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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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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치고 50년간 곰장어만 팔았지예~”

장터의 맛을 찾아 ⑨ 김해장 곰장어
5일장 장날에만 ‘반짝 장사’

  • 기사입력 : 2008-07-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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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전통 할매 꼼장어집’ 주인 손금옥씨가 연탄불에 곰장어를 굽고 있다?


    “요거 먹고 싶어서 장날만 기다렸다 아입니꺼.”

    테이블 위 곰장어(먹장어)에 지글지글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고추장 양념에 혀는 불이 난다.

    지독하게 더운 한낮, 김해 서상동에서 열리는 5일장인 김해장(2,7일장). 에어컨도 없는 포장마차 안은 ‘이열치열’ 곰장어 즐기기가 한창이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연신 닦아내는 장봉환(41·김해시)씨는 “이 맛이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왔다. 맛있는데 덥고 안 덥고가 무슨 상관이냐”며 ‘더운 날, 더운 음식을, 덥게 먹고 있는’ 변을 늘어놓았다. 장씨의 손에 이끌려 왔다는 아내도 그 매콤한 맛에 더위 투정은 잠시 접어뒀다.

    50년 넘게 장터에서 곰장어를 구워온 ‘50년 전통 할매 꼼장어집’의 여름 풍경이다.

    정확한 상호도 간판도 없이 장날에만 서는 ‘반짝(?)’ 식당인데도, 장날을 손꼽아 찾아주는 단골 덕에 3대째 이어 온 이 집의 인기 비결은 깊은 양념장 맛과 푸짐한 양, 서민적인 가격이다.

    22일, 식당의 단골들처럼 장날을 꼽아 김해장을 찾았다.

    머리 위로는 김해공항을 드나드는 비행기들이 제각각 소리를 내뿜으며 오가고, 장터 안은 찌는 무더위가 무색할 만큼 창창한 활기로 들썩거린다. 지자체 정비사업의 손이 미치치 않은 이곳은 아직도 옛날 장터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가게 앞, 골목 옆, 인도 등 곳곳에 자리 잡은 장꾼들로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 하나의 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장터 한편에 자리한 포장마차는 ‘50년 전통 할매 꼼장어’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걸고 있었다.

    본래 장터 한가운데서 장사를 하다 올해 초, 이곳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것이라 했다.

    식당 규모는 어림잡아 150㎡ 정도, 일을 돕는 종업원만 5명이다. 반짝 포장마차 치고는 그 규모가 제법 크다.

    식당 주인장인 손금옥(57·여)씨는 “이렇게 해놔도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자리가 없다”며 은근히 자랑이다.

    가게는 손씨의 어머니가 50여년 전 김해장과 장유장을 오가면서 장사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 장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줄 싸고 맛있는 음식을 고민한 끝에 곰장어를 팔게 됐다고. 어머니는 특유의 양념장 맛과 요리 노하우로 장꾼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곰장어 마니아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처녀 시절부터 가게일을 돕던 딸 금옥·재옥(51)씨 자매가 가게를 물려받아 현재 곰장어를 굽고 있는 것이다. 장유장에서는 금옥씨의 며느리가 대를 이어 같은 이름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할머니 때 단골은 지금까지 단골이다.

    포장마차 안, 초보자가 뚝딱 만든 듯한 테이블에 앉아 곰장어를 시키면, 주방에서 연탄불에 직불로 초벌구이한 곰장어와 양념야채가 한데 버물려 손님 상에 올라온다.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씹는 맛에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곰장어를 주문하면 무료로 나오는 선지콩나물국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소(小)자 1만5000원, 중(中)자 2만원, 대(大)자 2만5000원인데, 곰장어 반 야채 반인 다른 곰장어 집과는 달리 2/3가 곰장어라 씹다가 입이 아플 지경이다.

    주인장은 소(小)자에 곰장어가 7마리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수족관 갖출 여력이 안 돼 산 곰장어를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문화된 요리와 넉넉한 인심으로 승부하니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게 아닐까.

    고기를 먹고 난 뒤에는 철판에 밥도 볶아 준다. 남은 곰장어와 야채, 양념장이 올려진 밥을 볶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주인장 손씨는 “아직도 곰장어가 비싸서 못 먹는 서민들도 많다”며 “우리 집에서 돈 걱정 안 하고 배 부르게 먹고 즐기면서 세상 걱정은 한꺼풀 벗어놓고 영양보충하고 가는 게 장사하는 낙”이라고 말했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천막으로 차린 ‘할매 꼼장어집’. 옛 장터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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