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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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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5)차(茶) 마니아 심평운씨

30년간 매일 茶와 향긋한 데이트
제대로 차 즐기려 집안에 찻방도 마련

  • 기사입력 : 2008-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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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심평운씨가 자신의 찻방에서 말차 먹는 법을 선보이고 있다. /조고운기자/



    “차를 좋아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아서 한 가지만 꼽아 말할 수가 없네요.”

    차 한 잔에 마음을 우려내는 다인(茶人) 심평운(60·진해시 근화동)씨.

    다도가 생활이고, 다구 수집이 취미에 다구공예가 업인 그는 자타 공인 차(茶) 마니아다.

    수화기 건너 “차 한 잔 하러 들르라”는 말에 한달음에 그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안, 긴 정원을 지나 그가 안내한 곳은 10㎡ 남짓한 일본풍 찻방(茶房)이다.

    “지난 3월 제대로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만들었다”는 방에는 각종 다구들과 고풍스러운 도자기 등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화가인 그가 ‘연출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신조로 화로, 촛대, 향로, 다화 등 일본식 전통미에 자신의 감성을 더해 꾸민 것이다.

    정좌를 하고 찻상을 가운데 둔 채 마주앉자, 그는 식사를 언제 했냐고 물은 뒤 일본식 말차를 권했다.

    그리고는 꽤 오래된 듯한 사발 하나를 꺼낸다.

    “100년 전의 사발이에요. 아마 차 맛이 조금 다를 거예요.”

    100년이라니, 손에 들기도 조심스럽다. 그러고 보니 방 안에 있는 다른 다구들의 역사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골동품을 좋아하는 심씨가 수십년간 손수 모은 다구들, 평균 연령대가 어림잡아 100년이다. 디자인이 예뻐서 구매한 신작부터 수백 년 전의 옛것까지.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인 다구들이 한 방에 모여있는 것이다. 일본의 보물인 조선시대 막사발 이도다완, 일본의 유명한 다도인 우라센케의 소장다구 등 말 그대로 다구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귀한 다구를 직접 사용해 차를 마신다는 것이다. 손님에게 대접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좋은 차를 마시고 싶어 산 것이기 때문에, 마셔 주는 게 그 가치를 잘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몇 천만원에 달하는 귀한 물건들을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해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차를 마시면서 좋은 물건을 보고 즐기는 것 또한 다도의 즐거움이란 것.

    다구뿐만이 아니다. 그는 일본차, 중국차, 한국차 등 차도 수십 종을 가지고 있다. 차마다 사용하는 수구가 다른데, 자주 사용하는 것은 20개 남짓이다. 그가 소유한 가장 오래된 차는 100년쯤 된 중국 보이차다.

    구경에 한참 정신이 팔려 있을 때쯤, 화로 위에 놓인 은주전자가 뽀글뽀글 소리를 낸다.

    그는 정성스러운 눈길과 손길로 차를 만들어 낸다. 30년간, 거의 매일 반복해온 그의 행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절도가 있다.

    그는 차를 마실 때 눈과 향과 혀로 세 번 마셔야 한다고 했다. 그가 따라 준 말차는 푸르고, 향긋하고 고소했다.

    찻잔을 내려놓고 그에게 차를 즐기면 좋은 점을 물으니 “그냥”이라고 간단하게 답한다.

    “그냥 좋은 겁니다. 뭐라 한 가지 딱 꼽아서 좋은 게 아니고 모든 것이 좋거든요. 좋은 자리에서 좋은 잔에 좋은 친구와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마시는게 인생의 낙이죠. 건강에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그는 차를 정식으로 공부한 학자는 아니지만, 다도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그에게 다도를 배우기 위해 찾아드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인은 물론, 차 선생들도 그의 단골 손님이다.

    그는 “차를 배우러 온다는 게 수업을 받는 개념이 아니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둑 두듯이 자연스럽게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를 더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이 동양화인 그는 차를 접하면서 차시와 차시통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다 주위의 권유로 전국공예대전에 작품을 낸 그는 전국공예대전 한국경제인연합회상(2000, 2001), 산업부장관상(2002)을 연이어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다선일체 다선일미(茶禪一體 茶禪一味).’ 차와 선은 하나이고 맛도 하나라고 했던가. 그와 마주앉아 차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마음 속에서 잔잔한 평화로움이 흐르는 듯했다.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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