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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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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런 한옥에서 멋스런 1박2일

재화·재민이 가족의 김해한옥체험관 여행

  • 기사입력 : 2009-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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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한옥체험관을 찾은 재화·재민 형제가 저녁 식사 후 연못가를 산책하고 있다.



    하룻밤을 묵을 별채에서 명심보감과 천자문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전통다실에서 다례를 배우고 있다.



    김해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해한옥체험관 김영언씨가 체험관을 소개하고 있다.


    “삐~융 삐~융, 탕-탕-탕”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재화·재민)들이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 박혀 인터넷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다 못한 아빠가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인터넷 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놀이가 있는데 한번 가보지 않을래?”

    김해시 봉황동에 위치한 ‘김해한옥체험관’.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 아름드리 기둥과 멋스럽게 흘러내린 추녀,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장독대…. 단아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의 전통가옥에 아이들은 놀란 표정이다.

    겨울방학 동안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옛 정취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선조들의 숨결이 밴 옛 집에서의 하룻밤은 온 가족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기찬 주말은 재화(10)·재민(8)이 가족의 1박2일 김해한옥체험관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날 오후 4시30분~ 도착… 전통차 마시기·민속놀이

    진해에서 출발한 지 30여분 만에 도착한 김해한옥체험관. 조선시대 사대부의 고택을 재현한 한옥체험관 입구에 들어서자 한옥의 우아함과 기품을 느끼게 하는 솟을대문과 고풍스런 멋이 어우러진 팔작지붕과 빛깔 고운 고령 기와, 황토빛 담벼락이 옛 정취를 풍기며 정겹게 다가온다.

    관리소 직원의 안내로 별채인 ‘탐미당 함허실’에 여장을 푼 재화네 가족은 먼저 바깥채 전통다실인 ‘전향실’(篆香室)을 찾았다.

    “차를 마실 때는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차향을 음미하면서 서서히 마시는 거예요. 허리는 쭉 펴고, 다리는 양반다리를 하세요.”

    가야다회 박혜옥(51) 회원이 전향실을 찾은 재화·재민이 가족에게 차 예절에 관해 설명한다. 가야다회는 매주 토요일 오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옥체험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김해 전통차인 장군차의 유래와 차 마시는 법 등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차를 마시던 재화가 갑자기 발에 ‘쥐’가 난다며 호들갑이다. 이런 아이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우습다고 난리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은 안마당에 설치된 널뛰기와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전통민속놀이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첫날 오후 7시~ 궁중음식 맛보기·별채서 숙박

    한참을 밖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한옥체험관 내 궁중음식을 맛볼 수 있는 ‘감지방’을 찾았다.

    행랑채에 마련된 감지방은 고문헌을 중심으로 전통 궁중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코스로는 한정식과 궁중음식으로 이뤄진 오첩반상과 칠절판, 전채요리 등이 나오는 ‘가야정찬(3만원)’, 가야정찬에 대하구이, 신선초, 해물버섯찜 등이 포함된 ‘허황후정찬’(4만원), 여기에 전복회, 장어구이, 사태편육, 인삼채 등이 포함된 ‘수로왕 만찬’(5만원)이 눈길을 끌었고, 갈비찜, 장어구이 등이 있는 ‘반수라’(5000~1만8000원) 상은 저렴하면서도 정갈한 음식이 입맛을 돋웠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하룻밤을 묵을 별채 ‘탐미당 함허실’로 향했다. 대청마루에 들어서니 거문고와 전통등불, 죽부인 등이 있고 방 안에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사용하던 경상과 연상 선고비, 병풍 등이 마련돼 있어 한옥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선조들이 사용한 옛 가구들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살펴보다 경상 위의 명심보감과 천자문을 펼쳐 글을 읽기 시작한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맹만 있고 예가 없으면 난리를 일으키고….”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나 읽는지….

    ▲이튿날 오전 8시~ 아침 식사·한옥체험관 둘러보기

    따뜻한 아랫목에 두툼한 요를 깔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가신 듯 몸이 개운하다. 여닫이·미닫이문 문살 창호지마다 아침 햇살이 가득 비추고 문턱에 기대앉아 맑은 새소리를 들으니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듯하다.

    아침 식사로는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오첩반상이 나왔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김해한옥체험관 김영언(27)씨의 도움으로 한옥체험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김씨는 “김해한옥체험관은 안채인 거안당과 별채인 탐미당, 사랑채인 담경헌 등 총 85칸 7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성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의 상징인 99칸 가옥을 재현하고자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1동을 건립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한 동으로 구성된 안채와 아래채는 4인실 5개와 2인실 3개의 숙박체험관이 있으며, 사랑채에 4인실 3개, 별채에 고급 2인실 2개 등 모두 13개의 숙박체험관이 있다”고 덧붙인다.

    ▲이튿날 오전 9시~ 김해민속박물관·수로왕릉 투어

    김해한옥체험관을 둘러본 후 걸어서 5분 거리의 김해민속박물관과 김수로왕릉을 찾았다.

    김해민속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물레방아처럼 생긴 큰 물건이 입구에 서 있다. 논에 물을 퍼올리는 ‘무자위’(수차)다. 안으로 들어서자 민속의 개념을 소개하는 ‘민속과 만남’, 민속 및 농경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민속 이해의 장’, 민속 및 농경 유물을 전시하는 ‘민속생활관’, 안방, 사랑방, 부엌, 곳간, 마당 등 민속생활을 엿볼 수 있는 생활재현관 등 테마전시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아이들은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제초기, 맞두레, 쟁기, 괭이, 지게, 보리투입기와 추수 때 사용하는 탈곡기, 절구, 메통, 도리깨, 풍구 등 다양한 종류의 농기구를 살핀다. 아무래도 신기한가 보다.

    마지막 코스로 김수로왕릉을 찾았다. 주말이라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가라국 시조인 수로왕릉(사적 제73호)을 둘러보고 있다.

    납릉(納陵)이라고도 불리는 수로왕릉의 정문에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조각된 쌍어 문양이 있다. 이 어문은 현재 인도 아요디야 주 정부의 문양이라고 하는데 이를 근거로 수로왕릉의 아내인 허왕후가 인도 여인으로 전해지고 있다.

    왕릉 옆으로 우거진 고목 숲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고즈넉한 산책을 즐긴 후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다.

    ▲찾아가는 길= 창원터널 → 김해도서관 → 김수로왕릉 → 김해한옥체험관 ☏322-4735

    글·사진=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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