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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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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맛을 찾아 ⑥ 함양 안의장 손순대·순대국밥

“이 맛에 40년 단골 됐지예~”
50년 전통 할머니 손맛 … 씹을수록 고소한 첫맛 담백

  • 기사입력 :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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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시골장은 한산했다. 농번기 탓(?)이다. 농가에서는 이즈음이 장에 나올 짬도 못낼 바쁜 철인 것이다.

    일부러 장날을 꼽아 찾은 함양군 안의면 안의장(5, 10일)도 나른한 하품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장꾼들은 여느 때보다 넉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고, 장터거리는 여유로운 촌로와 멀리서 온 길손들만 오갔다.

    호젓한 촌장의 느긋함을 즐기며, 동네 토박이 장꾼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옛날 할매 순대’집을 찾았다.

    식당은 새로 생긴 약초시장건물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50년간 장터와 함께해온 ‘뼈대 있는’ 순대집이라 했다. 그런데 식당 건물이 너무 신식이다. 추천하던 그 집이 맞나 싶어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본다. 크지 않은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주인인 듯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이 집이 50년 전통의 손순대 집이 맞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아주머니. 그제서야 가게 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가게는 지난 2006년 도로 공사 때문에 새로 지은 것이라 했다.

    순대 가격은 소(小)자가 5000원, 대(大)자가 1만원이다. 국밥은 1인분에 5000원.

    2명이 앉았으니 순대 대(大)자와 국밥 2인분을 주문한다.

    옆 테이블에 앉은 40년 단골이라는 정광석(49·함양군 안의면)씨는 “장날이면 사람이 더 많다”며 “사람들이 들끓어야 맛있기 때문에, 장날이면 사람이 더 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순대가 먼저 나온다. 까만 속이 박힌 손순대와 꼬들꼬들해 보이는 내장이 반반 담겨 있다. 생각보다 양이 푸짐하다. ‘작은 걸 시킬 걸 그랬나’ 하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 하나를 집어 든다. 첫맛은 고소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는다. 입 안에서 꼭꼭 씹을수록 신기하게도 풀맛이 배어 나온다. 순대 속에 양파, 정구지, 대파, 계란, 신김치를 넣었기 때문이다. 돼지피(선지)를 주재료로 하지만, 누린 맛보다 산뜻한 맛이 더 강하게 나는 이유가 있었다.

    순대접시를 반쯤 비워갈쯤 나온 순대국밥의 국물에서는 달큰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 비결은 육수다. 순대 재료를 삶아낸 물을 육수로 쓰는데, 그 재료가 야채이다 보니 담백하고 달큰한 맛이 나는 게 당연하다는 것. 거기다 돼지뼈를 곤 육수를 조금 섞어 낸다.

    24살부터 순대를 만들어 왔다는 주인 이순재(74) 할머니는 “순대 만드는 일은 중노동”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일 터. 순대는 식당 옆 작업장에서 손수 만드는데, 매일 이른 아침 함양 도축장에서 가져온 내장들을 냄새 나지 않도록 여러번 씻어 손질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순대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칼로 잘게 썰어 삶은 뒤 손질한 대창에 재료를 넣고 양쪽을 묶는 것이다.

    푸짐한 순대와 순대국밥에 호강한 배를 두드리며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할머니를 찾는 손님이 많다.

    “할매 보러 왔소.” “오랜만에 들렀소, 할매 건강하요?”

    그 때마다 할머니도 반가운 얼굴로 일일이 안부인사를 나눈다.

    이 집의 순대가 안의장의 ‘명품 음식’이라 꼽히는 까닭은 20대 초반부터 50년간의 인생을 오롯이 순대에 바친 할머니의 열정과 손맛,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아닐까.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사진설명]  함양 안의장 옛날할매순대집 주인 이순재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순대국밥을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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