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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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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별미] 목포 세발낙지...목포에서 온 이 놈 끝내주네 !

  • 기사입력 : 2008-10-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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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발낙지 연포탕



    산낙지회


    나무젓가락에 한 마리 돌돌 말아 우물우물 목포의 시원한 바다 내음이 꿈틀꿈틀

    “목포 바닷바람 맞은 세발낙지가 물이 제대로 올랐다며?”

    바람따라 실려 온 소문에 침이 ‘꼴딱’ 넘어간다.

    유들유들 쫄깃쫄깃했던 녀석의 감촉이 혀 안에서 다시금 맴돈다. 당장 목포로 달려가고 싶지만, 길이 멀어도 너무

    멀다. 그렇다고 마냥 참자니 자꾸 배가 고프다.

    ‘먹을 것 하나에 너무 집착하는거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이들은 아마 목포 세발낙지의 진미를 맛보지 못해서 그럴 것이리라. 목포 산지 세발낙지 파는 곳을 수소문했다. 창원시 명서동에 있는 ‘목포세발낙지’ 라는 음식점의 수족관이 목포에서 갓 올라온 귀여운 녀석들로 가득찼다는 소문이 접수됐다. 마음이 들떠서인가, 20분 거리인데도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 가게 입구, 수족관에서 꼬물꼬물대고 있는 수십마리의 세발낙지들이 가장 먼저 맞이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다. 연한 우윳빛 살색을 띤 채 움직일 때마다 긴 다리를 쭉쭉 뻗었다가 구부리며 각선미를 뽐내고 있는 녀석들.

    “지금이 세발낙지가 가장 연하고 맛 좋을 때”라는 주인장 이오재(50)씨의 말에 수족관을 바라보며 잔인한(?) 미소를 보낸다.

    ‘통세발낙지’ ‘산낙지회’ ‘산전골’ ‘산조개탕’ ‘산연포탕’ ‘산낙삼불고기’ ‘낙지구이’ ‘산볶음’ 메뉴판에는 낙지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다 있는 것 같다. 요즘 통세발낙지는 한 마리에 7000원, 나머지 메뉴는 3만5000원부터란다.



    그중에 통세발낙지와 산낙지회, 연포탕을 시킨다. 가격은 ‘시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수족관에서 낙지 너댓 마리를 건져 주방으로 들어갔던 주인장이 손질한 통세발낙지를 먼저 내온다. 드디어 시식시간. 나무젓가락을 녀석의 머리에 꽂고는 긴 다리를 젓가락에 척척 감아 올린다. 돌돌 말다보니 진짜 가늘고 길다. 쭉 잡아당기니 30cm는 족히 되겠다.

    주인 이씨는 “진짜 세발낙지는 길이가 이 정도 되어야 한다”며 “진짜를 볼 기회가 많이 없는 경남에서는 다리가 조금만 길어도 세발낙지인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먹는 법은 젓가락을 아이스크림 먹듯이 쏙 입에 집어 넣으면 된다. 그리고는 잠시 꿈틀대는 녀석과의 기싸움을 벌여야 한다. 백이면 백 이기는 게임이긴 하지만, 낙지 마니아들은 그 처절한(?) 사투가 없으면 제대로 된 ‘낙지 맛’을 느낄 수 없다고들 말한다.

    낙지를 이로 몇번 쿡쿡 눌린 후 입안이 잠잠해졌다 싶으면 야들거리는 살맛을 느끼면서 꼭꼭 씹어 살맛을 느끼면 된다. 세발낙지의 머리를 깨물면 세발낙지의 먹물이 입속 구석구석 짭조름하고 담백하게 번져나간다. 그런데 이 낙지, 목포맛을 그대로 품고 있다. 달큰하고 시원한 바다 맛이다. 낙지 한 마리 먹었는데 목포 바다 내음이 물큰 풍긴다.

    전남 해남 출신인 주인장은 본가에서 낙지를 공수해 온다고 했다. 본가의 형제들이 목포 등지에서 낙지 채취업을 한다는 것. 이틀에 한 번꼴로 목포에서 물차로 낙지를 실어오는 게 이 집의 싱싱한 낙지맛의 비결이다.

    이어서 산낙지 회가 나온다. 조그만 녀석들이 힘도 좋다. 꾸물대며 접시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들을 다시 넣느라 젓가락이 바쁘다. 함께 버무려 나온 김과 낙지를 참기름에 찍어먹는다.

    세발낙지 회의 장점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혀서 먹기가 편하다는 것. 씹히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회 접시가 순식간에 비워지고, 이어서 나온 것은 연포탕. 박, 미나리 등을 넣고 끓인 육수가 먼저 상에 올려진다. 그리곤 주인장이 수족관에서 산낙지를 건져 올려 상으로 들고온다. 접시를 집어 삼킬 듯 꿈틀대는 싱싱한 낙지가 보는 앞에서 탕 안으로 들어간다. 이는 산낙지를 쓴다는 일종의 자신감일 터.

    숙취용에 제격이라는 연포탕은 시큼한 식초맛, 매운 땡초맛과 얼큰한 낙지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이 났다. 그리고 끝맛은 오래 묵은 체증이 내리는 것처럼 시원하다. 살짝 데친 낙지맛 또한 담백하고 고소했다.

    반찬으로 나온 낙지 무침, 전라도 김치 등이 맛깔나게 입맛을 돋운다.

    동의보감에서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고 했던가. 오늘 먹은 낙지로 올 가을·겨울은 보신걱정 없이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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