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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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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신별미] 흑돼지 샤브샤브

산청 흑돼지 놀라운 변신
산청솔잎 흑돈.진주산업대 양돈학과.식당 '목가' 10년 걸려 개발

  • 기사입력 :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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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갖 야채와 육수가 담긴 냄비 속에서 산청솔잎 흑돈으로 만든 삼겹살 샤브샤브가 끓고 있다.



    “돼지고기로 샤브샤브가 가능해?”

    어떨까.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는 게 그 답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일반화됐지만,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돼지고기 샤브샤브’. 아무 돼지나 샤브샤브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귀한 요리이기도 하다.

    그런 요리를 신마산에서 맛볼 수 있다기에 급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쇠고기보다 쫄깃한 육질과 구수한 육수로 승부한다는 소문이다. 게다가 ‘울트라 팀’이 힘을 모아 10년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한다. 그 ‘울트라 팀’이란 다름 아닌 지리산이 키운 명품돼지 ‘산청솔잎 흑돈’, 양돈학의 대표주자 ‘진주산업대학교 양돈전문학과’, 그리고 10년간 돼지로 밥벌이(?) 해 온 돼지고기 전문식당 ‘목가(木家)’. 10년간 돼지 특유 누린내와 단단한 육질과 분투하며 탄생시킨 흑돈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웰’.

    과연 그 맛은 어떨까. 우선 메뉴판을 들여다보자. ‘샤브샤브 삼겹’, ‘샤브샤브 후지’, ‘샤브샤브 등심’이 있다. 메뉴가 다양하다. 주인장 권상대씨는 “흔히 돼지 샤브샤브는 등심 등을 사용한다”며 “우리는 돼지 자체를 샤브샤브용으로 키우기 때문에 삼겹살과 목살 외에도 돼지의 전 부위를 샤브샤브로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섞어서도 판매한다는 주인장 말에 그렇게 해달라 답한다. 고기는 120g에 8000원이다.

    표고버섯과 육수가 담긴 냄비가 먼저 나온다. 연이어 푸짐한 야채와 얇게 썬 돼지고기가 나온다. 고기 빼고는 일반 샤브샤브와 같다. 육수에 야채를 넣고 익힌 후, 예쁜 분홍빛의 돼지고기를 한 점씩 넣어 익혀낸다. 내심 우려했던 누린내는 없다. 주인장은 고기의 선홍빛이 사라지고 제 살색을 나타내면 건져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돼지고기는 푹 익혀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푹 익혀 본다. 그런데 육질이 너무 딱딱해 넘기기가 불편하다. 주인장은 “70%만 익혀 먹어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며 “살짝 익혀 먹어야 돼지 샤브샤브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돼지의 고소함과 쫄깃함에 씹는 맛이 훨씬 좋다. 돼지고기의 부위마다 맛은 다르다. 지방이 많은 삼겹은 보다 부드럽고, 후지는 담백하고 차지다. 그리고 등심은 쇠고기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름기가 없다. 함께 나온 숙주, 팽이버섯, 새송이, 배추, 케일, 근대, 치커리 등 각종 야채가 내는 육수가 깔끔하다. 사천 ‘두레농장’에서 들여온 유기농 제품이라서 그렇다 했다. 돼지고기에 걸맞은 매콤한 소스장은 감칠맛을 더한다.

    고기와 야채가 비워져가니, 김치찌개를 권한다. 3000원을 더하면 샤브샤브 육수에 김치찌개를 끓여 준다는 것. 주문하자마자 묵은지와 고추장, 양념, 파, 야채 등을 넣고 그냥 끓인다. 샤브샤브와 달리 “오래 끓일수록 맛이 좋다”고 한다. 뽀글뽀글 소리와 얼큰한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한다. ‘꿀꺽’, 군침이 넘어간다.

    누린내 없는 돼지와 유기농 야채 육수에 끓인 김치찌개 맛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샤브샤브보다 김치찌개 맛을 보고 싶어 오는 손님도 있다”니, 그 맛을 짐작해 보시라. 김치찌개 대신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쌀국수(1000원), 사리(1000원) 등도 넣어 먹을 수 있다.

    담백한 샤브샤브에 얼큰한 김치찌개까지 비우니 입은 즐겁고 속은 든든하다. 주인장은 “맛의 비결은 돼지고기에 있다”고 했다. 일반 돼지는 잡식성이라 샤브샤브를 하면 누린내가 100% 나는데, 이 집에서 쓰는 ‘샤브웰포크(산청솔잎 흑돈)’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3개월 정도 더 사육하고, 친환경 담근먹이사료를 먹여 누린내가 없다는 것이다.

    양돈특화산학협력단(단장 김무정 교수)과 산청 성축농장(대표 서상식) 등 산·학·관·연이 합작해 1995년 일본서 수입한 ‘순종돈’을 우리나라 입맛에 맞도록 유전자를 연구한 끝에 개발한 무항생 돈육인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제17-17-5-20호)을 받았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seung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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