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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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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장마철에 톡 쏘는 감칠맛 “캬~”

제철 별미/ 산청 쏘가리매운탕

  • 기사입력 : 2008-07-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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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 전 하나 둘 식당들 모여 민물고기촌 형성 경호강·남강서 잡은 고기로 끓여 육질 쫄깃

    세찬 빗줄기가 더위를 한풀 꺾나 싶더니, 비 그친 도심은 금세 또 뜨겁게 달아오른다.

    장마가 왔다. 구름과 해의 숨바꼭질이 수없이 반복되고, 하늘의 변덕에 지친 사람들은 본격적인 보양식 타령을 시작한다. ‘내 몸 살리는’ 맛을 찾아 몰려드는 이들 덕(?)에 전국 각지 보양식들이 즐거운 몸살에 시달리는 때인 것이다.

    청정고을 산청에는 민물의 제왕, 쏘가리가 전성기를 맞았다. 살맛이 돼지고기처럼 맛있다고 해서 수돈(水豚)이라 불리는 쏘가리. 사시사철 먹을 수 있고 그 맛도 크게 다르지 않건만, 유독 여름철에 쏘가리탕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쏘가리 전문식당촌이 있는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로 가 본다. ‘거울 같이 맑은 호수’란 뜻을 가진 경호강 줄기를 끼고 10여 개의 민물고기 전문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25년 전, 도로가 나면서 하나 둘 문을 열었던 식당들이 모여 산청의 대표적인 민물고기촌을 만든 것이다. 모든 식당들이 세월 속의 전문성과 나름의 노하우를 갖췄기에 특별한 ‘맛집’이나 ‘원조’는 없다.

    주차한 곳에서 가까운 ‘생초식당’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김수미(83) 할머니의 손에서 며느리 김옥선(57)씨의 손으로 31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식당이다.

    가게 앞 수족관에는 피라미, 은어, 메기 등 민물고기가 가득 찼다. 수족관 밑바닥에 거의 배를 댄 채 움직임이 없는 쏘가리를 발견했다. 표범 문양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불규칙한 점들이 빽빽하게 줄이어 박힌 것이 용맹스런(?) 무늬를 이루고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맛을 봐야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을 터. 오늘의 주인공 쏘가리매운탕을 주문한다. 매운탕 가격은 큰 것이 5만원, 중간 것이 4만원, 작은 것이 3만원이다. 두 사람이 먹기엔 작은 게 알맞다.

    주문이 끝나자 김씨는 수족관에서 쏘가리 두 마리를 꺼낸다. 쏘가리를 잡아내는데 유난스레 조심을 떤다. 쏘가리 지느러미에 붙어있는 가시가 날카로워서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크게 나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고기를 잡다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사나운 생선이 맛은 좋더라’는 옛말이 속설만은 아닌 듯싶다.

    육수에 쏘가리를 넣고 직접 반죽해 만든 수제비를 넣고 무, 감자, 팽이버섯, 콩나물, 무청 등 야채를 넣어 맛을 냈다. 코가 시큰거릴 정도로 매운 향이 강하게 올라오지만, 맛을 보면 냇가의 순한 자연내도 배어난다. 싱싱한 쏘가리에 직접 담근 조선간장과 된장을 사용한 게 비결이다. 물의 양을 넉넉히 잡아 살이 무르익은 국물은 걸쭉하고 진하면서도 시원하다.

    쏘가리 살은 푹 익혀 나왔는데도 회에 버금가는 쫄깃함이 느껴진다. 탱탱한 육질의 씹히는 질감을 맛본다면 왜 쏘가리를 ‘수돈(水豚)’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공기밥 한 그릇에 매운탕을 비우자, 땀 때문에 앞머리가 이마에 딱 붙었다. 입 안도 얼얼하다.

    쏘가리에 단백질과 칼슘, 인도 풍부하다고 하니 보양도 제대로 했다 싶다

    쏘가리는 회맛도 좋다. 시가로 계산되는데 요즘은 1kg에 10만원 정도 한다. 민물회지만 참돔과 비교될 정도로 바다회에 맞먹는 신선한 맛을 낸다.

    쏘가리를 먹기 위해 식당가를 찾기 전에는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쏘가리는 맑은 물에만 살아서 대량으로 잡기도 어렵고, 수족관에서도 5일 이상을 못 버티기 때문에 고기가 없어서 못 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찾는 손님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냉동 쏘가리는 쓰지 않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쏘가리의 주원산지는 진주 남강과 산청 경호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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