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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방지와 중앙지 - 조용호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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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텍사스주에 ‘포트워스스타-텔레그램’(The Forth Worth Star-Telegram)이라는 지방지가 있다. 성공했다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지역주민의 이벤트, 예를 들어 화촉 부고 등 각종 경조사, 학위, 승진, 합격, 출산, 각종 학교운동 시합 전적 등 주민들의 작은 이야기를 지역블록판에 빼곡히 실었다. 이 신문사 짐 위트(Jim Witt) 편집국장은 “20만 부수의 신문이지만 5000부 규모의 공동체 소식지처럼 신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신뢰를 얻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미국은 한국처럼 중앙지 위주가 아니다. 워낙에 땅덩어리가 넓어 전국적인 배급망을 갖추기 어려웠고, 주(州) 단위의 지역적 자치성이 강해서이다. 90년대 중반부터 ‘USA투데이’나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같은 거대 전국지들이 지방을 잠식한다고 하지만 지방은 지방지의 권역이다.

    한국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05년도 조사 결과, 구독시장 점유율에서 전국지가 77.3%, 지방일간지가 10.2%이고, 이를 구독 가구만으로 볼 때 조·중·동이 80.7%이다. 지난해 4월 현재 전국의 일간지는 203개로, 이 중 문화 분야를 뺀 일반일간지는 153개, 여기에서 서울(중앙지) 48개를 제외한 지역일간지는 105개이다. 100개가 넘는 전국의 지방지들이 10%의 시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느닷없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이진로 교수(영산대 신방과)의 세미나 발표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있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중앙일간지 보도태도’라는 주제 발표에서 “조·중·동 신문의 논조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비중있게 보도하여 서울 중심의 여론을 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곧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반지방적 정책’인데도 이들 3개사는 잘한 것처럼 긍정적인 보도로 일관한 반면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했으며, 그 배경에는 수도권 독자와 대기업 광고주가 있었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대한민국 구독 시장의 70~ 80%라는 압도 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조·중·동이라면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인한 지방의 불이익과 국토 발전의 불균형을 바로 보도해야 한다. 아무리 수도권 독자와 대형 광고주들이 있다 해도 신문사의 이익 위주로만 가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작금의 지방지는 신문 시장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자기 무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미국의 언론학자 월터 기버(Walter Gieber)는 “기사란 기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재료(사건)가 다른 상품(기사)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기자와 소속 신문사에 달렸다. 완벽한 객관성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앙지도 지방지도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치열한 생존경쟁의 신문 시장이고, 신문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어 지식·정보·문화회사 등 ‘1社 다역’을 병행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와 인터넷의 영향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중앙지에 대한 지방의 대안은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신문을 보지 않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매일 열독해도 결정적 순간에 지방을 변심한다면 끊는 방법 말고 더 있겠는가. 백 번 항의보다 한 부 끊는 것이 더 낫다.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그리고 학계·시민단체에서 연일 수도권 위주 정책과 그 보도를 비판하고, 세미나도 열지만 어디 효과가 있던가. 이익과 직결돼야 움직인다. 당장 대량으로 끊어 보라.

    하지만 더 중요한 방안은 지방지가 지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지방지의 역할에 충실하여 지방의 튼튼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지방지를 보지 않고서는 지방에서 살 수 없어”라는 말이 나오도록 지역 밀착 지면으로 잘 꾸미고, 지방과 동고동락하여 지방을 잘 대변해야 한다. 편향 정책·보도, 경품 공세 등 중앙지의 구조적 모순은 탓하되, 지역의 발전과 분권과 자치, 그리고 정보와 뉴스를 책임져야 할 원초적 과제가 지방지에 있는 것이다. ‘지방의 보루는 지방지’라는 과제에 철저해야 한다.

    금요칼럼

    조 용 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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