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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사회불안은 치유돼야 한다 - 도운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8-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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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소득보전 직불금제를 보면서 축구경기를 떠올린다.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지는 축구는 순간마다 환호와 야유 아쉬움 실망 등으로 점철된다. 11명의 선수와 감독, 심판이 90분간의 게임을 풀어가는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심판의 정확한 경기규칙에 따라 선수 전원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때 승패에 관계없이 훌륭한 결과를 얻는다. 반대로 심판의 편파판정이나, 감독의 지휘력 부재와 잦은 경기진행 방해 행위에는 관중의 비난이 쏟아진다. 경기내용과 결과를 분석하는 스포츠 기자의 취재 또한 정확하고 매서워야 한다.

    국가시책이나 사회문제도 축구경기와 다를 바 없다. 최근 신문을 도배질한 쌀 직불금 사건도 보도 내용대로 처음부터 제도를 망각하고 악용하는 부실덩어리였다. 쌀 생산농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뒷전에 앉아있는 농지 소유주의 호주머니를 채웠다. 쌀 직불금을 집행하는 행태는 초기부터 실경작자를 위한 목적을 벗어났고,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감시기관은 부실을 알고도 방치했으며, 언론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정확하게 쌀 직불금의 부당수령액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을 비롯한 부당 수령자 수가 언제 얼마나 밝혀질지 알 수 없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지급단계에서 직불금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는 실정이란다. 오금이 저리는 신청자라는 증거이다. 현실적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제도라도 시행과정에서 불법과 편법, 악용, 변질되면 소용이 없다.

    지난해 국회는 실경작자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감사원이 알고도 문제 삼지 않았음은 황당하다. 이 문제를 재정비하여 실경작자가 지급받도록 하고 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즉각 환수 조치해야 마땅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보도되는 허술한 결핵관리도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아직까지 후진국형으로 결핵이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결핵사망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인 무려 2376명으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OECD 30개국 중 결핵 발병 및 사망률 1위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건강 관리와 사회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광역·기초의원. 시·도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일부 의원은 뇌물수수로 자유롭지 못하고 서울시의회는 ‘돈 봉투 사건’으로 무더기로 징역형을 받거나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시교육감은 선거 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경북과 충남 교육감이 자진 사퇴하는 불미스런 일이 일어났다.

    올 들어 공기업들은 몰매를 맞는다.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공기업들은 빚더미에도 긴축은 간데없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카드로 골프접대와 보석을 구입했으며, 거액을 감사의 휴가비로 쓰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목적과는 달리 급여처럼 직원에게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에도 공금을 빼돌리거나 뇌물을 챙기고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간부가 거액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업체 관계자와 공무원 등 15명이 거제시가 발주한 하수관리 사업비 수십억원을 편취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오락실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고, 음주 교통사고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유사 수신업체가 창녕 거제 밀양 등 농촌지역 400여명에게 높은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5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고, 법정 이자율보다 높은 고리의 이자를 받거나 폭행 협박을 일삼아온 불법 대부업자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마디로 사회 분위기는 너무 불법이 난무하고 불안한 난맥상이다.

    떳떳하게 공직에 있거나 중산층이라고 자부할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할 계층이 실망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나랏돈을 타내고 공금을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쓰고도 엄중한 문책이 따르지 않는다. 거액의 선거비용을 들여 주민이 뽑아준 지도층은 위법행위에 둔감하다. 결핵환자가 넘쳐나도 강 건너 불구경이고, 서민층의 무거운 가슴을 풀어주는 손길은 미약하다. 이제 공직자들은 스스로 부조리를 뿌리 뽑고 느슨한 시스템을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도운수(경남신문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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