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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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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 찬 돌멍게, 네가 왔구나 !

제철 별미/ 남해안 돌멍게

  • 기사입력 : 2008-07-31 00:00:00
  •   

  • 돌멍게회


    더운 여름, 바다의 넉넉함이 고마운 계절이다.

    이글거리는 햇발은 흐르는 바닷물에 몸을 섞어 잠시 더위를 식혀가고, 해변가의 인파들은 파도에 까르르 웃음을 섞으며 푸름을 즐긴다. 그리고 바다 깊은 곳에서는 제철을 맞은 돌멍게가 상큼한 바다 맛을 꽉꽉 채우고 있다.

    바로 지금, 남해안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는 돌멍게를 찾아 서둘러 남해로 향했다.

    여름이면 바닷내는 더욱 강렬해진다. 남해의 여름도 짭짜르한 내음에 젖어 있다. 다리를 건너 섬에 들어서자 굽이굽이 도는 길마다 그림으로 그린 듯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빛을 닮은 하늘과 하늘빛을 닮은 바다, 그리고 선명한 구름이 이루는 조화는 마치 동화속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도착한 곳은 싱싱한 돌멍게를 공수(?)해 놓았다는 한 부둣가의 ‘선소 횟집’. 주인장 김미정(43·여)씨는 몇 시간 전에 미조항에서 해녀가 캐냈다는 ‘돌멍게’를 대야에 담아 보이며 “구하기 정말 힘들었다“는 엄살로 우리를 반겼다.

    대야에 담긴 ‘돌멍게’는 영락없이 ‘돌덩이’ 모양이다. 거칠고 오돌토돌한 표면에 색깔도 거무튀튀하다. 마치 돌에 서식하듯 파래 등 각종 해산물도 붙어 있다. 과연 이 돌덩어리가 ‘꽃멍게’에 버금가는 바다맛을 낼 수 있을까. 의문은 금방 가셨다. 주인장의 날카로운 칼끝에 베어진 돌멍게의 속살을 본 그 순간 침부터 꿀꺽 넘어간다. 촉촉한 육즙(?)에 담긴 노오란 속살이 마치 새콤달콤한 열대과일을 떠올리게 한다.

    젓가락으로 속살을 집어 올리자 강한 바다향이 코끝을 스친다. 비린 듯하면서도 상쾌한 내음이 독특하다. 싱싱한 속살이 혀끝에 부드럽게 와닿는다. 해산물 특유의 물컹물컹함보다는 도톰하고 알찬 느낌이 강하다. 오독오독 씹으면 씹을수록 싱싱한 바다향이 배어 나온다. 신선한 여름맛을 유지하느라 돌처럼 두꺼운 껍데기 속에 꼭꼭 숨어 있었나 보다.

    속살을 먹은 뒤에는 돌멍게의 진수, 껍데기 맛(?)이 기다리고 있다. 돌멍게를 먹은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 껍데기에 부어 마시는 돌멍게주가 바로 그것이다. 돌멍게 껍데기에 소주를 부어 1분 정도 두면, 바다의 비린 내음과 알코올의 쓴맛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싱싱한 ‘돌멍게주’가 완성된다.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밤새 주거니 받거니 해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맛이다. 시원한 여름 바다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다.

    돌멍게 비빔밥도 별미다. 각종 야채와 참기름으로 섞은 돌멍게 비빔밥 또한 독특한 향과 돌멍게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인 김씨는 “이맘때면 돌멍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며 “돌멍게는 냉동고에 넣어 놓아도 하루가 지나면 못 먹기 때문에 여름철 맛볼 수 있는 신선한 회 중에서는 돌멍게가 으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돌멍게는 꽃멍게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유는 서식지가 남해와 통영 앞바다 일부로 제한돼 있고, 양식이 힘들어 잠수부나 해녀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따내기 때문이다. 가격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 횟집의 돌멍게 가격은 1㎏에 3만원, 2㎏에 4만원, 3㎏에 5만원이다. 회덮밥은 1만원.

    제철만 나기 때문에 돌멍게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없고, 남해안 각지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수요가 매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돌멍게를 꼭 맛보고 싶다면 식당에 미리 전화해 문의하는 게 좋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돌멍게 껍데기를 이용한 돌멍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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