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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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경계가 스승이다

이현실 원불교 통영교당 교무
“경계는 나에게 오는 업장이니 참회하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 기사입력 : 2008-07-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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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禪) 수행자의 목표는 마음의 번뇌를 제거하고 맑고 청정한 본래 마음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번뇌는 잡초로 비유된다. 잡초를 뽑아내서 내가 원하는 밭의 모양을 만드는 것처럼, 본래 마음밭을 어지럽히는 번뇌의 잡초도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바람이 멈춘 뒤에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노래하는 새 소리 그치니 산이 고요한 것을 안다”는 옛 글이 있다.

    요즈음 수행자의 보물이 곧 번뇌임을 실감한다. 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이 시대 공부인의 소명일진대, 어찌 번뇌를 떠나 살 수 있을 것인가!

    경계를 따라오는 번뇌와 고난이 나에게는 없었으면 하는 것이 범부의 바람이다. 하지만 인과의 이치 따라 일상 속에서 늘 부딪히게 되는 모든 일이 경계일지니, 목석이 아닌 바에야 경계가 없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계를 맞이하는 수행인에게는 두 가지 마음의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경계가 올 때 원망하는 마음을 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본래 마음을 챙기는 기회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안정시키자. 오는 경계를 손사래를 치며 떨쳐내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켜 주는 기회로 알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선심(禪心)으로 맞이하고 챙기는 것이 마음 닦는 수행인의 근본이 될 것이다. 찾아온 경계에 대해 감사의 시선을 보내게 되면, 담담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경계와 대면할 수 있다. 좋은 기운으로 맞이하니, 싸움을 걸려고 온 경계도 자연 무장해제되는 것이다.

    둘째는 참회하는 마음이다. 경계는 인과율에 따라 나에게 오는 업장이니 이를 참회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업을 짓지 않기로 다짐하는 마음이 따라야 한다. 인과는 조금도 틀림이 없는 것이니, 내가 지은 업장은 내가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나를 찾아온 경계에 대해 감수불고하고 정성으로 참회하면 그것이 곧 업장 소멸의 작업이니, 참으로 홀가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번뇌와 고난으로 찾아온 경계일지라도 감사와 참회로 마무리하면, 그 경계의 결과는 은혜롭게 종결된다. 그래서 경계가 곧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계 대처 과정은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원불교에서는 일기를 통해 경계를 알아차리고, 본래 마음으로 돌리도록 지도한다. 오늘 있었던 자신과 경계의 대면을 객관화시켜서, 승부가 난 바둑을 복기하듯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처리가 잘 되지 못한 부분을 확인해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원불교 ‘일기법’의 의도이다.

    “좋고 그름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여든 된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옛 선사의 말처럼, 경계를 감사와 참회로 맞이하고 은혜로운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챙기고 또 챙기는 반복 수행밖에 없다. 일기 쓰기는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니, 독자의 실천을 권해 본다.

    한 경계를 지내니 한 깨달음이 오고, 한 고비를 넘으니 좁쌀만한 심력(心力)이 쌓인다.

    바람이 이니 꽃이 떨어지는 것을 알겠구나. 새 소리 그치니 깊은 산의 고요함이 새삼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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