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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6) 남강⑨-칠선계곡에서 임천강을 따라

한국전쟁의 비극·가락국의 한… 아픔의 역사를 만나다

  • 기사입력 : 2008-08-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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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 10대 임금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는 돌무덤.


    8월의 여름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은 따가웠다. 여름은 무덥지만 곡식을 자라게 하여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고마운 계절이다.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는 지리산 칠선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정자나무 아래 앉아 한낮 더위를 식히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는데 매미 울음소리가 합창을 하고 있었다.

    칠선계곡과 백무동 계곡의 물줄기가 만나 몸집을 불린 임천강 줄기의 용유담은 기암괴석 사이로 물줄기를 힘차게 쏟아내고 있었다. 용유담은 한때 지리산 댐 후보지로 검토되어 댐 반대를 위해 실상사 스님들이 삼보 일배를 했던 곳이다.

    강을 따라 내려서는데 우리 국토를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미워했던 외래종 노란 달맞이꽃도 강가의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피어 있었다.

    임천강을 따라 내려오는 도로변 산촌 마을 원두막에는 휴가철이면 농부들이 손수 가꾼 포도, 복숭아, 옥수수를 내놓고 피서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깊은 산골에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전(傳) 구형왕릉= 임천강을 따라 오다 함양군 휴천면 남호리에서 임천 제1교를 건너면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작은 들판 사이로 좁은 콘크리트 도로가 있다. 방곡천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가면 금서면 방곡리에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이 있다. 6·25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들이 잠들어 있다.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을 하던 국군이 양민을 통비 분자로 간주, 1951년 2월 7일 오전 6시부터 산청과 함양지역에서 386명(유족회 주장 705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지금도 곳곳에 당시 무참하게 살해되었던 현장을 알리는 표지가 있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아물지 않는 역사는 잠들지 않는다. 처참했던 역사의 현장은 말은 없지만 살아있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자녀들과 피서를 떠나는 길이라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비극의 역사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굽이굽이 돌아 흘러가는 임천강을 따라 걸음을 재촉하니 강가에는 지나간 역사의 흔적은 아랑곳없이 피서를 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금서면 소재지에서 지방도로 60번을 따라 왕산방향으로 잠시 이동하면 금서면 화계리에 덕양전이 있다. 가락국 제10대 왕인 구형왕과 왕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구형왕은 신라 법흥왕 19년(532)에 나라를 신라에 넘겨주고 이곳 왕산 수정궁에서 생활하다 5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1898년에 덕양전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30년 지금 있는 자리로 옮긴 후 1991년 고쳐 지었다.

    덕양전을 돌아 오래된 느티나무를 비켜 왕산 방향으로 잠시 걸음을 옮기면 망경루 현판이 붙어있는 정자가 있다. 오른쪽에 무량사라는 절집을 지나면 주차장이 나오고 왕산을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가야 10대 임금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지고 있는 돌무덤이 있다.

    구형왕은 구해 또는 양왕이라 하는데 김유신의 할아버지이다. 521년 가야의 왕이 되어 532년까지 11년간 왕으로 있었다.

    이 무덤을 둘러싸고 종래에는 석탑이라는 설과 왕릉이라는 2가지 설이 있었다. 이곳에 왕명을 붙인 기록은 조선시대 문인인 홍의영의 ‘왕산심릉기’에 처음 보이는데 무덤의 서쪽에 왕산사라는 절이 있어 절에 전해오는 ‘왕산사기’에 구형왕릉이라 기록되었다고 했다.

    일반 무덤과는 달리 경사진 언덕의 중간에 총높이 7.15m의 기단식 석단을 이루고 있다. 앞에서 보면 7단이고 뒷면은 비탈진 경사를 그대로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평지의 피라미드식 층단을 만든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무덤의 정상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돌무덤의 중앙에는 ‘가락국양왕릉’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고 그 앞에 석물들이 있는데 이것은 최근에 세운 시설물이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왕릉의 경내에는 풀이 전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나라를 신라에 바친 구형왕의 한이 서려 있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왕릉의 곳곳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오르내리고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 우리 스스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망경루

    △전통한방휴양관광지·왕산·필봉산= 전(傳) 구형왕릉을 뒤로 하고 군도 60번을 따라 왕산 자락을 넘어서면 굽이굽이 흐르는 경호강은 래프팅을 하는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경호강은 유속의 완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수상유람의 여유와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왕산과 필봉산 자락 금서면 특리 일원에는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방을 주제로 한 약초판매장을 비롯해 한방시설과 운동, 휴양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또한 전국 최초로 한의학 관련 전문 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전통 의학실에는 한의학의 우수성과 전통요법 등을 소개하고 있고 약초 전시실에서는 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매년 5월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방휴양관광지를 감싸고 있는 왕산(해발 923m)과 필봉산(해발 848m)은 선비의 고장을 상징하는 산청의 진산으로 알려져 있다. 왕산은 구형왕의 능과 김유신이 활을 쏘던 자리가 있고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한약 제조에 사용했다는 약수터가 있는 곳이다.

    필봉산은 산의 모습이 붓끝을 닮았다 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많다. 동양학자 조용헌 선생은 칼럼에서 “문필봉이 있으면 그 봉우리의 영향을 받아 인근 지역에 학자와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여겼다. 산청에 있는 문필봉은 이름 자체가 아예 ‘필봉산(筆峰山)’이다. 그만큼 또렷하고 잘 생긴 문필봉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필봉산이 바라다 보이는 주변에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조선초기 일두 정여창(1450~1504), 옥계 노진(1518~1578)을 비롯한 ‘8선생’이 모두 이 필봉산이 바라다 보이는 함양, 산청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 믿음을 굳건하게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왕산과 필봉산을 서너 차례 산행을 했는데 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생초국제조각공원·생초고분군= 대전 통영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열려 있는 생초 나들목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경호강을 가르는 고읍교를 건너면 필봉산이 가장 아름답게 다가오는 생초면 소재지이다. 버스정류장의 왼쪽 낮은 산등성이 주변에 선사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군과 생초국제조각공원이 있다. 최근에 발굴한 가야시대 고분군 2기와 국내외 현대조각품 20여점이 어울려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외산성은 생초고분군 위쪽 좌측 야산(해발 366.9m)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려 초기 테뫼형 석축산성의 형태로 임진왜란 때 곽재우가 의병을 이끌고 북진하는 왜군들을 저지하기 위해 이곳을 거점으로 삼았다고 한다. 고분군의 뒤쪽으로 해발 200~240m 지점의 구릉지에는 생초고분군이 있는데 무덤 내부를 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천장을 좁혀 뚜껑돌을 덮었으며 입구와 통로가 있는 앞트기식 돌방무덤으로 100여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나 복원을 해놓은 것을 보아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문화재 행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능선에서 보이는 경호강은 시원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tip.맛집

    ▲왕산산장: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64. 장길순 (☏ 055-973-6395). 산채정식: 6000원(백지, 방풍, 시침구 등 한약재 10여 가지 반찬으로 나온다). 토종닭: 3만원(4인분)

    ▲일신식당: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255. 신경애(☏ 055-972-2175). 쏘가리탕: 4~5만원(4~6인분), 피리·은어조림: 2만5000원(4인분). 경호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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