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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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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야채로 5색 물든 수제비 ‘예쁜 맛’

거제 우리밀 오색수제비
파프리카·시금치·단호박·고구마·비트 즙으로 반죽

  • 기사입력 : 2009-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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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벌신사 수제비가 색동옷을 입었다. 거제시 동부면 구촌리 <길손 >네 수제비 이야기다. 조선시대부터 백의를 고집해왔던 수제비의 변신, 과연 그 맛도 색동옷처럼 알록달록하게 바뀌었을까.

    안팎으로 색을 입은 별미, 오색수제비를 만나기 위해 길손네를 찾았다. 구천댐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니 연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 소담한 개울을 끼고 있는 식당 <길손 >, 딱딱하고 촌스러운 건물 외벽, <길손 차와 오색수제비 >란 상호가 맛팀 일행을 반긴다. 나무로 이어 만든 문을 열고 들어선 가게 안, 외벽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내부 정경에 추위로 움츠러들었던 가슴팍이 스르륵 풀린다. 뜨개질로 만든 걸상 덮개, 손으로 박아 놓은 듯한 나무들, 땔감을 밥 삼아 타오르고 있는 난로, 추억의 팝송 같은 옛날 소품들, 문득 주인장이 궁금해진다.

    “별거 아닌데, 뭐 특별한 맛이 있다고 여기까지 찾아왔노.”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에서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부영애(62·여)씨. 수제비에 색동옷을 입힌 장본인이자, 따뜻한 식당 길 <길손 >을 만든 주인장이다.

    8년 전, IMF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고향에서 수제비 장사를 시작하게 된 부씨. 인적 드문 작은 마을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개발한 것이 수제비에 색을 입히는 아이디어였다. 취미로 천연염색을 즐기던 그였기에 수제비에 색을 입힌다는 생각도 그에게 크게 별스러운 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삼색수제비로 시작해, 수십 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맛과 모양의 궁합이 딱 맞는 ‘오색’ 수제비가 탄생한 것이다. 오색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야채다. 계절에 따라 그 재료가 바뀌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파프리카, 시금치, 단호박, 자색 고구마, 비트로 수제비를 빚어내고 있다고 했다.

    “준비된 재료를 갈아서 밀가루와 섞는 거예요.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물 대신 재료에서 나온 즙을 사용해서 반죽합니다. 그러면 파프리카는 주황색, 시금치는 연두색, 단호박은 노란색, 자색 고구마는 보라색, 비트는 빨강색 수제비가 되는거죠. 그걸 그림 그리듯이 끓여내면 끝이에요.”

    설명만 듣는데도 군침이 돈다. 드디어 ‘그림을 그리듯’ 만들었다는 오색수제비와의 첫 대면, 식탁에 놓인 수제비는 ‘예뻤다’.

    ‘후루룩’ 육수 맛부터 본다. 수제비의 담백함과 미역의 시원함, 야채의 달큰함이 잘 조화된 맛이다. 그 다음, 다섯 가지 색상의 수제비를 하나씩 하나씩 입에 넣어 본다. 색색의 수제비를 하나씩 먹을수록 오색 꽃이 차례로 입안에서 피어나는 것 같다. 첫맛은 분명히 일반 수제비인데, 쫄깃쫄깃 씹으면 씹을수록 점층적으로 새로운 맛이 배어난다.

    테이블 6개에 불과한 작은 식당인데도 밀가루 30kg이 일주일이면 동이 날 정도로 오색수제비를 찾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그 인기 비결은 멋과 맛, 가격의 결합인 듯 싶다. 8년 전 5000원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장 부씨는 “우리 식당은 한 번 오면 손님이고 두 번 오면 가족”이라며 “가족에게 해준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가격도 함부로 못 올리고 있다”며 웃었다.

    글=조고운기자 luck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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