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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한 질 얻고자 아랫사람에 무릎도 꿇었지”

‘불교계 큰 어른’ 쌍계사 고산 스님 회고록 출간
해방 이후 60여년 수행하며 겪은 이야기 담아

  • 기사입력 : 2009-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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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쌍계사 남새밭에서 김을 매는 고산 스님.


    하동 쌍계사 조실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산(75) 스님은 불교계의 큰 어른이다. 조계종은 지난 1981년부터 단일 계단(戒壇)을 만들어 승려들에게 계를 수여하는 장소와 사람을 지정해 왔는데, 바로 계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전계대화상이 고산 스님이다.

    역대 전계대화상은 고암 스님, 자운 스님, 석주 스님, 일타 스님, 청하 스님, 범룡 스님, 보성 스님, 성수 스님 등 8명으로 모두 한국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다. 고산 스님은 지난해 10월 아홉 번째로 3년 임기의 전계대화상에 위촉됐다.

    해방되던 해에 출가한 스님이 60여년간 수행하며 겪은 이야기를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소’(조계종출판사)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불교 정화운동이 한창이던 1950~60년대 비구승들이 살던 절집 풍경은 어땠는지, 1970년 이후 사찰의 법회가 왜 활성화되고 신도가 늘어났는지, 또 1980년 이후 사찰에 불사가 잦아졌던 이유와 이러한 불사의 후원자들은 누구였는지 등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 놓았다.

    스님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수행하던 범어사에 쌀이 떨어져 120명의 대중이 굶을 처지가 되자 신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사방으로 떠돌아다녔던 기억을 풀어놓았다.

    또 경전이 흔치 않던 시절 화엄경 한 질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아랫사람에게 사정을 했던 일, 그리고 그것이 빌미가 돼 주먹을 휘둘러 영영 승적을 박탈할 뻔한 일들, 1998년과 1999년 흔들리던 종단의 수장(총무원장)이 되어 난관을 극복했던 이야기와 무너진 사찰을 복구해 포교의 터전을 만들었던 이야기는 스님만이 가지고 있었던 뚝심과 혜안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스님은 “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행복을 얻으련만, 그러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방치하는 삶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 책을 쓴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1934년 울주에서 태어난 스님은 1945년 입산해 1948년 동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6년 동산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조계사, 은해사, 쌍계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1998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또 2004년 조계종 대종사에 이어 2008년 전계대화상에 추대됐다. 저서로는 ‘우리말 불자 수지독송경’, ‘반야심경 강의’, ‘대승기신론 강의’, ‘사람이 사람에게 가는 길’, ‘지옥에서 극락으로의 여행’, ‘머무는 곳 없이’, ‘나뭇가지가 바람을 따르듯이’, ‘다도의범’ 등이 있다.

    스님은 현재 쌍계사에 주석하며 매월 음력 15일 정기법회를 통해 법문을 하고 있다.

    서영훈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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