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 (수)
전체메뉴
  • 경남신문 >
  • 글자크기글자사이즈키우기글자크기 작게 프린트 메일보내기

[제철 별미] 생대구탕 vs 물메기탕

“겨울철 탕은 내가 왕” … 맛싸움 뜨겁네 !

  • 기사입력 : 2008-12-04 00:00:00
  •   
  • 찬바람 부는 남해안, 대표적인 겨울 탕요리인 ‘생대구탕’과 ‘물메기(꼼치)탕’이 맞붙었다.

     살아있는 바다의 맛을 품은 대표주자이자,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생선들이기에 그 기(氣)싸움(?) 또한 만만찮다.

    귀족 출신 대구는 “천대받던 물메기가 고급스러운 대구탕 맛을 따라올 수 있겠느냐”며 호통이고, 최근들어 주가가 상승한 물메기는 “편견을 이겨내고 맛 하나로 인기를 끈 내가 진정한 맛의 승자”아니냐며 콧대를 높인다.

    두 가지 매력을 한번에 맛보기엔 거제만큼 좋은 곳이 없다.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효진횟집을 찾아 ‘생대구탕’과 ‘물메기탕’을 함께 시켰다.

    맑은 국물에 통통하고 뽀얀 살이 그릇 가득 담겨나왔다. 두 개의 탕, 보기엔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한 입만 먹어 보면 그 차이를  안다. 

    물메기탕은 담백하고 푸른 자연맛이, 대구탕은 깊고 얼큰한 맛이다.

    아, 이 무딘 혀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겠다. 어쩔 수 없다. 그들의 매력을 직접 들어보자.

    ▲대구: 안녕하시오. 나는 입이 크고 잘생긴 대구(大口)요. 크기만큼 그 맛도 얼마나 좋은지, 어두육미(魚頭肉尾)란 말이 나 때문에 생겼잖소.

    ▲물메기(꼼치): 잘 지내셨소. 나는 남해안 사람들이 ‘물메기’라 부르는 꼼치라오. 여기서는 편하게 별칭인 ‘물메기’라고 합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떠오르는 생선계의 샛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대구: 샛별이라니 잠시 반짝하다 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구려. 다들 알겠지만 나는 오랜 세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어온 ‘스테디 셀러’같은 생선이지요. ‘대구 3마리면 집안 어른 감기 걱정 없다’는 옛말 혹시 못 들어봤소? 10년 전인가, 내 값이 마리당 50만 원일 때 물메기는 100분의 1인 5000원 정도면 팔리는 싼 생선 이었지요. 족보도 없고, 못나서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물메기랑 비교 당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하구료.

    ▲물메기: 족보가 없다니요. 옛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고,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기록돼 있소. 비록 내 진가가 조금 뒤늦게 알려지긴 했지만, 수백, 수십년의 무명생활을 딛고 드디어 그 편견을 깨고 인기를 얻었으니 내가 진정한 맛의 승자라 할 수 있지 않겠소?

    ▲대구: 그 인내는 인정하겠소. 하지만 지금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생대구탕’의 진가에는 따라오지 못할 것이오. 깊고 진한 바다맛은 물론, 쫄깃쫄깃한 흰살과 부드러운 곤이(정자 주머니)를 맛볼 수 있는 건 겨울철 생대구탕뿐이요. 가격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소.(효진식당 기준, 생대구탕은 1만5000원, 물메기탕은 1만원이었다.)

    ▲물메기: 잘 모르시고 하는 말씀 같은데, 물메기탕도 찬바람 부는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제가  대구에 비해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할 뿐이지, 맛이 떨어져 가격이 싼건 아니지요. 그리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나의 장점이 아니겠소. 물메기탕의 잡내가 없고 담백한 맛은 어디 비할 데가 없소. 특히 껍질과 살 사이의 점막덩어리로 흐물거리는 부분은 맛의 정점이랍니다.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이것만 찾지요.

    ▲대구: 맛이야 본디 우리가 다른 종이니 그런 것이라 칩시다. 그러나 영양 면에서는 내가 상위지 싶소. 대구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가치로도 훌륭하고, 고혈압에도 좋고, 곤이는 단백질 덩어리지요.

    ▲물메기: 물론 물메기가 일반 어류에 비해 영양가가 높진 않습니다. 그러나 반전이 있지요. 지방분 또한 절반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다이어트식품으로 그만이고, 미끌한 껍질은 피부미용에도 좋습니다. 또한 담백한 맛 때문에 숙취용으로도 으뜸이지요.

    ▲대구: 흠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물메기에 대해 너무 낮춰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드는구료.

    ▲물메기: 괜찮소. 사실 예전에야 귀족과 노예처럼 그 대접에 차이가 났던건 사실이잖소. 그래도 겨울철 함께하는 동지(?)인데, 올 겨울 미식가들의 따끈한 속은 우리가 책임져야 되지 않겠소.

    ▲대구: 맞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하는 것도 12월부터 2월까지 뿐이잖소. 함께 힘을 모아 많은 이들에게 겨울바다의 건강한 기(氣)를 불어넣어 줍시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전강용기자 jky@knnews.co.kr 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