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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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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하늘빛이 다르답니다

☆주남저수지 탐조여행
가창오리·재두루미·큰고니…

  • 기사입력 : 2008-1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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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떼가 해질 무렵 창원 주남저수지 상공을 날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탐조객들이 억새가 만발한 제방에서 철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큰고니



    재두루미


    저녁 노을에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갈 무렵 하늘 위로 먹물 번지듯 검은 물체들이 퍼져 나간다.

    수만 개의 점이 모이고 흩어지며 다시 모이기를 반복한다. 회오리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꽈배기 형태로 변하기도 한다. 바로 가창오리 수만 마리가 펼치는 화려한 군무다.

    해뜰 녘과 해질 녘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무리를 지어 허공을 맴도는 기막힌 장관은 가히 환상적이다.

    겨울 철새들의 계절 겨울이 돌아왔다.

    가창오리를 비롯해 큰기러기, 큰고니, 재두루미, 저어새 등 겨울 진객들이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며 탐조객을 유혹한다. 겨울 철새들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탐조길에 나섰다.

    장소는 철새들의 왕국 창원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창원 동읍·대산면 일대에 위치해 수로로 연결된 주남·동판·산남저수지 등 3개의 저수지를 통틀어 일컫는다. 그 크기가 약 602ha에 이른다.

    주남저수지는 1922~1924년 창원 대산·동읍 농경지의 용수 공급과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에 의해 낙동강 배후습지에 높이 4~5m, 길이 9km의 제방시설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1980년대 들어 가창오리 10만여 마리가 주남저수지에 서식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 기능 외에 철새 서식지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창원 주남저수지가 새들에게 안락한 낙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수생식물이 풍부해 곤충과 물고기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지가 되고 이들이 다시 새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을걷이 후 남은 낙곡 등의 풍부한 먹잇감과 갈대와 물억새 등이 은신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 탐조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다. 일출·일몰 전후로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하늘을 뒤덮는 군무와 재두루미 가족의 우아한 비행, 노랑부리저어새, 기러기들이 일제히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25일 오후 탐조대에 오르니 가창오리떼가 마치 반가운 손님을 반기기라도 하듯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남저수지 철새감시요원 이창우씨는 “현재(25일) 주남저수지를 찾아 월동하고 있는 겨울 철새는 노랑부리 저어새 17마리, 재두루미 20여 마리, 가창오리 2만5000여 마리, 큰기러기 2000마리, 큰고니 135마리 등 30여 종 3만5000여 마리”며 “얼마 전에는 재두루미가 120여 마리, 노랑부리저어새는 18마리, 큰고니는 3000여 마리 등 많은 철새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순천만과 천수만, 낙동강 하구둑으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저 멀리 저수지 중앙에서 주걱처럼 생긴 넓적한 부리를 물에 담그고 좌우로 휘휘 저으며 먹이를 찾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눈에 들어온다. 물구나무를 서서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 꽁지를 뒤뚱뒤뚱거리며 모이를 찾아 헤매는 ‘가창오리’,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찾느라 원을 그리며 헤매는 ‘물닭’, 도도하면서도 고고함이 느껴지는 재두루미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씨는 “30년 전만 해도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가창오리떼가 머리 위를 지날 때면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를 내곤 했는데 이제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더욱이 재두루미는 지난해에 비해 개체 수가 훨씬 줄었는데, 겨울철 잦은 공사로 쉴 곳을 잃은 재두루미가 다른 곳으로 많이 이동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주남저수지는 도심에 인접한 데다 철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최근에는 람사르총회 개최 영향으로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탐조객들로 붐빈다.

    ▲탐조 때 주의사항

    △대화는 소곤소곤, 걸음은 살금살금= 새들은 소리에 민감해서 시끄럽게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된다. 조용히 쉬면서 관찰해야 한다.

    △녹색이나 갈색 옷이 좋아요= 새는 사람보다 8~40배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어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옷은 새들을 놀라게 한다.

    △가까이 가지 마세요= 새의 무리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새들은 위협을 느낀다. 자세히 보고 싶다면 쌍안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돌을 던지면 안돼요= 새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돌을 던지면 새들이 놀란다. 새는 한 번 날아오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외에 진한 냄새가 나는 화장품 사용을 삼가고 보온성 있는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좋다. 특히 철새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차폐막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삼가야 한다.

    ▲주남의 대표적인 겨울 희귀새

    △노랑부리저어새= 천연기념물 205호. 암수 동일하며 여름깃은 부리 끝과 윗가슴이 노랗고 다리는 검은색, 겨울이 되면 가슴도 하얗게 되며 부리 끝의 노란색도 엷어진다. 긴 부리로 촉각을 이용해 목을 좌우로 흔들며 전진하면서 어류, 양서류, 갑각류 등 무척추동물을 주로 먹는다. 멸종위기 조류Ⅰ급.

    △큰기러기= 몸 전체가 흑갈색이며 다리는 살색이다. 검은색의 부리 중앙에는 노란색의 띠가 선명하다. 늪이나 호수, 갯벌 등지에서 서식하며 큰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는다.

    △가창오리= 내륙습지와 갯벌 등지에 월동한다. 야행성으로 수컷은 머리 꼭대기가 검은색이고 가슴은 어두운 갈색, 배는 검은색 무늬가 있는 회색이다. 눈의 뒤쪽에는 청록색의 무늬가 있고 눈의 앞쪽과 뺨의 중앙에 노란색 무늬가 있다. 예로부터 부귀와 영광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멸종위기 조류Ⅱ급.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203호. 눈 둘레는 빨갛고 그 주위는 검으며 뒷머리·턱밑·턱목은 희다. 앞목·가슴·등·배는 짙은 회색이다. 겨울에는 암수와 어린 새 2마리 정도의 가족 무리가 모여 산다. 어류, 갑각류, 식물의 뿌리, 벼 등을 주로 먹는다. 재두루미는 한 번 짝짓기를 하면 평생을 함께 산다고 한다.

    △큰고니= 천연기념물 201~2호. 몸 전체가 흰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며 부리와 눈 사이는 노란색이다. 무리는 암수와 새끼들이 가족군으로 구성된다. 고니에 비해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 더 넓게 퍼져 있으며 헤엄칠 때 목을 곧게 세운다. 4~5월에 번식을 시작해 4~5개의 알을 낳고 35일 동안 품어 어미가 되는데 87일이 걸린다.

    글=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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