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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키우는 역사논술] (6) 역사는 진보하는가

왜 피라미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 기사입력 : 2008-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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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설명= 역사는 필요에 따라 진보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하며, 퇴보하기도 한다. 사진은 고대 피라미드와 전지 항아리, 미국의 달 착륙 이미지 합성.>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역사는 돌고 돌뿐인가?’라는 것이다.

    한쪽을 보면 역사는 진보하는 것 같아 보인다. 발전된 현대문명, 컴퓨터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물건을 바로 살 수 있으며,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 어르신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에 경탄을 하면서 ‘정말 세상 좋아졌다’를 연발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가난한 사람은 아직도 굶주리고 있으며,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권력을 위한 경쟁은 그치질 않았으며,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방식은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청동기 시대 사람들을 데려놓아도 처음에는 현대문명의 화려함에 놀라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우리들처럼 적응하고 살 것이다. 왜냐면 큰 틀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인가? 아니면 진보한다는 것인가? 혹은 퇴보한다는 것인가? 이 논쟁에 마침표를 찍기 전에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는 화려한 고대문명이 꽃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기를 개발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전지 항아리를 만든 것이다. 전지 항아리들은 지금도 유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은 19세기 초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 볼타가 전지를 만든 것이 최초의 전지라고 알고 있다.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 그 규모와 정밀도는 상상을 초월해서 지금 기술로도 피라미드를 만들려고 한다면 건축학자들이 난색을 표할 정도이다.

    1969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이후 몇 차례 달에 사람이 갔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는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역사가 진보하거나 퇴보하거나 반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고대문명이 발달하였다. 그 문명의 근저에는 연금술의 발달에 있었다. 연금술사는 고대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였다. 그러다 그들은 특정 금속과 몇몇 물질들을 조합하면 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았다. 그리하여 항아리 전지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명백하게 진보이다. 그러나 항아리 전지는 당시 쓰일 곳이 없었다.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전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귀족들이 항아리 전지를 만지면서 찌릿찌릿하는 느낌을 즐기거나 불꽃이 튀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귀족들의 취향이 변하자, 항아리 전지는 아무런 쓰임새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연금술사들은 항아리 전지를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피라미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당시에 피라미드가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피라미드를 제작하는데 국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피라미드 제작과정에서 고난도의 수학적 기법과 돌을 능숙하게 다루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피라미드와 같이 소모적인 건설은 필요 없어졌으며, 그로 인해 건설과정에서 개발했던 고난도의 수학적 기법이나 돌을 다루는 기술도 함께 사장되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우주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 미국은 국력을 기울여 우주개발에 착수했고,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을 들여 드디어 달에 사람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곧 미국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달에서 몇 번 돌아다니는 것이 미국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체제경쟁에서 이겼다는 우월감뿐이었다. 그 외에 남는 것은 엄청난 액수의 청구액이다. 미국은 이 소모적인 우주개발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고, 우주왕복선을 통해서 몇몇 실험을 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필요성’이다. 고대에는 연금술사들의 뛰어난 능력이 ‘필요’했고, 전지를 만들어내는 ‘진보’까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전지는 그 시대에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피라미드의 경우도, 피라미드 건설이라는 목표를 완수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지만, 피라미드의 건설이 무의미해지자 그 기술들도 ‘필요성’을 잃어버리고 사라지게 되었다. 미국이 달에 인간을 보낸 경우도 동일한 이유이다.

    이렇듯 역사는 필요에 따라 진보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하며, 퇴보하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역사는 진보한다’, ‘퇴보한다’, ‘반복된다’고 정의 내린다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거나, 한 면만을 보고 확대해석한 것이다. 동일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는 진보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반복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무성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진보하거나 다시 찾을 것이고, 인류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퇴보할 것이다.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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