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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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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야, 방에만 콕 있어도 족보가 달라

★휴가 집에서 제대로 즐기기

  • 기사입력 : 2008-07-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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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나 기다렸던가.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인 여름 바캉스철이 돌아왔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인 바캉스(vacance). 1년 중 이때만큼은 일상 속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편히 쉬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적이는 관광지, 비싼 여행 경비 등으로 바캉스 자체가 외려 스트레스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유가, 고물가로 국내여행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올 여름에는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스테이케이션이란 ‘머물다’라는 의미의 stay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는 비싼 바캉스 여행 비용도 아끼고, 장소보다는 ‘휴식’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실리주의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성공적인 스테이케이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리 회사와 지인에게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알리는 것이다.

    특히 회사에 연락해 일과 관련한 피드백이 쉽지 않을 것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며 업무에 시달리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집 전화와 휴대폰은 전원을 끄거나 수신거부 모드로 바꿔놓는다. 회사에서 오는 다급한 연락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꺼놓는 게 가장 좋다. 이메일, 메신저 등도 접속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세 번째, 스테이케이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목적의식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에 집에 누워서 무조건 뒹굴면 안 된다. 아무 생각없이 빈둥거리다간 짜증만 나고 몸만 더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미리미리 스테이케이션을 위한 소품이나 계획을 준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알찬 스테이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방콕’으로 날리는 휴가가 아닌, ‘방콕’으로 즐기는 법을 배워본다.

    ▲집분위기 바꿔보기= 남편과 휴가일정을 맞추지 못한 박정미(37·여)씨는 올해 휴가를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일상과 똑같이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는 섭섭한 법. 바캉스 기분을 위해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했다.

    우선 거실의 테이블을 치운 뒤, 거실 한가운데 텐트를 쳤다. 텐트 안에는 폭신한 이불과 만화책, 과자 한봉지를 놔뒀다. 그리고 텐트 옆에는 커다란 해먹을 사서 걸었다. 낮잠용이다. 티비 앞에는 소파 대신 커다란 고무보트를 깔아놨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과 요가 비디오도 구매해 뒀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비라 생각했겠지만 여행경비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돈이 아닌가.

    베란다에는 돗자리를 깔고 버너와 코펠을 내놓았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 위주로 가족이 모두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화장실 욕조에는 물을 반쯤 받아놓고, 아이의 장난감을 띄워놓고 미니 풀장을 만들었다. 저녁에는 박씨가 평소 하고 싶었던 장미목욕이나 거품목욕에 도전할 계획이다. 달라진 집안을 둘러보니 익숙했던 집이 새로워보여 괜시리 설렌다.

    ▲지식충전 문화휴식= 책 읽는 게 취미였던 강민우(29·남)씨는 입사 이후 바쁜 일상 때문에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번 휴가에는 집에서 보고 싶었던 책 10권 정독을 목표로 삼았다. 남들 보기엔 유별날지 모르지만, 박씨에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행을 떠나는 게 더 스트레스다. 특히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도 업무차 연수를 떠났기에 더욱 적기인 것이다. 이번 휴가가 아니면 보고 싶었던 책을 읽을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다.

    온라인 서점을 통해 보고 싶던 책을 한두 권씩 사면서 휴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씨. 가벼운 연애소설부터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장편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라뒀다. 물론 여행 서적도 한 권 포함했다.

    책을 읽으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과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쿠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박씨는 비록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으로 무한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여느 휴가보다 마음이 들뜬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대탐험= 결혼 2년차 부부 김영훈(37)· 한지영(35)씨는 올해 휴가 여행을 포기했다. 임신 8개월인 지영씨 건강이 염려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 출산을 앞두고 여행 비용도 아끼자는 취지다.

    그냥 집에서 쉬고 영화나 볼까 생각했지만 휴가가 마냥 아까운 두 사람. 고민 끝에 결국 ‘동네 탐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결혼 후 이사온 지 2년이 지났지만, 바쁜 일상에 동네를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은 동사무소 홈페이지를 통해 동네를 재조사했다.

    동네에는 의외로 여행할 만한 곳이 많았다. 문화재, 작은 미술관, 오래된 비석 등. 평소 관심이 없어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번 휴가 계획을 짜면서 동네에 대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탐험은 저녁 무렵, 2시간에 걸쳐 시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식사 때에 맞춰 평소 이용하지 못했던 동네 식당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걷기가 산모에게도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될 듯.

    장거리 여행을 포기한 두 사람은 이번 휴가에서 남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다시 즐기는 신혼= 결혼 10년차 박정민(44)·김수자(38)씨 부부는 아이 없는 집에서 휴가를 즐길 계획이다.

    아이를 낳고 9년간 알찬 바캉스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온 두 사람은 이번 휴가만큼은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아들 누리(9)와 온이(7)는 4박5일 체험캠프에 보내고, 두 사람은 집에서 쉬기로 한 것이다.

    우선, 여행지를 선택하고 짐을 준비하고 숙소를 예약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휴가철이 다가와도 마음의 부담이 없다. 부모 없이 떠나는 첫 여행이라 아이들의 자립심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아이들이 없는 집에서 오랜만에 둘만 있게 된 두 사람은 괜시리 설레는 기분도 든다.

    박씨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고, 김씨는 예쁜 속옷을 샀다. 휴가 중 하루쯤은 데이트할 때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내며 밥도 먹고 영화도 볼 계획이다.

    새로운 곳과의 만남은 없지만, 둘만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생각에 두 사람은 휴가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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