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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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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발길따라 노래하는 낙엽길

함양 상림숲 낙엽길
깊은 가을날, 천년숲 오솔길 가득 채운 낙엽 밟아봐요
넓은 마당바위·맑은 하천이 걷는 즐거움 더하고요

  • 기사입력 : 2008-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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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 상림숲을 찾은 관광객들이 낙엽이 쌓인 오솔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


    상림숲 산책로에서 만난 다람쥐.


    상림숲 내 생태 하천.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레미 구르몽 詩 ‘낙엽’ 중에서-

    가을이 깊어 갈수록 떠오르는 시 한 구절이다.

    가을이 ‘찰나’같이 스쳐 지나간다. 단풍인가 싶더니 어느새 낙엽이 됐다. 늦더위가 한참 동안 애를 먹이더니 벌써 겨울을 재촉한다.

    떨어진 나뭇잎이 바닥에 뒹굴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이면 우리네 마음도 덩달아 쓸쓸해진다.

    깊어 가는 가을이 못내 아쉬우면 낙엽 쌓인 거리를 걸어 보자. 사랑하는 가족·연인과 함께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만추에 취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도내의 대표적인 낙엽거리 ‘함양 상림숲’(천연기념물 제154호)을 찾았다.

    1100년 전 통일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 지명) 태수로 부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치수림이다. 고운이 직접 지리산, 백운산에서 활엽수를 캐다가 함양읍 서쪽을 흐르는 위천의 둔치에 조성한 호안림(護岸林·폭 80~200m, 길이 1.6㎞ )으로, 조성 당시 대관림(大館林)으로 불렸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백성들을 무척 사랑했나보다. 당시 지금의 위천수가 함양읍 중앙을 흘러 홍수의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이에 최치원 선생이 강변에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그 둑 위에 나무를 심어 홍수 피해를 막았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상림과 하림으로 나눠졌으며 하림 구간은 취락이 형성되면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만이 남아있으며 상림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울창한 상림 입구에 들어서자 바람에 낙엽 비가 우수수 내린다.

    울긋불긋한 단풍 사이 오솔길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나뒹군다.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낙엽과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수북이 쌓인 낙엽거리를 걸을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하는 소리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 돌아오고 걷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가뭄으로 단풍과 낙엽이 많이 메마른 듯하다.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상림엔 뭔가가 있다. 아름드리 나무의 단풍과 낙엽,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연들이다.

    낙엽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넓적한 ‘마당바위’가 우리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상림 숲은 한 폭의 산수화 같다. 마침 겨울나기 준비가 한창인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를 찾으러 나왔다.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도토리를 모으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혹은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본다.

    숲 내 산책길을 따라 다시 낙엽길을 걷다 보니 두 팔 가득히 낙엽을 모은 아이들이 하늘을 향해 흩뿌리며 즐겁게 뛰노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연이 선물한 낙엽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과 낙엽을 던지며 함께 즐거워하는 엄마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상림숲을 찾은 윤혜자(38·함양군 함양읍)씨는 “오늘 날씨도 좋고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상림숲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을 찾았다”며 “모처럼 아이들과 뛰놀며 즐기다 보니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한다.

    가을빛이 완연한 숲길을 거니는 연인들은 사진 한 장에 추억을 담기도 한다.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사운정과 화수정 정자를 돌아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비치는 낙엽길을 거니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함양분기점→함양IC→함양읍내→상림. 문의 함양군 문화관광과 ☏055-960-5163.

    △진주 경남수목원● 진주 이반성면 대천리 경상남도수목원은 숲길을 따라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10km에 이르는 수목관찰로를 따라 전망대까지 걷다 보면 단풍과 낙엽이 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전망대에 오르면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과 야산의 한적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난 88년 조성된 경남수목원은 50여ha의 면적에 1500여 종 10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마산 진북 편백나무 숲● 마산 진북면 금산리 서북산 자락에 위치한 편백나무 숲은 99만1740㎡ 규모에 직경 20~30cm 편백나무 수십만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30분가량이다. 가족·연인들이 함께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진해 안민고개● 창원과 진해의 경계를 이룬 안민고개는 봄이면 벚꽃이 절경을 이루는 장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이맘때면 벚나무 가로수 길과 언덕 아래 숲길 단풍이 진해 시가지와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창원 단풍거리·중앙체육공원 낙엽거리● 도심에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은 창원 성산아트홀 인근 단풍거리와 중앙체육공원 보도변 낙엽거리다.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낙엽거리를 거닐며 만추의 정취를 느낀다. 창원시내에는 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모두 16종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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