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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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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아구 바람났네

단짝 ‘콩나물’ 버리고 ‘과일 양념’과 눈맞아

  • 기사입력 : 2008-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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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 ‘오동동 아구할매집’ 김산연 할머니가 개발한 아구불갈비.




    맛의 변신은 끝이 없습니다. 새로운 맛은 먹는 이의 즐거움도 배가시키죠. 이러한 즐거움 뒤에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자신만의 독특한 조리법으로 음식 개발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존 요리의 틀을 깨고,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한 이색 별미를 찾아 도내 곳곳으로 떠납니다. 별미 탐험과 함께 이 음식들이 100년 후 경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될지 점쳐 보는 건 어떨까요.


    마산 아구불갈비

    40년 전통 ‘오동동 아구할매집’ 2년 만에 개발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운 아귀살 쫀득쫀득

    ‘마산 아구’가 50년 지기 ‘단짝’ 콩나물과 이별을 했다. 새로운 맛을 위한 수련길에 오른 것이다. 배신이라며, 배불렀다며 주위에서 수근댔지만, 더 큰 미래를 내다본 ‘아구’의 결심은 굳건했다. ‘찜에 버금가는 맛을 내리라’는 모진 마음으로 도전한 ‘아구’. 지치기도 했지만 ‘마산아구 자존심’에 포기할 수 없었다. 못 생기고 먹을 것도 없다며 수백 년을 천대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뎌낸 ‘인고의 생선’ 아니던가. 수백 가지 양념과의 만남과 헤어짐, 갖은 조리 방법에 몸을 혹사(?)시키며 2년이 흘렀다. 그 결과, 전국이 떠들썩할 만한 요리가 탄생했다. 감히, 마산 오동동의 대표 별미 ’아구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아구불갈비’의 탄생기다.

    ‘40년 전통’이란 팻말을 써붙인 ‘오동동 아구할매집’, 이곳이 ‘아구불갈비’가 태어난 고향집(?)이다.

    자리를 잡고 앉자 요리를 개발했다는 김산연(61) 할머니가 대뜸 “왜 아구찜이 아닌 아구불갈비를 취재하러 왔느냐”고 묻는다. 취재하러 왔다가 되레 취재를 당하는 기분이다. 새로운 기획 의도를 설명하자 그제서야 할머니의 굳은 표정이 풀린다.

    “내가 이 아구불갈비를 만드느라 얼마나 욕봤는지 모른다. 2년 넘게 만들고 버리고 다시 만들고 해서 만든 기다. 이게 내 돈 벌라고 한 거는 아니다. 그거를 알고 있어야 한데이.”

    할머니는 마산을 위해, 아귀 요리의 미래를 위해 음식을 개발했다고 했다. 아귀 요리로 ‘한국전통문화 보존명인장’까지 획득한 것도 이러한 정신 때문일까. 할머니는 2003년 작고한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40년째 아귀를 만지고 있다. 현재는 며느리 황유선(39)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3대에 걸쳐 아귀 요리를 하고 있으니, 아귀에 대한 애착이 예사는 아닐 것이다.

    ‘아구불갈비’는 생아귀를 이용한 양념구이의 일종이다. 아귀를 뼈째 손질한 뒤, 물기를 빼고 5가지 과일이 든 양념을 발라 불판에 구워 먹는 게 조리의 끝. 그런데 이름이 왜 ‘아구불갈비’일까. 아귀의 갈비(뼈)를 같이 구워 먹기 때문이라 했다.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아구 함바리, 아구불고기 등 이름을 고민했는데, 손님들이 뼈가 있으니깐 갈비고, 불판에 구우니깐 불갈비로 해라고 추천하더라”며 이름의 배경을 설명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그 맛은 어떨까. “굽는 요령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며 할머니가 직접 아귀를 불판에 얹어 굽기 시작한다. 아귀 외에 낙지, 버섯, 양파 등도 함께 얹어 굽는다. 빠알간 양념을 입은 아귀가 불판에 오르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기 시작한다. 어느덧 불판 위의 소리가 ‘보글보글’로 바뀐다. 아귀가 품고 있는 수분이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보글대는 소리가 나면, 아귀를 재빨리 먹어야 한다. 수분이 다 빠진 아귀는 졸아서 살도 없고, 텁텁해지기 때문이다. 아귀는 매일 아침 싱싱한 것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살짝 덜 익은 건 상관은 없다. 싱싱한 아귀를 매일 구하기가 힘들어 때때로 ‘포항표 아귀’도 상에 오른다.

    노릇하게 익은 아귀를 입안에 넣자 쫀득쫀득한 살맛과 매콤한 양념맛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별미’다. 아귀 육수를 졸여서 야채, 고춧가루 등을 넣고 만든 양념이 매콤하면서도 담백하다. 쫄깃한 뱃살은 씹는 재미가 있고, 부드러운 갈빗살은 녹는 재미가 있다. 아귀를 찍어 먹는 야채양념장도 배, 사과, 마늘 등 30여 가지의 갖은 재료를 넣고 만든 것이라 했다. 달콤한 양념장과 매콤한 아귀불갈비가 찰떡궁합이다.

    아귀의 살을 열심히 떼어 먹고 있으려니 보고 있는 할머니가 뼈도 같이 씹어 먹으라고 한다. 자잘한 생선뼈도 아니고, 이 두꺼운 뼈가 과연 씹힐까. 살짝 물었는데 뼈가 ‘아삭’ 소리를 내며 토막난다. 씹으니 고소한 맛을 내며 녹는다. 놀랍다. 참고로, 수입산 아귀는 이렇게 쉽게 뼈가 안 씹힌단다.

    아귀를 불에 올리기 전에는 양이 많다 싶더니, 불에서 익혀 먹으니 양이 모자라는 듯도 하다. 남은 양념장에 밥을 볶는다. 반찬으로 나온 갓김치에 김, 미나리를 잘게 썰어 넣고 양념장에 볶으니 그 자체가 요리다. 아구불갈비 가격은 작은 것 3만원부터 5만원, 7만원까지 있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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