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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논술 주제별 논술강좌] (20) 과학기술문명과 인간

  • 기사입력 : 2008-08-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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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학년도 이화여대 모의 논술문제 변형>

    현대 우주론을 다룬 제시문 [가]와 사이버 공간의 의미를 기술한 제시문 [나]를 읽고 주어진 문제에 답하는 논술문제이다.

    [문제 1] 두 제시문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하시오.(350자 내외)

    [문제 2] 글쓴이의 입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시오.(800자 내외)

    [문제 3] 반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시오.(350자 내외)

    (*제시문 원문은 뒤쪽에 게재)

     # 출제 의도


     이 문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시대의 가상공간이 단순히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다. 좀 더 정확히 공간에 대한 근대적 인식, 즉 물리적 공간만 절대화하는 인식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공간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필자의 견해를 요약한 뒤, 반론의 형식으로 그것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보기를 요구한다.


     
     # 논제 분석


     논제가 요구하는 것이 크게 까다롭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요구사항이 적을수록 학생들은 논술문을 구성해야 하는 부담을 줄어들지라도, 논술문 쓰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요구사항이 적고 방향이 명확하게 제시됐기 때문에 다른 학생과 차이점을 부각시키려면 답안을 단순하게 써서는 안 된다. 이런 논제는 논술문을 쓰기 전에 좀 더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개요를 꼼꼼하게 짜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 논제는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요약 능력을 요구한다. 일부 학생의 경우에 요약 문제는 학교수업에서 배우는 '주관식 서술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긴 글만큼 짧은 글을 작성하는 것도 어렵다. 논술에서 요약은 글쓴이의 핵심 주제를 정확하게 뽑아내고, 주제를 찾는 과정을 짧은 분량 안에서 보여 줘야 한다.
     
     두 번째 논제엔 '반론'을 제기하라는 조건이 있다. 반론을 펼칠 때 전제해야 할 것은 제시문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문제 1]에 대한 답변이 정확하지 않거나, 명확하지 못하면 반론의 지점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반론에서 무작정 '~해야 한다'는 당위 명제는 삼가는 것이 좋다. 반론 또한 글을 읽는 이를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논증이나 근거가 없는 반론은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준다.
     
     세 번째 논제는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체로 두 가지의 양상을 보인다. 하나는 비현실적이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두 번째는 추상도가 높아 문제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대안 또한 논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신이 제시한 대안이 왜 합리적인지를 밝힐 때 어려운 사회적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보이는 설득력을 얻는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첫 번째 단락은 중세시대에 인식의 전환이 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천동설과 지동설과 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신(神)에서 인간으로 자리를 바뀌면서, 인간은 인간중심적인 미래를 보장받은 것처럼 여겼다. 이 단락의 핵심은 '과학이 신학을 대신해 인간이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다음 단락에서 인간중심적인 미래라는 기대는 꺾이게 된다. 이 단락은 인간에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지 못한 원인을 보여 준다. 단락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가장 마지막 문장이다,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 중심적인 삶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이 오히려 물질의 발달로 박탈됐다는 내용을 '공간'의 개념을 들어 주장한다.


     특히 학생들이 참고할 것은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라는 문장과 그 뒤에 나오는 문장들 간의 관계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주지-상술의 서술방식을 보여 주는 부분인데, 뒤에 나오는 문장들이 맨 앞의 문장을 부연하면서 설명해 주는 형식에 주목해야 한다. 요약할 때 필요한 것은 상술 부분이 아니라 주지 문장이다.


     마지막 단락은 중세와 현대를 비교해 가면서, 영혼과 정신공간의 상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신'이 사라져 버렸다는 셈이다. 신이 사라지면서 신이 주는 위안과 희망이 사라졌고, 그 결과 서구는 정신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서술이 이어진다. 즉 고통에 대한 위안의 근거로서 신의 존재가 부정됐기 때문에 인간은 고통 그 자체와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됐고, 그것은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제시문 [나]= 첫 번째 단락은 대부분이 실제 통계수치를 인용한 서술로 채워져 있다. 논리의 전개보다 사실의 제시에 치중하는 단락이기에 요지를 정리하기 쉬운 편이다. "물리적 실재의 우주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토로서의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라고 요지를 정리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락은 첫 번째 단락의 현상 제시를 이어받아 그것이 갖는 의미를 해석한다. 사이버공간은 제시문 [가]에서 이미 설명한, 물리적 실재공간과 전혀 다른 혁명적인 공간이라는 것이 두 번째 단락의 핵심 내용이다.


