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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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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해피 투게더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9-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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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大寒)을 앞두고 유난히 춥다. 단지 수은주가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한파까지 겹쳐 가슴이 시리고 손발이 저린다. 민간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일자리 위기는 한파가 아니라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란 예보가 시린 가슴을 더 얼어붙게 한다.

    일할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나라의 성장 엔진이 멈추는 것이고 가계의 생명줄이 끊긴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가계 부채가 670조원을 넘어 웬만한 가정은 4000만~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마당에 실업 대란은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벅차다. 지난해 광우병으로 인한 촛불 시위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흔히들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조직이 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그 하나는 일부 구성원을 바깥으로 내몰고 남은 구성원들끼리 식량과 연료를 규모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리해고 등으로 적지 않은 기업에서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배급품을 쪼개 나누고 모자라는 연료를 사랑의 온기로 보충하고 서로 데우면서 추위를 견뎌내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다.

    일자리 나누기는 기업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이는 대신 노사가 협력해 임금 삭감과 동결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더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사가 서로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다.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는 고용 유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소중한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12년 전 다른 기업들이 직원들을 몰아내기 위해 머리를 짤 때 이 회사는 교대조를 3개에서 4개로 늘려 고용을 유지·확대하고 여유시간을 학습에 투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지난 연말 이 회사 직원 1700여명은 200%의 성과급과 150만원의 평생학습 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지난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여러 근로 현장에서 감지된다.

    지난 8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정부와 재계에 공식 제안했다. 진정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폄하하고 일각에선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하지만 진일보한 결단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지난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도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고용유지지원금 수령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했을 때 인건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기존 임금 대비 3분의 2에서 4분의 3으로, 대기업은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늘려 잡았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이 총인건비를 줄이고 그 감축분을 일자리 나누기에 쓸 경우 이를 구조조정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일자리 나누기는 최고 경영자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법정근로시간을 줄였을 때 장기적으로 고용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법정근로시간을 10% 단축할 때 단기적으로는 고용 증가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취업자가 8.5%, 전체 노동자가 13.1% 증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시간당 임금은 장기적으로 증가했으나 월 임금 총액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결단을 미루고 있는 경영진은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동양사상의 특징 중 하나인 和諧(화해)사상은 작금에 적합하다. 和는 쌀(禾)을 함께 먹는(口) 공동체의 의미이며, 諧는 모든 사람(皆)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는(言) 민주주의의 의미랄 수 있다.

    노사가 한 알의 콩도 나눠 먹는다는 자세로 터놓고 합심한다면 못 버틸 것도 없다. 올해의 화두로 감히 ‘상생(相生)’을 제안한다. 해피 투게더, 우리 함께 행복을.

    금요칼럼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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