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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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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모든 생명 있는 것을 사랑함

김정훈 신부(천주교 마산교구 청소년국장)
삶의 길을 함께 가는 방법은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입니다

  • 기사입력 :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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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월 들어서부터 듣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 돌이켜 보면 산다는 것만큼 놀라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 잊어버림(망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아마 우리가 받았던 상처들을 다 기억해야만 한다면 온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도 결코 많지 않겠다 싶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한 토막. 스님들은 길을 걸을 때도 앞을 보지 않고 땅을 보고 걷는다 했습니다. 혹여 세심하게 마음을 쓰지 못해 길을 걷는 순간에 미물들의 생명을 앗을까 두렵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하루살이도 자못 제 사연이 있는 법입니다. 삶이란 시간들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것, 스스로 생명을 끊어버릴 정도의 고통의 무게를 결코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주지 못했던 우리의 팍팍한 삶도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겨내 오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유난히 우리 말에는 죽겠다는 말이 많습니다. 배고파 죽겠고, 먹고 싶어 죽겠고, 보고 싶어 죽겠고, 하고 싶어 죽겠고…. 죽겠다는 말이 정말 죽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 표현이겠지만, 안타까운 결심들 앞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왜 그렇게 돌아보지 못했을까, 왜 자꾸 앞만 보고 달려갔을까? 그런 마음이 듭니다.

    어렸을 때 몹쓸 장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덤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곤충을 잡아 그 더듬이를 떼어 놓고 그 놈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헤매는 것을 보고 손뼉치던 아픈 기억! 이제는 우리 삶의 더듬이를 잘 살피고 결코 혼자 갈 수 없는 이 삶의 길을 함께 가기 위해서라도 예민하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결코 잃지 말기를 기억해 봅니다.

    몸의 지체는 여럿이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더 우월하다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하였습니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아프면 몸 전체가 아픈 것처럼, 우리 사는 이 세상에도 아픈 사람 있으면 나 자신이 아프리라는 마음으로 아픈 사람 없도록 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나누고 함께 하고 같이 걷는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하는 삶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삶이라는 진리도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절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픔의 기억보다 행복의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마음 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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