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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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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맛을 찾아 11. 김해 동상시장 손칼국수촌

모양새는 들쑥날쑥, 맛은 쫄깃쫄깃

  • 기사입력 : 2008-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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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동상시장 칼국수촌에서 손님들이 손칼국수를 먹고 있다?



    손으로 빚은 면발 시원한 멸치국물 그 위에 시금치, 참깨… 3000원에 인심 가득

    뭐든 기계로 쉽게 찍어 낼 수 있는 요즘, 손으로 만드는 것들이 귀해졌다.

    공장표 김치, 즉석 요리,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우리는 늘 직접 만든 음식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산다.

    김해시 동상시장에서는 이러한 ‘손맛’을 제대로 우려낸 ‘손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50년 상권 변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김해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동상시장. 시장 안, ‘전통먹거리’ 안내 간판을 따라 골목을 들어서면 9개 칼국수 집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총 9곳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개별상호가 없다. 5년 전, 시장 현대화 사업을 시행하면서 시장 곳곳에 있던 칼국수 포장마차들을 한데 모으고 상호도 없앴다. 동상시장의 명물, ‘칼국수촌’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인위적으로 모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 칼국수집들이 가진 내력은 쟁쟁하다. 가장 오래된 집이 40년 전통을 자랑하고, 대부분 10년 이상 시장판에서 칼국수로 이름을 날리던(?) 식당들이다.

    많은 집들 중 어디에서 배를 채울까, 잠시 고민하다 인상 좋은 할머니가 있는 한 집으로 들어선다.

    칼국수 2인분을 주문하니, 반죽판 위에 밀가루를 얹어 밀대로 치대기 시작한다. 노련한 손놀림으로 몇 번 면을 굴리니 어느덧 뭉퉁하던 밀가루가 얇게 펴진다. 펴진 반죽을 칼로 탁탁 썰고 손으로 치대니 칼국수 면이 완성된다. 익숙한 손놀림이라 5분도 채 안 걸리지만, 손끝에 힘을 주면서 반죽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인장 최수자 할머니는 “힘들어서 잠시 기계도 넣어 봤는데, 손님이 끊기더라”며 “이제 이력이 나서 힘들지도 않다.

    사실 손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야 제맛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23년 동안 칼국수를 팔아 왔다고 했다.

    칼국수를 만드는 마지막 단계는 펄펄 끓는 멸치국물에 마늘 파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고 그 위에 당면, 칼국수를 얹는 것이다. 칼국수에 당면을 얹어내는 특미는 이곳만의 특이한 조리법이다.

    그렇게 완성된 칼국수를 떠 주는데, 그릇에 비해 국수면도, 당면도, 육수도, 양념도 넘칠 듯이 많다.

    할머니는 “먹고 모자라면 말하라”며 “면도 육수도 먹고 싶은 만큼 더 준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에 먹기 전부터 배가 부르다.

    손으로 빚어낸 면발이 모양새는 들쑥날쑥해도 쫄깃쫄깃하다. 당면의 고소함이 면 넘기는 맛을 더한다. 여기에 멸치로 우려낸 국물의 시원함이 제대로다. 그 위에 초록색 시금치와 김, 깨, 고춧가루가 보태졌다. 함께 내주는 아삭한 깍두기 맛도 으뜸이다. 일명 수타(手打)인데도 일반 칼국수보다 저렴한 3000원이다. 50원에서 시작한 가격이 40년이 지나 지금에 이른 것이다.

    더운 여름이라 장사가 안 된다더니, 연신 손님들이 몰려와 칼국수촌 곳곳을 메운다. 아이 손을 잡고 장보러 나온 젊은 주부, 근처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양산을 손에 든 할머니들, 중절모를 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연령대도 성별도 다양하다. 아마도 이들에게 이곳 칼국수는 잊어버린 고향이자 어머니의 정, 아련한 추억이 아닐까. 손님 남부광(53·김해시 동성동)씨는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오던 게 벌써 40년”이라며 “투박하지만,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손으로 치댄 밀가루로 면을 뽑고, 멸치 국물에 양념장, 당면을 곁들이는 조리법은 동상시장 안의 칼국수집 어디나 똑같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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