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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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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맛을 찾아 ⑦ 의령장 쇠고기국밥

이 맛 안보고 가면 섭섭하제~

  • 기사입력 : 2008-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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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령 수정식당 김희남씨가 가마솥에서 국을 푸고 있다.

    새벽 4시부터 푹 곤 수육과 육수 입안에서 살살 녹는 40년의 손맛

    걸쭉할 만큼 진하게 우려낸 육수 맛에 반했을까. 손 큰 주인장의 후덕한 인심이 마음에 들었을까. 의령장에 들렀던 각지 장꾼들의 입을 타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의령장의 쇠고기 국밥이 가히 진국이더라'고. 소문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났는지는 모른다. 다만 서울의 이씨도, 전라도의 박씨도 국밥 맛을 보러왔다며 의령을 찾아드니, ‘소문이 나긴 났는가 보다’ 하는 거다.‘발 없이 천리를 갔다’는 그 소문을 좇아 의령읍 의령장(3·8일장)으로 향한다. 달리는 차 안으로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발이 따갑다. 갑갑해지려던 찰나, 보슬비가 창문에 뚝뚝 점을 찍는다. 후텁지근한 장마철의 여우비라,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기에 딱 좋은 날씨다.

    의령장터에서 40년간 쇠고기 국밥을 끓여 왔다는 ‘수정식당’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사골향이 진동한다. 하얀 김을 내뿜고 있는 거대한(?) 무쇠 가마솥에서 나는 냄새다. 가마솥 안에는 빠알간 쇠고기국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끓고 있었다.

    25년간 한결같이 쇠고기 육수를 끓여왔다는 이 가마솥은 이 식당의 터줏대감이다. 40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한 남순덕 할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할머니의 딸 김희남(62)씨와 아들 김영호(55)씨 내외가 그 맛을 이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의 메뉴는 쇠고기 국밥(5000원), 쇠고기 곰탕(6000원), 쇠고기 수육(대자 4만원, 소자 3만원)이다. 대표 메뉴인 국밥을 주문하고, 입에 살살 녹더라는 지인의 자랑을 떠올리며 한우 수육도 한 그릇 시킨다.

    국밥을 주문할 때는 국물에 밥을 넣을 것인지, 국수를 넣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선택에 고민이 된다면 국수와 밥을 섞어달라고 말하면 된다. 가격은 5000원으로 동일하다.

    쇠고기의 각종 부위인 갈비, 물피(소의 맑은피), 소머리, 양지가 소복히 담긴 수육이 먼저 나온다. 쇠고기 부위 중에서 좋은 것만 올린 것이라 한다. 선지처럼 보이는 물피는 소의 된피를 빼고 맑은 피만 사용해서 만든 것이라 맛의 깔끔함이 격이 다르다. 갈비와 소머리, 양지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은 질 좋은 한우를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육 그릇을 비워갈 즈음에 국밥 두 그릇이 나온다. 급하게 먹은 수육 덕분에(?) 밥 대신 국수로 부탁했다. 양념장을 넣은 쇠고기 육수의 빠알간 빛깔이 식욕을 자극한다. 그 위에 국수, 콩나물, 쇠고기, 각종 야채들을 얹어 나온다. 말 그대로 ‘쇠고기 국수’다. 구수하고 담백한 육수 맛에 흔한 국수도 별미가 된다.

    주인 김씨는 새벽 4시부터 소머리, 사태 등을 푹 고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게 곤 솥에서 수육 고기를 빼낸 후, 파·무·고추 등 양념을 넣어 끓인 뒤 간을 맞추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님의 상에 오를 때는 국에다 다진 마늘 등을 듬뿍 넣어 맛을 살린다. 이 방법은 40년 전, 어머니 때와 변함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쇠고기 국밥만 먹었으니 그 맛은 내가 못 잊지. 그리고 어머니 도와서 일을 익힌 게 몇 년인데요. 20년 전쯤인가, 어머니 계실 때부터 국은 내가 펐다아이가.”

    국 푸는 게 별건가 싶지만, 김씨의 말은 다르다. 국 하나 푸는데도 각별한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 기름과 국물, 건더기를 한 번에 얼마만큼 적정량을 퍼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의령장 인근에는 쇠고기 국밥집을 하는 집이 4~5곳 더 있다. 하지만 가격은 다르다고 한다. 지난 5월 일제히 가격을 6000원으로 올렸는데, 수정식당에서는 단골손님들의 타박(?)에 가격을 다시 내렸다고 한다. “쇠고기 국밥이 의령 사람들한테는 늘 옆에 두고 먹어야 하는 고향 같은 음식이고, 타지 사람들에게는 의령을 알리는 중요한 음식이거든. 조금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뭐. 앞으로 당분간은 가격을 안 올릴 생각이야.”

    아마도 의령 쇠고기 국밥의 유명세는 ‘20년지기 무쇠 가마솥’, ‘질 좋은 의령 한우’, ‘대를 이어 온 손맛’에 ‘주인장의 인심’이 더해져서 이뤄진 게 아닐까.

    글·사진=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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