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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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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6) 스포츠 클라이밍 김민수씨

암벽과 사랑에 빠진 스파이더맨
12년 전 금정산 암벽 등반가에 반해 시작

  • 기사입력 :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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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수씨가 실내 암벽 연습장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도 바위만 보면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 12년째 암벽을 탐(?)하고 있는 김민수(35·창원시)씨. 그를 만나기 위해 마산종합운동장에 위치한 중부경남클라이밍연합회 사무실을 찾았다.

    ‘돌덩어리’ 모양의 홀더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실내 암벽 연습장, 그 안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작은 홀더에 매달려 있는 김민수씨를 만났다. 홀더를 잡은 팔뚝의 근육이 불끈 솟아오르고, 팔과 다리를 민첩하게 움직이며 벽부터 천장까지 자유자재로 옮겨 타는 그의 모습이 마치 줄을 타는 거미와 흡사하다.

    힘들진 않을까. 벽에서 내려온 그는 “오늘은 쉬운 코스로만 했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었다. 매달려 있다고 해서 무조건 힘든 게 아니라, 난이도에 따라서 힘든 정도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것도 12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의 경우일 것이다. 보통 사람은 매달리기만 하는 것도 버티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쉬운 코스와 어려운 코스를 설명하는 그의 손가락 모양이 눈에 띈다. 손마디가 툭툭 크게 불거져 있고, 손가락 끝부분이 심하게 퍼져 있다. 손가락의 힘만으로 온몸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 근육 손상을 입어서라 했다. 얼마나 혹사(?)시켰기에 저렇게까지 됐을까. 보기가 안쓰럽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다 그리 된 것이라 괜찮다”며 “가끔 욱신거리기도 하지만, 홀더를 짚는 순간에는 그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했다. 암벽을 향한 ‘사랑의 힘’인가.

    그가 암벽 등반에 처음 반한 것은 1996년, 친구와 놀러 간 부산 금정산에서 암벽 등반가를 처음 보고 나서부터다.

    “줄 하나에 의지해서 암벽을 오르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나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도전해 보자며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회에 들었죠. 그러다 동호회 회원들 따라서 대회에 몇 번 참가하게 됐는데 계속 꼴찌를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자존심이 상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죠.”

    열심히 연습하는 만큼 실력은 점차 성장해 갔다. 몇 년이 흐르자 순위권에 들기 시작했고, 어느덧 경남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경남 암벽 대회’ 우승 4회, ‘거제전국암벽대회’ 우승 2회 등 도내 각종 최고상을 석권하면서, 그는 현재 도내 최고 ‘스파이더맨’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스포츠 클라이밍을 병행하기 때문에 전국대회에서는 10위권 안에 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의 프로급 선수들의 전문화된 훈련을 따라가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그런 그의 실력을 안타까워하며 전문적인 클라이머로 활동하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그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하고 싶은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도 다지고 직장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큰 욕심은 없어요.”

    그래도 스스로의 한계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은 계속된다.

    일주일에 4일은 퇴근 후에 2시간씩 이곳 실내 암벽장에서 근력을 다지고, 매주 일요일은 전국의 실외 암벽을 찾아 다닌다. 철저한 근력운동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몸 관리는 필수다. 그는 균형적인 식사는 물론, 매주 수·토요일은 쉬는 날로 정해 꼭 근력 휴식을 취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

    직업도 아닌데, 그가 이렇게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 잡념은 사라지고 목표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집중력과 함께 삶의 에너지가 용솟음친다”며 “또 원하는 코스를 성공했을 때 그 희열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과는 거리가 먼 레포츠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장비를 갖추고 오르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또 근육 운동은 물론, 위장에도 좋다”며 스포츠 클라이밍 예찬을 덧붙인다.

    “잡고 매달릴 수 있는 나이까지 암벽을 타겠다”는 그는 “언젠가 태국에 가서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는 게 지금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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