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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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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9) 가구 DIY 마니아 신은경씨

“뚝딱뚝딱, 나만의 색깔로 집 안 채워요”
2년 전 아이방에 맞는 가구 찾다 처음 인연

  • 기사입력 : 2009-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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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은경씨가 공방에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집을 ‘도화지’ 삼아 하나하나 ‘스케치’하며 살아가는 여자가 있다.

    가구 DIY(Do It Yourself) 마니아 신은경(40·창원시 사림동)씨.

    그녀의 집 안 ‘스케치’는 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현관 소품걸이부터 벽면의 액자, 거실장, 책상, 의자, 아이들 장난감까지 48평 집 안 곳곳이 그녀가 만든 크고 작은 작품들로 수놓여져 있다. ‘어떻게 이런걸 다 손으로 만들었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스케치’의 반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직도 채워넣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다 고치고 새로 만들고 싶은 걸요. 아무래도 집 안을 다 뜯어 고쳐야 만족할 건가 봐요.(웃음)”

    신씨가 가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위한 소박한 욕심 때문이었다.

    “이사를 준비하는데 아이 방에 딱 들어맞는 책상을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걸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방을 찾았죠.”

    마침 창원에 반쪽이 공방이 문을 열었고, 그렇게 가구 DIY에 첫발을 들였다. 그리고 한 달 후, 신씨는 가구 DIY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가구 DIY의 기본을 배우고 내가 짠 도안대로 책상을 만들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는데, 완성된 책상을 보는 순간 너무 좋은 거 있죠. 얼마나 좋았냐고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니, 그때를 회상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서 첫 아이를 품에 안은 모성의 기쁨과 비슷한 것이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렇게 강렬했던 감격을 어찌 쉽게 잊으리. 이후 그녀는 매일 공방에 들러 나무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퀼트와 십자수를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톱과 망치를 들고 페인트칠 하는게 일상인 목공이 된 것이다. 그 재미와 즐거움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기쁨을 위해 견뎌내는 작업은 늘 녹록지 않다. 도안부터 시작해 도안에 맞는 나무, 색깔 등 재료 선정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실패작이 되기 때문이다. 또 작업 중에 손에 나무 가시가 박히는 건 일상이고, 큰 나무 가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듬고 나면 어깨 다리 안 쑤시는 곳이 없다.

    “큰 가구 하나 만들고 나면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죠. 처음에는 남편도 힘든 일 뭐하러 하느냐고 핀잔이었지만, 내 몸 조금 힘들어도 결국 돈도 아끼고 마음에 쏙 드는 가구도 만들 수 있으니까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제 남편도 가끔 도와줘요.”

    실제 그녀가 만든 가구를 시중에서 구매하려면 2배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집에 있던 오래된 가구를 리폼까지 한다니, 경제적인 취미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일이 만들기가 힘들어서 가구를 사러 가보기도 하는데,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걸 만날 수가 없어요. 이게 마음에 들면 하나가 아쉽고, 그렇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내가 만들어야지 싶다니까요. 이젠 가구만 쳐다봐도 어떻게 만들까 그 생각부터 들어요.”

    이제 가구를 만든 지 약 2년이 된 신씨. 시간은 길지 않지만 이미 공방에서도 그녀는 프로급이다. 반쪽이 공방장 임상수(33)씨는 “공방을 열고 은경씨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못봤다. 꼼꼼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실수가 없고 완성된 작품도 늘 고급스럽다”고 말했다.

    신씨는 “우리 집을 내 마음에 들게 바꾼 뒤, 여유가 되면 작업할 수 있는 작은 공방 하나를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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