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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를 주소서

이정희 목사 진해영광교회

  • 기사입력 : 2008-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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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예쁘고 아름답구나!”라고 지나가는 길손이 교회당 화단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교회 화단의 꽃들은 정말 아름답다. 여러 종류대로, 그리고 꽃과 나무들의 배열도 적절하게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단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꾼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필자의 팔순 노모이시다. 잠시도 쉬지 않는 부지런한 성품 때문에 이런 화단을 손수 일구어 놓으신 것이다.

    필자는 이런 노모의 정성을 보면서 감탄은 하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한 번도 이런 어머니를 잘했다고 칭찬을 한 적도 없다. 한편으로는 불효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필자 노모는 지난 봄, 이런 꽃과 작은 나무들을 심을 때 어떤 교회 의결 기관의 결의나, 총책임자인 필자와의 의논을 거치지 않고, 혼자만의 뜻과 판단으로 어느 날 갑자기 다 해 버리셨다. 아들이 담임목사라는 강력한 힘(?)을 믿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이런 일을 행하신다.

    그래서 내심 당황할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화단을 가꾸어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의논과 결의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교회 공동체적인 성격으로 볼 때 이 일은 기본적인 질서를 간과한 잘못된 일이며, 결코 칭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으로, 성경에 기록된 역사 중에 가장 혼탁하고 어지러웠던 시대는 삼손, 기드온 등이 활동했던 ‘사사시대’이다. 그런데 왜 이 시대가 어지러웠는가?

    사사기 21장 25절에 의하면 ‘그때는 왕이 없는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였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당시는 왕정시대가 아니어서 명확한 성문법과 질서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저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만 행동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의 시대가 초래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가와 사회의 모습이 혹시 이런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의 눈에는 저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는 사사시대의 모습이 재연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가 각기 다르고, 여야의 주장이 너무 다르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만 고집하고 행동한다면, 이 시대는 또 다른 사사시대가 되고 말 것이다.

    오늘도 필자의 노모는 “내가 내 마음대로 한다고? 그래, 내가 한 일이 잘못된 일이 어디 있더냐?”라고 항변하듯이 말씀하신다. 촛불을 든 자이든, 막는 자이든 저마다 “우리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고 각자의 소견들을 계속 외치고만 있다.

    그렇다! ‘황희’ 정승의 말대로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 그러나 저마다의 옳은 소견의 거침없는 행동들 때문에 이 시대는 점점 사사시대의 혼란함을 가중시켜가고 있으니 이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을 담고 담아 어머니가 심어 놓은 꽃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두 손 모아 솔로몬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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