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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키우는 역사논술 (5) 만들어진 신화

링컨은 노예해방론자? 신대륙은 콜럼버스가 발견?

  • 기사입력 : 2008-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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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8년 8월,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 후보는 이렇게 발언했다.

    “나는 백인과 흑인을 정치적·사회적으로 평등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양자는 신체적 차이가 있는 바,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 때문에 양자가 완벽한 평등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란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차이란 필수적인 것입니다. 나 역시 당신(상대방 후보)처럼 내가 속한 인종(백인)이 더 우위에 있기를 원합니다.”

    이 후보는 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흑인에게 선거권을 주거나 배심원으로 삼으려 한 적도 없고, 흑인들에게 공직을 부여할 생각도, 백인과의 결혼을 허용할 생각도 없습니다. 흑인 노예를 해방시켜 우리(백인)와 정치적·사회적으로 동등하게 만든다고요? 내 안의 감정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동등해질 수 없어요.”

    이 후보는 우리가 노예해방선언으로 잘 알고 있는 에이브라함 링컨이다.

    기원전 60년경, 네덜란드 해안에서 두 사람이 구조되었다. 이 사람들은 당시 유럽인들이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었다. 폭풍으로 네덜란드까지 좌초한 것이다.

    유럽의 수도사들은 선교여행을 자주 떠났다. 6세기 아일랜드의 수도사 브렌던은 서쪽을 향해 배를 타고 선교여행을 떠났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고, 그 내용은 ‘수도사 성 브렌던의 항해’를 비롯한 몇몇 책에 기록되어 있다.

    서기 986년 바이킹 비야르니 헤르욜프손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이후 바이킹들은 캐나다 동부 해안에 정착촌을 이루고 살았다. 그리고 1418년 중국인들은 아메리카 해안이 그려진 지도를 제작했다.

    그러나 우리 역사 교과서에는 아메리카 대륙을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유감스럽게도 위의 새로운 내용이 진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은 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링컨은 노예해방론자도 아니었고,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왜 우리는 이렇게 거짓을 진실로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버젓이 교과서에도 남아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들이 신화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 등의 칭호가 붙어버리면서 그들은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어버린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추앙받아야 하는 이들이고, 그들을 추앙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실을 은폐하고, 심지어 거짓을 대입하여 말을 만들어 내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은 역사의 경계를 넘어 신적인 영역에 들어가 있는 절대적인 이들이 된다.

    신화는 필자가 앞서 말한 ‘외눈박이 역사’와 ‘기억과 망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외눈박이 역사’와 ‘기억과 망각’은 역사를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려 역사적 사실을 ‘취사 편집’하는 것이었다. 즉, 역사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신화를 만들어 내는 이들은 진실과 거짓, 역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신화로 만들기로 정한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신화로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중대한 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콜럼버스 신화를 만든 이들은 ‘위대한 발견’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면서 유럽인들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시킨다. 수천만 명의 살육은 ‘발견, 개척’이라는 단어에 묻혀버린다.

    콜럼버스가 몇 번째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는지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무조건 첫 번째 발견으로 우기고 대중에게 유포하면 그만이다.

    ‘링컨 신화’도 마찬가지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의 미국은 늘 분열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것을 보완해 줄 초강력 접착제가 바로 링컨이다.

    링컨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생각들은 중요하지 않다.

    링컨은 무조건 노예해방론자였고, 노예해방을 위해서 노력하다 죽은 사람이다. 미국에는 이처럼 위대한 백인이 있으니,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은 백인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버리고, 모두 함께 미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교과서와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주입되며, 이 과정에서 백인들은 미국사회를 영속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신화는 거대한 장벽이다. 대중에게 다가서도록 노력하지만 신화에 흠집이라도 내면 대중들은 그것이 사실이건 거짓이건 판단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이 들어온다.

    그래서 어떤 역사학자는 말한다.

    “진실의 최대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다.”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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