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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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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시(詩)와의 속삭임 - 김연희 (시인)

  • 기사입력 : 2008-09-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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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란 무엇일까. 간혹 자문할 때가 있다.

    어느 시인은 ‘생활, 삶의 그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다. 부스럼병에 걸렸던 볼테르를 수백만의 입자로 낫게 해준 레몬주스의 힘, 그게 바로 시다’라고 노래했다. 나는 ‘시는 밤바다 파도 위의 빛다발이거나 숲 속에서 수놓는 수천수만의 반딧불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한무상을 넘어 흐르는 감미로운 빛 세계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마산시는 산호동에 있는 ‘詩의 거리’에서 문인협회 주관과 더불어 ‘詩의 도시’로 선포했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행한 일이다. 마산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문학의 도시이며, 그 역사 또한 대단한 곳이다.

    걸출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함은 물론이고, 그 열정과 관심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 만큼 문학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있는 이른바 문향의 도시이다.

    문인협회에서는 詩의 옹달샘이 있는 숲 속에서 숨쉬는 고귀한 무형의 정신적 자산을 문향의 얼에서 되찾고자 한다. 이를 계기로 문인들의 정신적 자산을 확고부동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아울러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시 100주년 마산 ‘시의 도시’ 선포식에서 시화 전시와 백일장을 개최하고 이어 사화집 ‘마산 시인들의 노래’를 발간했다. 이 사화집에는 마산 시비(詩碑)의 시 24편을 선두로 마산 연고 작고 시인, 출향 시인, 현역 시인의 시가 청소년 문예작품 공모 우수작과 함께 191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산 문인들의 대표 노래를 한눈에 모아 정리한 셈이다.

    또한 7월 여름 해변 문학축제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시낭송 대회와 여성백일장을 개최하여 고결한 시민 정서의 고양과 문향의 자부심을 드높였다. 향후 문인협회는 마산 시인들의 시를 엽서와 낭송CD로 제작하여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마산문학정보 및 시화 감상 전광판과 자료검색대 설치, 홈페이지 공유링크 등으로 시민이 쉽게 다가가 시심의 등대를 찾을 수 있는 정신적인 생활의 윤활유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시(詩)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묘약이다. 가슴으로부터 벅차오르는 푸른 환희 같은 감성의 꽃이다. 함축된 시를 가까이 하고 시어와 시심을 가꾸는 생활은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 행복한 삶을 향유할 것이라 믿는다. 물질 만능을 지향할수록 더욱 심지를 돋우어 여유롭게 영혼의 유산을 찾는 시간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문향의 숲으로 달려가서 시와의 속삭임을 통하여 광활한 마음바다에 꽃을 피우면서 시밭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한 민족혼으로 가득 찬 선배 문인들을 만날 것이다. 일일이다 열거할 수 없으리 만큼 많은 문인들의 그 명성과 전통을 이어받아서 명실상부 詩의 도시이며 문학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함이 지금 이 시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무한책임이며 또한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작금의 사회상을 풍자하는 듯한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 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는. 정서가 부족하고 기계화되어가는 이 세태들을 너무 정확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여 이 또한 피부에 가까이 와 닿아 오히려 서글프고 안타깝다. 성현들의 말씀대로 물과 음식물이 육체를 가동한다면 좋은 시는 훌륭한 마음의 양식 중 한 가지임이 틀림없다.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한 박자 늦추어 정신의 유산을 찾는 시간을 가졌으면 싶다. 시의 비상(飛翔)하는 속삭임을 들어보자. 자유로운 영혼의 꽃을 피워보자. 우리들의 고향 문향의 도시 마산을 영원한 ‘詩의 도시’로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작가칼럼

    김 연 희 시인

    마산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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