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제철 별미] 거제 굴구이

껍데기째 구운 요놈들, 살이 통통 올랐네~
3년산 굴 철판에 10분 구우니 '바닷물 영양분'이 굴 속에 쏙

  • 기사입력 : 2008-11-20 00:00:00
  •   
  • 초장, 야채쌈, 묵은지, 김, 배추쌈…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

    3년산 굴만 골라 껍데기째 구운 ‘굴구이’ 요리.





    1년을 기다렸다. 탱글탱글한 감촉, 향긋한 내음, 싱싱한 바다 맛.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움만큼 부풀어 오른 설렘을 안고 거제도로 향한다. 제철 음식의 묘미란 이런 걸까. 꼬박 사계절을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도도함, 그리고 그 기다림마저 행복으로 만드는 매력, 그 즐거움에 빠져 신나게 달리니 어느덧 거제대교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거제도는 빨갛게 시리다. 울긋불긋한 산은 바다 빛을 빠알갛게 물들이고, 붉은 바다와 마주 본 하늘은 그 푸름이 더 시리다. 갯내음 와닿는 코끝도 시큰하다.

    굴의 최고 맛은 생굴이라지만, 이렇게 스산한 날씨엔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굴구이가 제격이다. 옷깃을 여미며 거제면 서정리 ‘거제도 굴구이’ 식당으로 들어선다. 오후 3시가 넘어가건만 장갑과 칼을 든 채 굴구이 삼매경에 빠진 이들이 두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풍겨오는 굴구이의 고소한 냄새에 침이 고인다.

    자리에 앉아 굴구이 한 판을 주문한다. 가격은 한 판당 1만8000원, 3~4인 기준이다. 주인장은 네모형 철판에 껍데기째 굴을 한가득 쌓아 얹어 온다. 가스불 위에 올린 후 뚜껑을 덮고는 10분 정도 기다리라고 말한다.

    철판 안에는 물 없이 오로지 굴만 넣는다. 석쇠도 아닌데, 굴이 타거나 쪼그라들지 않을까. 과연 익기는 익을까.

    이런 우려에 주인장은 “굴은 껍데기 속의 ‘육수’를 이용해 스스로 익는다”며 “그렇기에 굴구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굴은 한 시간에 바닷물을 1ℓ씩 받아 먹으며 아가미를 통해 영양분만 걸러 섭취한다. 그렇게 머금은 바닷물의 엑기스로 익혀진다니, 그 맛은 생굴의 바다맛과는 차별화된 바다맛이리라. 기대치가 높아진다.

    10분이 길다. 반찬으로 내온 굴회무침과 호박전을 먹으면서도 자꾸 철판통에 눈길이 간다. 10분가량 지나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굴 익는 냄새가 풍겨 온다. 주인장이 뚜껑을 연다. 꽉 다물고 있던 녀석들의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그 속에 우윳빛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하다.

    굴구이 시식에 필수품인 장갑을 한 짝씩 끼고, 칼을 든다. 각자 테이블 밑 쓰레기통도 하나씩 챙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맛볼 시간이다. 뜨끈뜨끈한 굴을 하나 집어 올린다. 주의할 점은 철판 위에서 굴껍데기를 거꾸로 들어 물을 빼낸 뒤 가져와야 한다는 것. ’육수’를 빼낸 굴을 장갑 낀 손으로 쫙 벌린다. 입을 연 껍데기 가운데 오동통한 굴이 붙어 있다. 칼로 굴눈을 벗겨내서 한 입 먹는다.

    제철이라 가득찬 굴 알이 입안에서 톡톡 씹힌다. 쫄깃하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굴구이도 먹는 법이 다양하다. 주인장의 설명에 따르면 첫째, 초장에 찍어 먹는다. 둘째, 야채쌈에 싸 먹는다. 셋째, 묵은지에 싸 먹는다. 넷째, 초장에 찍어 김에 싸서 먹는다. 다섯째, 배추쌈에 야채샐러드를 넣고 돌돌 말아 먹는다 등이 있다.

    굴구이의 굴은 생굴에 비해 유달리 크기가 크다. 주인장 왈 “거제 앞바다에서 직접 양식을 하는데, 굴구이용으로는 크기가 좀 되는 3년산 굴을 따로 분류해 쓰기 때문”이라 했다. “굴회는 햇굴이 좋지만, 굴구이는 3년 정도 된 게 알도 많이 차 있고, 씹히는 맛이 있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굴구이를 먹고 난 뒤에는 별미 굴죽을 먹어 줘야 한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굴구이 덕분에 배가 가득 찼음에도, 감칠맛 나는 굴죽 한 그릇을 또 금방 비워낸다. 굴죽은 2000원이다.

    배 부르게 먹었으니, 굴의 장점 몇 가지만 알아 두자. 굴은 제철인 10월부터 4월까지 글리코겐이 가장 풍부하며, 5월부터 9월까지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 편이 낫다. 간에도 좋고, 피로 회복에 효과를 보이며 눈 건강에도 좋다. 또한 남자의 정자 수를 늘려줌으로써 왕성한 남성성을 촉진시켜 주기도 한다. 여자에게도 좋은 음식이 제철 굴이다. 굴에 들어 있는 비타민A가 피부를 곱고 희게 만드는 역할을 해 준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