8.4m이다. 우아하고 섬세한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보물 제37호다.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상륜부가 거의 온전히 남은 예는 매우 드물어 불국사 석가탑의 상륜부를 제작할 때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실상사 삼층석탑

    보광전 정면에 커다란 석등 1기가 있다. 요즘 사찰에서는 불을 밝혀놓은 석등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수승한 등불공양물이라는 의미와 부처의 광명지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상사 석등은 팔각의 지대석 위에 이중으로 구획되어 아래쪽에는 안상, 위쪽에는 연꽃 8잎이 조각되어 있다. 보광전 왼쪽에 약사전이 있다. 약사전에는 실상사의 2대조 수철(817~893) 스님이 4000근이나 되는 철을 들여 만든 높이 2.7m의 거대한 철불이 봉안되어 있다. 완전한 결가부좌의 자세를 취하고 꼿꼿하게 앉아 동남쪽에 있는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광배는 없어졌으며 대좌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 있다. 두 손은 근래에 나무로 만들어 끼웠는데 만지면 영험하다는 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만져 반짝반짝 윤기가 난다. 수인의 모습은 아미타불일 가능성이 있는데, 흔히 약사불이라고 한다.

    △실상사 부도·약수암= 요사채를 지나 뒤편으로 느긋한 걸음을 옮기면 스님들의 공동묘지 부도와 부도비들이 반겨준다. 증각대사 부도는 실상사를 창건한 홍척 스님의 것으로 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전형적인 팔각원당형 부도로, 높이가 2.42m이며 보물 제38호이다. 지붕돌 밑에는 비천상이 조각되고, 처마 끝에는 서까래가 조각돼 있다. 낙수면에는 기왓골이 표현되었는데, 추녀 위에는 귀꽃이 붙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부도를 보면 화강석을 떡 다루듯 하였던 조상들의 문화적 가치는 가히 수도하는 정신이었다. 아래쪽에 있는 증각대사 부도비는 비신은 없어지고 귀부 위에 이수만 얹혀 있다. 오랜 세월에 마멸이 심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긴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서너 발자국 걸음을 옮기면 돌의 색이 검고 부도의 형태 또한 안정되어 있어 다부진 느낌을 주는 수철화상능가보월탑이라고 하는 2대조 수철 스님의 부도가 있다. 보물 제33호인 수철 스님의 부도는 신라 석조 부도의 전형적인 양식인 팔각원당을 기본형으로 따르고 있다. 처마부분에는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고 낙수면에는 기왓골이 조각돼 있다. 옆에 있는 부도비의 비문에 의하면 부도의 건립연대를 신라 진성여왕 7년(893)으로 추정한다.

    수철 스님의 공덕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귀부가 없는 대신 안상을 새겼으며 비문에는 수철 스님의 출생에서 입적과 부도를 세우게 된 경위까지 기록돼 있는데 비신의 마멸과 손상이 심하다. 그런데 이 소중한 문화유산에 낙서를 하는 한심한 사람도 있다. 문화유산은 우리의 것이 아니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상사 철조여래좌상

    천왕문 입구에서 약수암으로 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500m쯤 올라가면 왼쪽에 벌통들이 보이고 숲속에 보물 제36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부도 1기가 유독 눈에 띈다. 누구의 부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상사 경내 유물에만 정신을 팔다보면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식이 없는 팔각 지대석 위에 기단부가 있는데 몸돌도 팔각이며, 지붕돌도 팔각이다. 지붕면의 경사가 급한 편이며 기왓골은 없고 추녀 끝에 큼직한 귀꽃이 조각돼 있다.

    산길을 따라 1km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호젓하게 숨어있는 실상사의 암자 약수암이 있다. 호젓한 약수암은 싸리로 대문을 만들어 가리고 있고 비구니 스님의 수행처로 알려져 있다. 담임교사를 하던 시절에 여름방학이면 학급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마천에서 산길을 따라 약수암을 거쳐 실상사로 내려가는 산행을 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수암에는 보물 제421호로 지정된 목조 탱화가 있으나 도난의 우려로 진품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마산제일고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맛집

    일출산채식당(이춘식.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240. ☏ 063-626-3688). 산채비빔밥 6000원. 산채백반 7000원. 산채정식 1만원. 주인이 산에서 산나물을 채취하여 요리한다. 안주인이 단골손님에게 내주는 김치찜이 특이하다.

    흥부골 남원추어탕(소재봉.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184-2. ☏ 063-636-5686). 추어탕 7000원. 숙회 2만5000원. 미꾸라지튀김 1만원. 인근에서 미꾸라지를 키워 요리한다. 고향의 추어탕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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