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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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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상수도와 하수도 - 이광수 (소설가·경남문학관장)

  • 기사입력 : 2008-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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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각자의 인생관과 삶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주관에 의해 삶을 영위해 나간다. 특히 변화무쌍한 현대인의 삶은 시간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기에도 벅찬 고된 생활의 연속이다. 정해진 시각에 밥벌이하는 직장에 출퇴근하고, 각종 인간관계의 유지를 위해 여러 모임에도 참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휴일에는 가정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교외로 나가거나 영화나 문화예술 공연도 감상한다.

    인간은 원래 생명 유지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오락이나 도락에 탐닉하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정적인 것을 즐기는가 하면, 빙벽 타기, 스쿠버다이빙 같은 다소 모험적인 놀이에 탐닉하기도 한다. 그리고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경주, 산악 자전거 타기를 하거나 경마나 경륜, 경정같은 사행성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나처럼 독서하고 글쓰기 같은 재미없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경마나 경륜·경정 같은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이다. 옛날부터 투전판을 기웃거리다가 패가망신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화투나 카드 같은 도구를 이용한 도박이나 카지노에 빠져 일생을 망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사 모두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상수도가 있으면 반드시 하수도가 있기 마련이다. 맑음과 흐림은 백지 한 장 차이일 뿐이다. 맑은 물에 손 한번 씻고 나면 그 물은 금방 폐수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그 폐수를 다시 정수하면 새 물이 된다.

    지난해 사행산업감독위원회라는 새로운 기구가 의원발의로 국회를 통과하여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설치되었다. 경마, 경륜, 카지노를 비롯한 각종 사행성 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여 건전한 게임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취지로 생긴 기구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구의 설치가 사행성산업의 건전육성이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정부가 공기업 형태로 운영 중인 게임산업을 고사시키려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업계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경마의 경우, 영국에서는 수상이 전 국민에게 권장할 정도로 육성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경마권을 구매토록 하여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사회복지기금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신문지상을 통하여 본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사행성 산업은 그 중독성의 폐해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여 사람의 생명을 위협함에도 담배 판매를 금지할 수 없고, 과음으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한 해 수천 명이 생긴다고 국민들이 즐기는 술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없듯이, 게임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건전하게 즐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마, 경륜 등의 게임산업이 마치 국민들을 도박판에 몰아넣어 패가망신시키는 것으로 매도하는 식의 통제를 가하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현재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경마·경륜·경정의 교차투표 금지, 장외발매소 설치 제한, 차권 구매 실명제 실시 등의 통제 위주 일변도의 규제책은 기존의 사행 산업을 존폐위기로 몰고 가는 한편, 건전한 놀이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무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상수도가 있으면 하수도가 있어야 하듯이, 국가정책도 이상주의적 형식주의 논리로 끌고 가면 이 세상은 삭막한 사막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독이라는 것은 모든 일이나 놀이문화에 끼어들게 마련이다. 일벌레를 워커홀릭이라고 하듯이 취미나 게임도 빠지면 중독(마니아)이 되지만, 건전하게 즐기면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이다. 다원화 시대를 맞아 세상만사를 흑백논리로 단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의 말살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경마·경륜 등 공익성을 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전 국민이 건전하게 즐기는 오락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인 개선 보완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칼럼

    이 광 수 소설가·경남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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