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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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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그 맛 그대로… “할매표 칼국수네”

장터의 맛을 찾아 ⑩ 하동 진교장 콩칼국수·팥 칼국수

  • 기사입력 : 2008-08-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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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진교장에서 이민자 할머니가 10년째 팔고 있는 콩칼국수와 팥칼국수.


    옛시절 집에서 해먹던 방식으로 끓인 고향의 맛

    모내기철이 되면 온 동네가 구수한 팥 향으로 뒤덮였다.

    품앗이 순서가 돌아온 집에서 ‘콩·팥 칼국수’를 만드는 냄새다. 점심시간, 논두렁에 ‘콩·팥 칼국수’가 담긴 가마솥을 내려놓으면, 잔치판처럼 동네사람들로 북적댔다.

    땀 흘린 일꾼들은 둑 위에 올라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모처럼 둘러앉은 동네 아낙들은 칼국수 한 그릇에 수다를 풀어내고, 배곯는 동네 아이들은 모처럼 포식을 했다.

    하동 진교장, 그 시절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집이 있다.

    10년째 ‘콩·팥 칼국수’만 만들고 있는 이민자(68) 할머니의 ‘시장 죽집’.

    50년 전, 진교로 갓 시집온 할머니는 생전 처음 ‘팥·칼국수’를 접했다. 팥죽도 아니고, 칼국수도 아닌 이 음식이 처음에는 생소하기 그지없었건만, 수십인분 팥·칼국수를 곧잘 끓여내는 ‘진교 아낙’이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50년이 흘러 할머니가 된 그 새댁은 이제 그 맛을 팔고 있다. 장사 경력은 10년이지만, 죽 끓이는 경력은 50년인 할머니. 옛날 방식 그대로 배웠기에, 만드는 법도 맛도 옛 것 그대로다.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동네 단골들이 많다.

    10년 단골이라는 백영자(70·여·하동군 진교면) 할머니는 “옛날 맛 그대로 나는 집이라 찾는다”며 “이 집 콩·팥 칼국수 먹고나면 고향 생각이 더욱 많이 난다”고 말했다.

    죽집의 메뉴는 3가지다. 콩칼국수, 팥칼국수, 그리고 여름 별미인 콩냉국수.

    칼국수를 파는데 왜 죽집이라 부를까. 할머니는 “옛날부터 그리 불러왔다”며 싱긋이 웃기만 한다. 아마도 콩죽과 팥죽이 칼국수의 기본이기 때문일 터.

    칼국수를 주문하면 나오는데까지 적어도 15~20분 정도 걸린다. 갈아놓은 콩과 팥으로 죽을 만들고, 밀가루를 뽑아내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에어컨 없는 좁은 식당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제법 길다. 분주하게 손을 놀리던 할머니가 드디어 칼국수 두 그릇을 내놓는다. 반찬은 열무김치와 깍두기. 조미료 없이 끓여낸 칼국수의 국물(죽) 간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테이블에 놓인 소금과 설탕을 입맛에 맞게 섞으면 된다.

    간을 하지 않은 죽은 담백하고 순수한 맛을 낸다. 콩죽은 시원하고 고소하고, 팥죽은 걸쭉하고 달콤하다. 손수 반죽한 칼국수는 쫄깃쫄깃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는 새콤달콤 입맛을 돋운다.

    콩과 팥은 국산만 사용한다. 장날 동네 할머니들이 들고 오는 콩과 팥을 사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것이란다.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장터가 기울면서 장사가 힘들긴 하지만, 친구같은 단골들 때문에 먹고 산다며 “시장이 빨리 되살아나서 죽장사도 잘되고 사람도 들끓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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