     세 번째 단락에서 사이버공간의 혁명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라는 점을 제시문 [가]와 연결해 생각하자. 과학의 발달은 물질만 남겼지만, 사이버공간은 과학기술의 산물임에도 인간의 정신이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사이버'공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해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논술문 작성 방향
     
     [문제 1]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요약' 문제는 글에서 글쓴이가 말하려는 주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주제를 발견하려면 핵심 주제어가 무엇인지 가려내야 한다.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각 형식의 문단의 요지를 개략적으로 파악하고 형식 문단 간의 논리적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심 문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단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글 전체의 요지를 자신의 언어로 바꿔 표현해야 한다.

     
     [문제 2] 반론을 펼치려면 필자의 논증과정의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 가장 쉽게 반론하는 방법은 주장의 전제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 제시문에서도 전제의 역할을 하는 [가] 제시문에서 문제점을 찾아 필자의 입장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가] 제시문에서는 근대세계와 근대적 가치를 구성하는 전제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근대 우주론을 지적한다. 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러한 부정적 양상의 원인을 정신과 영혼의 배제에서 찾는 필자의 태도는 오히려 문제를 추상화시킬 수 있다. 필자는 '기독교적인 영혼의 삭제'를 언급하는데, 서구사회의 정신적 위기를 기독교적인 영혼의 삭제에서 찾는 것은 지나치게 신학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방향은 필자의 전제와 견해를 모두 보여 준 뒤 견해를 비판하는 방법이다. 필자의 견해는 사이버공간이 상상력과 정신을 위한 공간으로서 유용성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 일단 새로운 공간인 사이버공간이 출현했음을 인정하고 난 후, 과연 그것이 물질적 실재와 분리된 정신의 자유와 상상력의 해방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사이버공간을 정신과 상상력을 위한 공간으로만 한정하는 필자의 태도에 반론을 펼칠 수 있다. 둘째로 현실과 달리 사이버공간이 정신의 자유와 상상력의 해방 가능성을 가진다고 하지만, 상상력의 해방 그 자체가 일으키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익명성에 따른 피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셋째로 필자의 관점은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에 접속하는 동안 정신과 상상력의 해방을 만끽할 수 있지만, 접속을 끊는 순간 우리는 현실공간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문제 3] 대안을 제시하라는 조건의 숨은 전제는 '반드시 문제 현상이 있다'이다. 어떠한 문제가 없다면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문제 2]에서는 반론을 펼치면서 드러낸 현대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대안을 제시하려면 '원인'을 분석한 뒤 대안을 제시할 때 단락 간의 논리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해결책을 던지려면 그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그 원인이 나타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과 그 대안의 타당성을 함께 보여 줘야 한다.  <경남초암아카데미 제공>

    사진설명= 기가비트 랜이 적용돼 기존 랜 대비 10배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 신제품과 2009년 발사 예정인 우리나라의 첫 정지궤도 다목적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COMS-1) 가상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시문 원문> 2004학년도 이화여대 모의 논술문제 변형
     
     [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 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 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 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 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 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 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
     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 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 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 반면에 근대의 우주론자들은 지구공간과 천체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 게다가 물질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 버린 다음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영혼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근대 우주론의 무한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 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 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 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 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 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공간이 약 150억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 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 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 물질공간처럼, 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 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 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 1998년 중반 현재,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 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 전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 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해서, 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
     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 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 내가 활동하는 온라인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
     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 실리콘 칩, 광섬유, 액정화면, 원격통신위성, 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 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 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 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 '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 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 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 나는 거기에 있다. 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 특히 상상력을 위한, 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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