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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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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기다린 떡전어, 어쩜 이리 꼬실까…

제철 별미/ 진해 떡전어

  • 기사입력 : 2008-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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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듬성듬성 통째로 썬 ‘통마리’

    고소한 뼈와 쌉쌀한 내장 맛 일품

    노릇노릇한 구이와 새콤달콤한 무침도 인기

    처서가 지나니 아침 저녁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 바람엔 고소한 가을 내음도 실려온다. 전어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때 이른 전어축제와 양식 전어의 활개(?)로 ‘가을 전어’란 말이 무색해져 가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제대로 된 전어 맛은 지금부터라는 걸. 제철의 전어는 살 맛, 뼈 맛은 물론 굽는 냄새부터 다르다. 하물며 만화 ‘식객’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가을에 나온 전어가 아니라면 그것은 전어가 아니다. 미처 전어가 되지 못한 것이거나 전어 이후의 무엇이다. 그러니 가을 전어가 아니면 전어를 먹었다고 말하지 말자.”

    이맘때면 남해안 어딜 가든 전어가 반긴다. 도내에는 하동 갈사만, 사천 서포, 그리고 진해의 전어회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떡’이라는 별명이 붙은 진해 떡전어는 이름값만큼이나 실한 덩치와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

    진해 명동에서 10년째 ‘명동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원(54), 정옥순(50) 부부는 “진해에서 잡히는 전어가 일반 전어에 비해 덩치가 크고 납작하다고 해서 떡전어라고 한다”며 “시중에서 파는 작은 전어 하고는 고소한 맛이 비교가 안 된다”며 자랑이다.

    진해 떡전어는 일반 전어에 비해 2배 정도 크고 넙적하며, 빛깔은 검은빛을 띠면서 누렇다. 살이 통통하고 붉은빛이 유독 도드라진 것도 특징이다.

    주인 내외가 이른 새벽 잡아 왔다는 수족관 속 전어를 살펴보니, 헤엄치는 녀석들 모두가 ‘한 덩치’를 자랑한다. 어느 것 하나 작은 것이 없다. 이곳뿐만 아니라, 진해의 대부분 횟집이 이렇게 큰 전어(떡전어)만 취급한다.

    진해 바다에만 유달리 큰 전어들이 많이 사는 것일까. 떡전어라는 별도의 어종이 있는 것일까. 주인장 이씨는 “다른 일반 전어와 고기잡이 그물이 달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진해에서는 일반 전어잡이에 쓰는 것보다 망이 큰 그물을 쓰기 때문에, 작은 전어는 밑으로 빠지고, 큰 전어만 잡혀 올라온다는 것이다.

    주인장이 수족관에서 통통한 전어 몇 마리를 건져 올렸다. 저 몸속에 ‘가을 맛’이 흠뻑 스며 있으리라. 벌써 군침이 돈다.

    전어를 먹는 법은 아주 다양하다. 진해 떡전어라고 다를 바 없다. 이 집에서 추천하는 것은 ‘통마리 회’, 즉 등뼈째 썰어 먹는 방법이다. 본래 뼈째 생선인 전어를 통째로 어슷어슷 썰어서 먹는 것이다. 고기잡이 배에서 먹던 법이 전해진 것이라는데, 특히 애호가들은 피를 빼지 않은 채 먹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통마리 회’와의 첫 만남(?)이기에 피는 빼달라고 주문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전어 통마리 회’. 내장에 고여있는 핏물과, 등뼈가 훤히 보이는 첫 인상은 별로다. 하지만 한 입 먹으면 눈앞의 전어가 달라 보인다. 입에서 ‘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두툼하고 부드럽고 쫄깃한 ‘전어의 육질’이 생생하게 혀에 와 닿고, 고소한 뼈 맛이 입안에서 아삭거린다. 마지막 비린 맛을 정리해주는 듯한 쌉쌀한 내장 맛도 별미다. 세꼬시(뼈째 썰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미다.

    ‘가을 전어’가 내포한 그 맛의 진정성을 발견한 것만 같다. 통마리는 김치에 싸먹거나, 된장에 찍어먹는 게 제 맛이다. 옆 테이블, “피맛이 더해지면 또 맛이 다르다”는 한 손님의 말에 슬며시 아쉬움이 든다.

    이 밖에 전어 초보자가 무난하게 먹기에는 세꼬시가 제격이다. 새콤달콤 초장을 야채와 함께 버무린 전어무침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숭숭 칼집을 내어 막소금을 뿌리고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도 빠질 수 없다. 보따리 싼 며느리가 돌아올 만큼, 유혹적인 냄새와 맛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회 가격은 2~3인이 먹을 수 있는 한 접시에 4만원부터다. 구이나 무침은 마릿수에 따라 다르다. 이 집에서 밥을 시키면 내주는 전어 속젓의 깊은 맛도 일품이다.

    점심 때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들이닥친다. 주인 내외는 저녁 예약손님 받기에 전어가 부족하겠다며 해질녘 다시 배를 타고 나갈 걱정을 한다. 매일 새벽녘과 해질녘, 배를 띄워 직접 잡아 올리는 그네들의 땀맛이 ‘진해 떡전어’의 고소함을 더하는 게 아닐까.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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