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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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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3)와인 마니아 이병직씨

“나의 행복 처방약은 와인” 소믈리에 한의사
진료실에 와인룸 마련…종종 와인파티 열기도

  • 기사입력 : 2008-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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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의사 이병직씨가 병원에 마련한 와인룸에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민건기자/


    와인 소믈리에인 의사가 있다.

    와인이 좋아 자신의 병원에 와인룸을 마련하고, 와인을 알기 위해 대학까지 다시 입학한 남자, 이병직 한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마산 산호동에 위치한 ‘이병직 한의원’에서 그를 만났다.

    병원 내 ‘진료실’이란 팻말이 붙은 아담한 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꽤 큰 규모의 와인 셀러가 눈에 띈다. 셀러 안을 살펴본다. 1~2만원대의 저렴한 와인부터 50~60만원대의 고가 와인까지, ‘소믈리에 이병직’의 탁월한 미각으로 골라놓은 다양한 와인들이다.

    “달콤한 와인 한 잔 하실래요?”

    오후 3시, 와인을 마시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알코올 함유량이 4%란 그의 말에 한 잔 받아 든다. 잔을 들고 방을 찬찬히 둘러보니 입구의 와인 셀러 외에도 나무로 만든 작은 와인 수납장이 또 있다. 6층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풍경이 꽤 운치 있다.

    “2년 전쯤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좋은 기회에 싸게 와인 셀러를 구입하게 됐거든요. 퇴근 후 여기서 한 잔씩 하면 하루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풀리죠. 동호회 회원들의 번개(?) 장소로도 자주 애용되고요.”

    그는 와인 동호회 ‘클럽드벵’의 회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3년 전, 소믈리에 공부를 하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결성한 동호회다. 동호회 회원들과는 주로 병원에서 모임을 가진다. 병원 테라스에서는 가끔씩 와인 파티도 연다고 했다. 여러 명이 돈을 갹출해 평소엔 엄두도 못 낼 비싼 와인의 맛을 보기도 하고, 각자 즐겨하는 와인을 한 병씩 가져와 함께 나누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즐기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그가 그토록 와인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 이유를 ‘사또 마고’ 덕분이라 했다.

    해외 의료봉사를 자주 다니던 그는 해외의 현지인과 식사 자리를 하게 될 때면 와인에 대해 지식이 없어 늘 난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산대 소믈리에과에 입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몽골에 해외의료봉사를 가게 된 그는 일행들과 함께 식당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와인 리스트에 ‘사또 마고’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1/3 가격이었다.(한국 가격은 100만원이 넘는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또 마고’를 일행에게 설명하며 와인을 권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내 생애 최고의 와인이었죠. 그때 와인을 즐기지 않던 이들도 그 맛에 반해서 너무 행복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맛있는 설명을 듣고 마시니깐 더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제게 해주더군요. 그때 와인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와인은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소믈리에 공부도 시작했고요.”

    그렇게 그는 마음 맞는 지인들과 서울 와인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와인 공부를 시작했다. 6개월 간 공부한 끝에 소믈리에 자격증도 받았다.

    그는 매일 와인을 마신다.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와인을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과 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다지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와인을 마시며 위로받기도 한다.

    그가 그렇게 몇 년간 꾸준히 마신 와인의 종류는 어마어마하다. 처음 와인을 마실 때는 시음노트를 적고 라벨이나 코르크도 모았지만, 이제 와인이 삶의 일부가 된 그에게 이 모든 행위는 의미가 없다. 마셨던 와인의 개수나 의미보다는 아직 맛 보지 못한 미지의 와인들이 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매달 새로운 와인을 10여 종류씩 마신다.

    “와인은 제게 공기와도 같은 존재예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무엇이요. 와인을 알게 돼서 즐거웠고, 앞으로의 삶도 기대가 되는 거죠.”

    앞으로 그의 꿈은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와인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와인을 함께 즐기고 행복해 할 수 있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인생의 목표다.

    눈빛을 반짝이며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깊고 진한 레드와인과 닮아 있는 듯했다.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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