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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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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 우러나는 茶 한 잔의 가을

전통차 제대로 즐기기

  • 기사입력 : 2008-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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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은/술보다/차 끓이기 좋은 시절//갈가마귀 울음에/ 산은 여위어 가고//씀바귀 마른 잎에/바람이 지나는/남쪽 11월의 긴긴 밤을//차 끓이며/끓이며/외로움도 향기인양’-(김현승 ‘무등차’)

    코끝을 스치는 싸늘함, 마음을 휑하게 만드는 스산함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럴 때는 차(茶) 한 잔이 명약이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찻잔의 온기와, 혀끝에서 온 몸으로 퍼지는 차의 향긋함, 같은 차를 나누는 이와의 따뜻한 교감은 체감 온도를 한층 올려줄 것이다. 인스턴트차보다는 찻잎으로 우려내는 전통차를 추천한다. 그래야 가을 찻자리의 ‘맛과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사)한국차인연합회 단학예다원 조덕화 원장은 “우리의 찻자리에는 아름다움, 사랑, 화합, 행복이 있다”며 “생활 속의 차 한 잔은 몸도 마음도 정신도 풍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차를 맛있게 마시는 법은 따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물’이다. 차맛의 절반은 물맛과 그 온도, 우려내는 시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할 수 있는 물 중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은데,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받아서 하루 뒤에 사용해야 한다. 약 냄새, 각종 침전물을 가라앉힌 뒤 윗부분의 물만 사용하는 것이다.

    물을 끓일 때는 은근한 불에서 시작해 힘있는 불로 마무리한다. 이는 물의 성품을 살려 끓이는 방법이다. 보통 100~120℃까지 물을 끓이는데, 끓인 후 2분 쯤 후에 차를 우려내 60~70℃ 쯤에서 마시는 게 가장 맛이 좋다. 찻잎의 양과 물의 양도 맛의 중요한 변수인데, 차 2~3g에 물 150cc가 1인이 먹기에 가장 좋은 양이다. 일일이 재기는 어렵지만, 기본을 알고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생각만 가져도 차의 맛이 다르다. 차는 3~4번에 걸쳐 우려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찻자리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을 경우에는 다른 용기(물식힘 사발)에 한꺼번에 차를 모두 따른 뒤 나누어서 차를 내는 게 좋다. 균일한 색과 맛, 그리고 향을 찻잔에 담아낼 수 있다.

    차는 오감으로 마셔야 한다. 색, 향, 미 순서로 즐기면서 마시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우려진 차의 탕색을 살피고, 가만히 들어올려 향기를 맡고 맛을 본다. 맛을 볼 때는 차를 입안에 머금고 입안에 가만히 굴려보자. 차의 맛과 입안에서 우러난 단맛이 어울린다.

    우리 선조들이 차를 마시면서 즐겼던 문화를 활용한다면 훨씬 멋스럽게 차를 즐길 수 있다.

    옛 선조들이 차와 함께 즐긴 문화는 다식, 다석화, 다향이 있다.

    다식은 차와 함께 즐기는 음식을 말한다. 차의 ’맛을 해치지 않는 담담한 간식거리나 과일을 내는 것이 좋다. 잎차를 마실 때는 차를 먼저 마신 다음 다과를 맛보고, 가루차를 마실 때는 먼저 다식을 먹고 차를 마신다. 아기자기한 다식은 심심할 수 있는 찻자리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찻자리에 놓인 꽃’, 다석화는 찻자리에 자연을 가져온다는 선조의 뜻이 담긴 문화다. 가을철 국화를 한 송이 꺾어서 찻자리에 올려놓거나, 낙엽을 차받침으로 쓰면 운치있는 찻자리로 변한다. 차를 한 잔 마시고, 꽃을 감상하고, 또 차를 마시고, 꽃을 감상하면 찻잔에서 자연을 볼 수 있다.

    다향은 찻자리와 함께하는 향을 말한다. 찻자리 가까이 향로를 피우면, 차향을 해칠수 있으므로, 차를 마시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은은하게 나도록 향을 피우는 게 좋다. 향이 약한 차를 마실 경우에는 아로마향초를 피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ung@knnews.co.kr

    사진촬영협조·도움말= (사)한국차인연합회 단학예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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