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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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 교과통합 독서논술

왜 과학시간에 글쓰기 배워야 해요?

  • 기사입력 : 2008-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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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쌤, 왜 과학시간에 수필 쓰기를 해요?”

    “왜? 과학시간에 수필 쓰기 하면 안 되나?”

    “이상하잖아요? 과학 수업을 해야지. 학원 과학 쌤도 그냥 웃던데요.”

    지난 1학기 말 수업 시간에 다른 반에서 과학 수필 쓰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2학년 학생과 나눈 대화이다.

    기말고사도 끝나고 교과 진도에 급급해 하지 않아도 되는 터라 평소 생각하고 있던 교과 통합 글쓰기를 해보려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이다. 글쓰기라면 투정을 부리며 머리부터 쥐어짜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기에 미리 글쓰기 필요성을 내세워 입막음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 첫머리를 잡아주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과학을 배우는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해서 시험 점수 높게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자연의 현상 속에 들어있는 원리를 깨달아 우리 삶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다.

    지식을 ‘산지식’과 ‘죽은 지식’으로 나눌 수 있다. 수업에서 이해한 지식을 두뇌에 저장하고 있다가 시험 칠 때나 써먹는 지식을 산지식이라 하기 어렵다.

    새롭게 얻은 지식에 자기 나름대로 의미와 값어치를 매겨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깨달음이나 지혜에 도움이 될 때 산지식이 되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배운 지식을 불러내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그 지식은 내 것이 되고, 그 지식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수필 쓰기는 과학 수업에서 배운 지식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보는 활동이다.

    이렇게 중학교 2학년이 쉽사리 토를 달지 못하도록 거창하게 또 감성적으로 분위기를 잡은 뒤에 차윤정 산림환경학 박사가 신문에 칼럼으로 쓴 ‘6월의 숲’이라는 글을 나누어 주었다.

    글의 내용 중에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찾아보게 한 뒤에 글쓴이가 과학 지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였는지 알아보도록 하였다.

    “이 칼럼은 어른들 대상으로 쓴 글이어서 낱말은 어려운 게 있겠지만 내용은 아주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글 내용 중에 과학 지식은 대부분 교과서에서 배웠거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여러분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억지스러운 자신감을 제안하고 과제를 칠판에 썼다.

    ‘4단원 식물의 구조와 기능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우리 삶에 필요한 교훈, 지혜, 의견 등을 쓰시오.’

    그 다음에 교과서 4단원을 펼쳐 배운 내용을 되새겨 보도록 하였다. 단원에서 배운 내용 가운데 자신이 겪은 경험, 느낌, 생각, 의견, 깨달은 점 등과 관련이 있는 내용을 한두 가지 찾아보라고 하였다.

    잘 찾아지지 않으면 4단원에서 배운 내용 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걸 선택하라고 했다.

    수필이란 형식에 관계없이 느낌이나 경험 등을 생각나는 대로 쓰는 글이다. 과학 수필이라는 갈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과학 지식에 대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읽어 본 ‘6월의 숲’이라는 글처럼 알고 있는 지식을 쓰고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 보라고 하였다.

    4단원에서 한두 가지를 골라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생각그물로 정리하여 보라고 하였더니 학생 중 몇 명이 ‘광합성’을 말했다. 광합성에 대해 쓸 수 있는 내용을 집단 토의식으로 진행하며 생각그물을 칠판에 그렸다.

    그런 다음에 자신이 쓰고 싶은 글감을 생각그물로 정리하여 글을 써 보게 하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20분 정도라서 다음 날까지 과제로 제출하라고 하였다.

    내가 다니는 김해여중은 올해 독서 논술 시범학교이다. 시범 주제가 ‘교과 통합 독서 논술 지도를 통한 사고력 신장’이다.

    학교로 발령받기 전에 십몇 년 교실 밖 독서논술 교육을 한 경험 덕에 시범학교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이런저런 연유로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나 교과 수업에서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틈틈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 수업에서 글쓰기나 독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교과 진도와 평가, 학교 전체 일정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결에 한 학기가 마무리된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여유가 있다면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기 전의 며칠과, 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으로 진급하기 전의 며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교사들이 학기와 학년 마무리 업무 때문에 바쁘다. 이래저래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학생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하기 힘들다.

    글쓰기 같은 경우에는 쓰기 후 활동으로 대면 첨삭이나 개별 첨삭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쓴 글 돌려 읽기로 상호 평가를 하거나, 보기 글을 선정하여 되짚어 보고 고쳐쓰기를 한다. 하지만 이마저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니 교과서 내용을 요약하며 마무리로 ‘참 유익한 내용이었다’고 힘겹게 쓴 글도 더러 보이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쓴 글도 제법 많다. 식물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동화 형식으로 쓰기도 했다. 동생에게 배운 내용을 가르쳐주는 내용으로 쓴 글도 있다.

    과학 수업 시간에 글쓰기를 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따라준 학생들이 고맙고 예쁘다.

    다음 글은 2학년 1반 이예진 학생이 쓴 글의 일부분이다.

    <이렇게 식물이 뿌리가 발달되어야 잘 자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뿌리의 기능을 해주는 무언가가 잘 되어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뿌리 기능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데, 친구가 “가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공감이 되었다. 가정을 이루는 가족 구성원들이 좋은 생각과 지식을 많이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해서 좋은 가정환경을 만들어야 그 안에서 성장하면서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이나 행동들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들까지 보면, 어릴 때 가정환경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나 학대를 받는 등의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다.

    그런 환경요소들이 사람들의 정신에 막대하게 영향을 미치는가 보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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