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소쿠리] 금메달이 뭐기에?
- 기사입력 : 2008-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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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소리가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베이징올림픽에서 유도의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아파트에서 함성과 함께 큰 박수 소리가 나자 큰애가 안방에서 TV를 보던 제 옆으로 오며 물었습니다.
마치 내가 금메달을 딴 것 같았던 그 감동의 순간 기억나시지요.
금메달이 ‘뭐기에’ 그럴까요?
여기서 잠깐.
‘뭐기에’는 ‘뭐길래’가 맞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듯 합니다. 오래 전에 인기를 끈 ‘사랑이 뭐길래’라는 제목의 드라마 때문에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인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는 ‘-기에’입니다. ‘-길래’는 사전에 ‘-기에’의 잘못으로 나와 있습니다. ‘맛있어 보이기에, 아프다고 하기에, 반가운 손님이 오셨기에’ 등으로 쓰이지요.
이 참에 ‘뗄래야 뗄 수 없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 어느 게 바른 표기일까요? ‘떼려야 뗄 수 없는’이 맞습니다. ‘떼려야’는 ‘떼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말입니다.
‘갈래야 갈 수 없는,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이 왜 틀렸는지 이제 아시겠지요. ‘가려야 갈 수 없는, 먹으려야 먹을 수 없는’으로 적어야 합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금메달이겠죠. 그러나 동메달을 따고도 마치 우승한 듯 기뻐하는 외국 선수들을 보며 금메달보다 더 값진 메달도 많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해도 국가 대표로 뽑혀 올림픽에 출전한 것으로도 모든 선수들이 이미 금메달을 땄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철호기자 kob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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