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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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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7) 수중 사진가 강상철씨

“사진에 빠져, 바다에 빠집니다”
6년째 ‘수중 사진 촬영’ 매력에 푹~

  • 기사입력 : 2008-1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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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중 사진가 강상철씨.



    일주일의 절반을 바다 속에서 사는(?) 남자가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카메라와 잠수복을 챙겨들고 바다로 향하는 강상철(40·YM TECH 대표)씨. 그가 매주 어김없이 바다에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중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6년째 숙명같은 취미생활 ‘수중 사진 촬영’에 푹 빠져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창원시 팔룡동으로 향했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바닷내음이 물큰 난다. 벽에 걸려 있는 그의 ‘작품’ 때문이다. 파란 바닷속을 그대로 옮긴 듯한 시원한 사진이 삭막한 사무실 분위기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던 것.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기자에게 그는 “바닷속 풍경 그대로를 옮긴 것뿐”이라 했다.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기에 새롭고 멋있어 보이지만 바닷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일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남들보다 세상의 반을 더 보고 사는 그가 본격적으로 바닷속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2002년부터다.

    “통영에서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늘 바다에 대한 향수 같은 게 남아 있었어요. 25살 때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취미로 시작했죠.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숙명 같은 거였어요. 바다와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막연한 그리움. 그러다 우연히 수중 촬영 세계에 대해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거죠.”

    6년 전, 이미 프로 다이버였던 그가 사진 촬영을 시작한 이유는 그저 재미있고, 멋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보고 즐기기만 해도 좋은 바닷속을 굳이 힘들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제 사진을 통해 아름다운 바다를 사람들이 본다면 지금보다 더 아껴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직접 바닷속 생태계를 점검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카메라에 담는 재미와 보람도 있고요.”

    함께 수중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임인 ‘DEPC’(Digital Eco Photo Club)와 활동하며 해양생물도감을 만들어 내고, 희귀종을 찾아 학계에 보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소장한 수중 사진 2000여점 중에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희귀종 사진도 수십점이나 된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일본 등 해외바다에도 종종 나간다. 이렇듯 유별난 ‘애정’ 때문에 그의 주말은 오롯이 바다 차지다. 물론 가족들의 원성이 높지만, 덕분에 9살 난 아들도 수중에서 사진을 찍을 만큼 베테랑(?)이 됐다고.

    아침, 저녁,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바다에 빠지는 그. 힘들진 않을까.

    “오히려 육지보다 바다가 더 편한 것 같아요. 바다와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바다에 사는 생물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하지만 그 ‘못 말릴 즐거움’ 때문에 목숨이 위태했던 적도 있었다.

    “중요한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인데 공기가 다 떨어져 가는 거예요. 동료들이 빨리 나가자며 손짓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숨을 참다가 정신을 잃은 적도 몇 번 있죠.” 웃을 일이 아닌데 웃으며 말한다.

    그는 최근 들어 통영 사량도 인근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도 사량도로 향할 예정이라고. 사량도 인근 해양생물에 대한 보고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 정도면 취미 수준을 넘어서 전문 연구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냥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보고 산다고 생각해요. 제 작은 취미생활로 바다 생태에 도움이 되면 더 좋겠죠.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진 사진을 찍으려고요.” 조고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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